머리부터 발끝까지 '시마무라'…유니클로 위협하는 이 기업

입력 2017.06.10 09:13

저성장 돌파한 日本 기업 <3> 시마무라

일본 시마무라는 1953년 창업한 의류 유통 소매업체이다. 지방 중소도시 중심으로 박리다매 전략을 사용, 상품 회전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수익률을 유지한다. 안정적으로 성장하다 잠시 성장이 정체되기도 했으나, 최근 V자 회복을 달성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게다가 업계 최강자인 유니클로(Uniqlo)와 비견될 만큼 뛰어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2000년대초 시작된 위기

시마무라의 위기는 2000년대 초반 시작된 패션의류업계의 빠른 트렌드 변화와 이에 따른 극단적인 상품 수명의 단축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데서 시작했다. 즉 '상품이 촌스럽다'는 소비자 인식이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이 매장을 덜 찾게 됐다. 이 때문에 고객 한 명이 구입하는 구매액과 평균 제품 판매 단가가 계속 떨어졌다. 이런 문제점이 다시 상품 회전율을 낮춰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에 빠지고 말았다.

영업력 강화를 위해 사용한 매장 확대 전략은 이러한 악순환을 가속화시켰다. 시마무라는 2003년에 1000개에 이를 정도로 매장이 빠르게 확대됐다. 그러나 매장 수가 많아질수록 현장 실태 파악이 더 곤란해져 재고가 쌓이고 철 지난 상품의 할인 판매 행사가 반복됐다. 이 때문에 핵심 경쟁력이라 할 수 있는 매장 관리 시스템과 유통 관리 시스템의 효율성이 심각한 수준으로 훼손됐다.

실제로 2005년 시마무라의 고객 1인당 판매 단가와 상품 평균 단가는 2000년 대비 17%가량 하락했고, 두 자릿수였던 연평균 매출 증가율도 2000년대 중반 이후로는 5%대 이하로 급락했다. 급기야 2014년과 2015년에는 1988년 상장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영업이익이 줄면서 위기가 표면화됐다.

시마무라
시마무라는 저가격·고품질 이미지로 오랫동안 고객에게 사랑받아 왔다. 사진은 시마무라 대표 제품인 바지·상의·신발류 등. 디자인·품질이 좋지만 값은 품목당 대부분 1만~3만원 수준으로 저렴한 편이다. / 시마무라 홈페이지 등
1. 10~20대 여성 소비자 공략

위기에 맞서 우선 기존 40~50대 주부층 중심의 주고객층을 트렌드에 민감한 10~20대로 확대했다. 젊은 여성 소비자들이 많이 다니는 도심부에 10~20대를 타깃으로 한 패션 전문점 어베일(Avail) 매장을 늘렸다. 지난 2월 말 현재 어베일 매장은 301곳. 이 중 35곳이 도쿄·오사카 같은 대도시에 위치해 있다. 이와 함께 유아동복 전문 버스데이(Birthday), 잡화 전문 샹브르(Chambre), 구두 전문 디발로(Divalo)와 같이 업태를 다양화해 시마무라 상품으로만 패션 연출이 가능케 했다. 그 결과, 2000년대 후반부터 시마무라 상품으로만 다양한 패션 트렌드를 창출하는 '시마라(Shimaler)'라는 새로운 고객층이 등장했다. 시마라는 10·20대 여성을 중심으로 시마무라 옷을 즐겨 착용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이들을 통해 시마무라 돌풍이 일기 시작했다. 어베일·버스데이·샹브르 등 6개 자회사는 시마라 덕택에 급성장했다. 지난 2월 말 현재 매장 수는 전체 2066개의 약 34%, 매출은 전체의 약 20%에 달한다.

2. 비싼 단품, 기능성 상품 내놔

시마무라는 기존 상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단품과 기능성 소재를 이용한 상품을 도입해 매출과 수익성 개선을 시도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유명 디자이너나 브랜드와 협업해 신규 고객을 늘리고 브랜드 이미지도 높였다. 2015년에 빅히트한 기모 바지는 여성용이 3900엔(약 3만9000원)으로 기존 바지에 비해 가격이 약 2배였지만, 100만 장 가까이 팔려 베스트셀러가 됐다. 보온성이 뛰어난 980엔(약 1만원)짜리 내의 '파이버 히트(fiber heat)'는 일반 내의보다 비싸지만, 990엔 이상인 유니클로의 '히트텍(heat tech)'에 비해 싸고 기능도 뛰어나 소비자 선호도가 높았다. 일본의 유명 디자이너인 고시노 히로코(小篠弘子)와 협업해 시마무라 브랜드 'HK Works London'을 내놨다. 젊은 여성층이 선호하는 중저가 브랜드 'Olive des Olive'나 'Roen' 등과 협력해 '시마무라=촌스럽다'는 브랜드 이미지를 없애며 고객층을 늘려나갔다.

3. 매장 관리자 권한 강화

판매 관리 시스템 개선도 가격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됐다. 기존에는 매장 관리자와 매입 담당자가 같은 상품부 소속이었다. 매장 관리자의 역할은 매입 담당자가 사들인 상품의 판매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그래서 매입 규모나 가격에 대한 감시 기능이 없었다. 또 매장 수가 급증하는 바람에 정확한 매장 정보에 기반한 판매 전략을 수립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상품부에서 매장 관리자를 독립시키고 그 숫자를 늘렸다. 결과적으로 매입 계획부터 매장 관리자가 개입해 매입 담당자와 견제가 됐다. 또 책임감과 경쟁 의식이 높아져 경영 실적이 개선됐다.

판매 관리 시스템 개혁은 자연스럽게 유통 시스템 개혁으로 이어졌다. 특정 매장에서 팔리지 않는 상품을 다른 매장에서 매진될 때까지 돌려막기 식으로 유통시키던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불가피한 재고는 가위로 잘라 폐기 처분했다.

4. '완판, 죄송' 상품, 50%로 높여

시마무라가 위기를 극복한 것은 물론 이후에도 지속 가능 성장하도록 큰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완판, 죄송!(우리키레 고멘)' 전략이다. 시마무라는 저가의 다품종 소량 판매 전략을 보완, 상품당 색상과 사이즈가 하나밖에 없어서 늦으면 사지 못하는 상품, 즉 '완판, 죄송!' 상품 비중을 약 50%로 높였다. 그래서 고객의 구매 심리를 자극하고 손님이 많이 모여들도록 했다. 소비자로 하여금 '오늘은 어떤 신상품이 있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하였다. 그 결과 방문 빈도가 높아지고 매출도 늘어났다.

최근에는 시마무라에서 진귀하고 싼 물건을 찾아 일상 쇼핑을 즐기는 이른바 '시마패트(시마무라와 순찰을 뜻하는 패트롤의 단어 조합)'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또 구입한 '완판, 죄송!' 상품을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와 같은 SNS를 통해 확산시키는 네티즌 활동이 증가하면서 '시마라' 신드롬도 생겨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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