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술 大家는 시간을 가지고 논다

입력 2017.06.10 15:17

名士의 시간 관리법
1년치 스케줄 시각화하고, 우선순위 정하고, 分 단위로 쪼개 써라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시간을 관리하지 못하면 다른 어떤 것도 관리하지 못한다"고 했다. 1분 단위로 스케줄을 관리하는 최고경영자(CEO)에게 시간 관리법은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다. 시간은 능력과 지위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유한(有限) 자원이다. CEO의 성패는 시간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루 24시간을 시간·분·초 단위로 쪼개 쓰는 CEO들은 어떤 시간 관리 노하우를 갖고 있을까. 어떤 CEO는 점심은 무조건 고객과의 약속에 할애하는가 하면, 다른 CEO는 1년치 스케줄을 컴퓨터 안에 파일로 빼곡히 정리한다. WEEKLY BIZ는 이와 같은 글로벌 기업 CEO 20명의 시간 관리법을 분석해봤다. 공통된 특징은 시간에 쫓기지 않고, 시간을 자신의 편으로 만든다는 것. 스케줄의 시각화, 우선순위 재정렬, 자유 시간 할당, 분 단위 시간 관리, 충분한 휴식 등 다섯 가지 기본 원칙을 기반으로 성공적인 시간 관리 노하우를 분석했다.
명사의 시간 관리법
/그래픽=김란희
1. 스케줄, 보기 쉽고 단순하게 꾸며라

시간 관리의 첫 단추는 스케줄을 보기 쉽게 시각화하는 것이다. 일정을 막연하게 머릿속에만 넣어두거나, 복잡하게 이것저것 섞으면 자칫 업무의 흐름을 놓칠 수 있다. 스케줄은 한눈에 들어오도록 심플하게 정리해야 일정을 소화하는 데 무리가 없는지 짐작할 수 있고, 나중에 고치기도 쉽다.

스티븐 발머 전 마이크로소프트(MS) CEO는 직접 1년치 스케줄을 스프레드시트(엑셀) 표에 정리한다. 월간·일간 스케줄뿐만 아니라 연간 스케줄까지 표로 시각화해야 직관적으로 업무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발머의 지론이다.

패트릭 겔싱어 VM웨어 CEO는 만나는 사람의 직업에 따라 스케줄 항목에 다른 색깔을 입힌다. 이를테면 고객사와 사업 파트너는 파란색, 투자자와 언론인은 보라색으로 표시한다. 색깔만 보고도 업무 특성을 파악할 수 있고, 바로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고안한 방법이다.

2. 업무 우선순위, 주기적으로 정리해야

업무 우선순위를 주기적으로 직접 정리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중요 업무엔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하고, 불필요한 일은 과감하게 정리해야 시간을 아껴쓸 수 있다. 최우선 업무에 시간을 집중 투입하고, 나머지 업무는 각각의 소요 시간을 염두에 두고 순서대로 처리하면 된다.

제과업체 가루비(Calbee)의 마쓰모토 아키라(松本晃) 회장은 일본 재계에서 시간술(時間術)의 대가로 꼽힌다. 그는 월초(月初)마다 업무 우선순위를 재정렬하는 습관을 길렀다. 업무의 중요도를 X축으로 두고, 업무의 긴급한 정도를 Y축으로 표시한 그래프를 그린다. 그다음 각 업무를 그래프 안에 적어 우선순위를 분류하는 자신만의 시간 관리 노하우를 생각해냈다. 그래프 오른쪽 상단 부분을 보면 가장 먼저 처리해야 할 업무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아키라 회장은 "철저한 시간 관리야말로 가루비가 영업이익을 30% 이상 늘릴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강조한다.

3. 업무 시간 안에 '자유 시간' 할당

혁신 기업은 직원들이 창의력을 펼칠 수 있도록 업무 시간의 10~20%를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배려했다. 미국 인터넷 기업 구글은 "업무 시간의 20%를 창조적인 데 쓰라"는 '20% 룰(rule)'을 만들었다. 구글 직원들은 '20%의 시간'을 활용해 회사의 핵심 서비스인 지메일(gmail)과 구글맵을 만들어냈다.

혁신 기업의 대명사인 스리엠(3M)도 업무 시간의 15%를 자유롭게 연구하는 데 쓸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혁신 기업 경영진은 직원들의 생각을 발전시킬 시간을 별도로 할당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비즈니스 전문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링크트인의 제프 워너 CEO는 "시간 관리의 핵심은 자신의 시간을 떼어내 무엇이 긴급한 단기 과제이고, 무엇이 장기 전략을 위한 과제인지를 가려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4. 1시간을 分 단위로 쪼개라

시간 관리에 철저한 CEO는 1시간을 60분으로 나눠 쓴다. 시간 단위로 스케줄을 관리하면 버리는 시간이 많고 시간 관리에도 둔감해진다. 영국의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은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시간마저 1분(分) 단위로 쪼개 관리할 정도로 시간 관리에 철저하다. 국내에서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1분 단위로 스케줄을 관리한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도 이동 중 차 안에서 보고를 받는 등 촘촘하게 시간을 관리하는 CEO로 알려져 있다. 타이트하게 업무 스케줄을 짤 땐 최종 목표뿐 아니라 중간 목표를 정해야 스케줄 간 상호 연관성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1분 단위로 세밀하게 일정을 관리할 경우 정해진 미팅 시간을 지키는 건 기본이다.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은 시간 낭비를 막기 위해 미팅 시간이 1시간 30분을 넘지 않도록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한 주제에 너무 많은 시간을 쓰면 집중력이 분산되고 시간 낭비가 많아진다. 시간 낭비 요소를 파악하기 위해 작업 시간을 일일이 기록하고 복기하는 것도 효과가 있다.

5. 휴식 시간을 아까워하지 마라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는 CEO들은 수면·휴식 시간도 아까워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고 스티브 잡스 애플 공동창업자로 잠을 오래 자면 생각의 흐름이 끊긴다면서 잠을 하루에 4시간만 잤다고 한다. 하지만 잡스처럼 쪽잠을 자는 일벌레형 CEO보단 충분한 휴식과 수면에 신경을 쓰는 CEO가 늘고 있다. 각자 생체리듬에 맞춰 전략적으로 체력을 회복해야 창의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 에릭 슈밋 알파벳 회장 등 상당수 글로벌 기업 CEO는 '8시간 숙면' 예찬론자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저녁 7시 이후엔 서재에서 개인 시간을 가졌다. 필 리빈 에버노트 회장은 비행기 안에서는 절대 업무를 보지 않으며 휴식을 취한다. 리빈은 "비행기 안에선 무조건 노트북을 덮고 휴식을 취해야 착륙 후 안정감을 되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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