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동안 매출액 57배 껑충…세계 장악한 중국 '드론 괴물' DJI

입력 2017.03.31 15:10

창업 10년 만에 민간용 드론 70% 점유… 네 가지 '굴기 비밀'

드론
창업 10년 만에 세계시장 점유율 70% 달성, 최근 2년 매출액 증가율 200%, 지난해까지 4년 만에 총매출액은 57배, 기업 가치와 종사자 인원은 각각 222배, 24배로 급증….

경영학 교재에 '가상 사례'로 등장하는 기업 얘기가 아니다. 2006년 중국 남부 광둥성 선전(深)의 한 잡지사 창고에서 왕타오(汪滔·37)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20대 젊은이 4명이 세운 DJI가 이런 수직 상승을 하고 있다.

민간용 드론(drone·무인항공기)만 제조·판매하며 승승장구하는 DJI는 여러모로 주목된다. 먼저 중국 기업이 선진 기업 추종자(follower)가 아니라 특정 업종의 선도자(first mover)로서 글로벌 표준을 확실히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내수 시장에서 덩치를 키운 뒤 해외로 나선 중국 기업 성장 모델과 정반대라는 측면이다. 지난해 DJI의 해외 매출액 비중은 전체의 80%에 달했다. 화웨이·텐센트·알리바바 같은 중국 글로벌 기업이 창업 10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해외 매출 비중이 절반을 넘지 못했던 것과 대비된다. 마지막으로 DJI는 군수용에 국한되던 협소한 드론 시장을 개인·산업·공공(公共) 등 민수(民需)용품으로 확장시킨 주역이다. DJI 굴기(崛起)의 비밀을 WEEKLY BIZ가 해부했다.

DJI
액션 영화 촬영 현장에서 스태프 두 명이 DJI의 최신형 드론 ‘매트리스 600(M600)’ 기체를 날리고 있다. M600은 항공 촬영이나 여러 산업 분야에 응용할 수 있는 전문가용 드론으로 작년에 출시됐다./DJI
1. 반년마다 신제품 쏟아내는 '스피드 혁신'

DJI는 설립 초기 완제품보다는 무인 비행체와 카메라를 연결하는 기구인 '짐벌(gimbal)' 등 각종 부품 개발에 주력했다. 짐벌은 비행체의 흔들림과 무관하게 카메라의 기울기를 일정하게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를 바탕으로 2008년 드론을 내놓았으나 매출은 부진했다. 영상 송수신기와 카메라 등을 따로 구해 조립해야 하는 등 전문가 영역에 머무른 탓이다. 기체(機體) 하단부에 카메라를 장착한 '팬텀 시리즈'를 내놓으며 성장 궤도에 진입했다.

질주의 원동력은 기술력이다. "공중촬영을 하려면 안정된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데 팬텀은 정지 비행 시 오차 범위가 플러스마이너스(±) 40cm로 경쟁사 드론들의 3분의 1 미만이다. 짐벌 기술도 최고 수준이다."(박석종·한국드론산업협회 회장) 비행체와 카메라를 융합하는 핵심 기술에서 세계 1위 실력이라는 뜻이다.

평균 5~6개월마다 신제품을 내놓는 '혁신 속도'는 5~6년 만에 신제품을 출시하는 경쟁사를 압도한다. 첫 팬텀 이후 1년도 안 돼 탄생한 '팬텀2'는 충돌 방지 장치와 3축(軸) 짐벌을 탑재해 공중촬영의 정밀도를 높였다. 2015년 나온 '팬텀3' 3개 모델은 비행 안정성 향상에 성공했고 작년 3월 등장한 '팬텀4'에선 전방 장애물 회피 기능과 대상을 뒤에서 추격하는 기능까지 넣었다. 작년 10월 접이식 드론으로 출시된 '매빅 프로'는 접었을 때 드론 크기를 500㎖ 생수병 수준으로 줄이면서 대상의 좌우 양측과 전방까지 추격 기능을 확대했다. 동시에 빅데이터를 기초로 대상을 스스로 식별하는 정보 처리 기능까지 탑재했다. 이어 작년 11월 출시된 '팬텀4프로'는 전·후방과 좌우 측면 추격 기능에 장애물 회피 기능까지 장착했다.


그래픽

2. 인력 3명 중 1명이 R&D 연구원

"3년 만에 간신히 공중촬영을 하던 수준의 드론을 인공지능(AI) 기능까지 탑재해 자체 정보 처리까지 가능토록 한 것은 연구개발(R&D) 노력의 승리다."(이토 아세이·伊藤亞聖· 일본 도쿄대사회과학연구소 강사)

R&D 총력전의 배후엔 2600여 명 전문 인력이 있다. 전체 8000명 종업원의 33%다. '덩치가 커져도 연구 인력 비중 3분의 1을 유지한다'는 왕타오 CEO의 철학에 따른 것이다. 석·박사급 인력을 주력으로 삼는 다른 중국 기업과 달리 DJI는 학사급 연구 인력을 선호한다. "혁신 인재는 실습을 통해서 길러질 수 있는데 중국의 이공계 대학원 교육은 그렇지 못하다"는 판단에서다. 2015년부터 중국 대학생 로봇 대회인 '로보 마스터즈'를 DJI가 후원하는 것도 실전에 강한 연구 인력 저변을 확대하려는 포석에서다.

해외 유명 기업·연구소와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 구축에도 열심이다. 2015년 스웨덴의 명품 카메라 기업인 하셀블라드의 일부 지분을 인수하고 공동 연구에 들어가 올 2월 1억 화소급 하셀블라드 카메라를 장착한 드론을 발표하고 시판 시기를 저울질 중이다. 기체 충돌 회피 기능 보강을 위해 세계 최고 화상(畵像)인식 전문 반도체 회사인 미국 모비디우스와 1년 넘게 공동 연구를 진행, 팬텀4에 반영됐다

DJI는 미국 캔자스주립대와 함께 밭의 영양과 수분 상태를 드론으로 모니터링해 비료와 물 사용 비용을 줄이고 수확량을 늘리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R&D 거점에 이어 2015년 10월 도쿄 시나가와(品川)역 주변에 일본 R&D 센터를 열었다. 캐논·니콘·소니 등 세계적 카메라 기업의 엔지니어 스카우트가 주요 목적이다.

3. 선진국 直攻… 애플式 제품 생태계 주력

해외 전략도 차별화된다. 신흥 시장에서 제품력을 인정받은 후 선진국으로 나가는 기존 중국 방식과 달리, DJI는 선진국을 먼저 직접 공략하는 방식을 구사한다. 2012년 미국 LA에 첫 해외 지사를 세운 후 현재 15개 해외 지사 중 개발도상국이나 신흥 시장에 있는 지사는 전무하다. "본사 마케팅 직원의 절반이 외국인 직원이며 본사의 모든 공문은 영어로 작성한다. 왕타오 CEO 본인부터 영문 이름인 '프랭크 왕'으로 불리길 좋아한다."(왕판·王帆·DJI 홍보부문장)

미국 애플사를 연상시키는 제품 생태계 조성도 돋보인다. 출발점은 2015년 개발자 전용 드론인 M100을 내놓으며 공개한 소프트웨어 개발자 도구(SDK)이다. 드론의 기본 기능을 갖춘 M100에 세계 각지 고객이 SDK를 활용해 원하는 기능을 추가, 맞춤형 개인 드론을 만들 수 있도록 한 것이다.

"SDK를 전 세계 기술 개발자들에게 공개해 자기 플랫폼에서 다양한 수요를 창출토록 한 점에서 애플과 DJI는 닮은꼴이다. 개인이나 기업이 드론의 사용처를 영화 촬영·농업·시설 검측·토지 측정·수색 구조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시킬 수 있다. 하늘은 물론 지상에서도 DJI가 자체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고영화·미래창조과학부 산하 KIC중국센터장)

DJI
‘아시아의 실리콘밸리’ 선전에 있는 DJI 플래그십 매장. /DJI

4. 中 드론 기업의 75% 밀집 '深圳 효과'

"DJI의 가격 경쟁력 뒤편에는 선전의 하드웨어 산업 사슬이 만든 비용 경쟁력이 있다."(위자닝·於佳寧·중국 공업정보화부 산하 공업경제연구소장) 첫 팬텀 드론의 가격(679달러)은 당시 소비자들이 조립해 만드는 비용보다 300달러 정도 쌌다.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선전에선 디자인을 보내면 그날 늦게라도 시제품을 받아볼 수 있을 정도로 인재가 넘치고 제품 설계·제조가 신속하다. 이런 매력으로 선전에는 중국 전체 드론 업체(400여 개사)의 75%인 300여 개사가 둥지를 틀고 있다. "DJI 같은 성공 사례가 속출하면서 창업이 더 활발해져 선전이 창업 메카로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됐다."(정준규 KOTRA 선전무역관장)

DJI는 출신 지역이나 학벌 대신 실력으로만 평가하는 '선전 특유의 스타트업 문화'를 적극 수용한다. 2012년 대학생 인턴이던 천이치(陳逸奇)가 공중에서 360도 회전 촬영이 가능한 방안을 제시하자, 왕타오 CEO는 그에게 수천만위안 연구비와 100여 명 연구팀의 지휘권을 넘겼다.

*이 기사 전문은 4월1일자 조선일보 WEEKLY BIZ에서 볼 수 있습니다. WEELLY BIZ 구독 및 배달 신청은 조선일보 홈페이지 ( https://members.chosun.com/subscription/appendweeklybiz.jsp ) 에서 할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독자는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무료로 배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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