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킷 소재만 바꿔도 옷 잘 입는 CEO 등극할 것이니

    • 이헌 패션칼럼니스트

입력 2017.03.18 15:13

[CEO Fashion]

플란넬 정장의 아이콘, 잔니 아넬리 피아트 前 회장처럼
몸에 꼭 맞는 옷 입은 디에고 델라 발레 토즈 회장처럼
세 가지만 기억하라… 소재·맞춤복·구두

옷 잘 입는 기업가나 정치가에게 쏟아지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 언뜻 보면 극소수를 향한 칭찬 같지만, 바꿔 보면 '일 잘하는 사람은 옷 따위에 관심 없다'는 뿌리 깊은 통념의 증거다. 그러나 전설적인 멋쟁이 중에는 사업을 성공으로 이끈 동시에 남다른 패션 감각을 뽐낸 기업가도 많다.

고(故) 잔니 아넬리(Agnelli) 피아트그룹 전 회장, 디에고 델라 발레(Della Valle) 토즈그룹 회장이 대표적이다. 이들처럼 사업과 멋 내기의 업적을 동시에 이룬 기업가를 대한민국에서 찾는다면 어떨까. 아쉽지만 단 한 사람도 떠오르지 않는다. 속도가 매우 빨랐지만 많은 것을 놓치며 성장한 대한민국의 고도 발전은 멋없는 이 나라의 경영자들과 닮았다. 세계적인 멋쟁이를 노리지 않아도 좋다. 튀지 않아도 된다. 날 선 사업 감각과 자신만의 우아한 취향을 동시에, 그리고 은근하게 보여줄 멋쟁이 기업가 한둘은 이 땅에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 출발을 위한 조언을 세 가지로 정리해봤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왼쪽)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몸에 꼭 맞는 슈트 차림을 선보여 여러 패션지에 등장하는 경영자들이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왼쪽)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몸에 꼭 맞는 슈트 차림을 선보여 여러 패션지에 등장하는 경영자들이다. /블룸버그
Tip 1 소재에 관심을 갖자

멋쟁이라 불리는 이들의 옷차림을 살펴보면 생각보다 유별나지 않다. 늘 비슷비슷한 차림인데 '뭔가 다른' 느낌이 든다. 그들은 왜 달라 보일까? 바로 옷의 소재가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의 이미지와 딱 맞아떨어지는 소재는 은근하지만 강력한 아우라를 만들어 낸다. 아넬리 전 회장은 날이 차가울 때면 늘 도톰한 밝은 회색 플란넬 정장을 입었다. 세상을 떠난 지금도 그는 회색 플란넬 정장의 아이콘이다. 원단 회사가 밝은 회색 플란넬 원단을 홍보할 때 아넬리 전 회장의 이름을 빌려 홍보할 정도다. 그처럼 자신을 잘 드러내는 소재, 어울리는 색상을 찾아 자신만의 스타일로 만들어 보자. 멋의 기초를 쌓는 일은 일반인이 눈여겨보지 않는 곳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탄탄한 기초가 뿜어내는 존재감은 또 다른 멋을 더 돋보이게 하는 든든한 밑바탕이 된다.
디에고 델라 발레 토즈그룹 회장(왼쪽)과 잔니 아넬리 피아트그룹 전 회장은 각자의 이미지에 잘 어울리는 소재로 만든 맞춤복으로 우아한 패션 감각을 잘 드러내 ‘패션 전설’로 통한다.
디에고 델라 발레 토즈그룹 회장(왼쪽)과 잔니 아넬리 피아트그룹 전 회장은 각자의 이미지에 잘 어울리는 소재로 만든 맞춤복으로 우아한 패션 감각을 잘 드러내 ‘패션 전설’로 통한다. / 블룸버그
Tip 2 맞춤복을 입어라

"몸에 꼭 맞게 잘 재단된 재킷 두어 벌, 긴팔 셔츠, 여유롭고 자연스러운 몸가짐이 남자를 멋지게 한다."

명품 패션업계에서도 옷 잘 입기로 소문난 발레 회장은 이런 철칙을 갖고 늘 같은 재단사에게서 옷을 맞춰 입는다. 그가 이용하는 곳은 과거 아넬리 전 회장도 즐겨 찾았던 비스포크 하우스(신사복 주문제작 매장)다. 수십 년 동안 인연을 맺은 전용 재단사가 세월이 지나면서 변해가는 발레 회장의 체형까지 감안해 그에게 꼭 맞는 핏(fit)의 옷을 제작한다. 발레 회장은 "남들이 봤을 때 불편해 보이는 옷을 피하는 것이 멋쟁이가 되는 비결"이라고 했다. 정성 들여 만든 맞춤복 한 벌은 저가 기성복 열 벌 이상의 가치를 발휘한다. 유행에 휘둘리지 않고, 오랜 세월 쌓아온 자신만의 존재감을 담아 좋은 맞춤복을 제작하는 솜씨 좋은 테일러가 국내에도 여럿 있다. 좋은 소재를 고르고 자신의 체형을 정확히 파악해 느긋하게 옷의 완성을 기다리는 과정 자체도 즐겨볼 만하다.

Tip 3 구두에 투자하라

멋의 화룡점정(畵龍點睛), 스타일의 마침표는 바로 구두다. 자동차는 최고급 외제차나 초대형 세단을 타면서도 구두에 유달리 인색한 것이 대한민국 신사들이다. 하지만 구두는 옷차림 전체를 정리하는 중요한 패션 아이템이다.

100만원짜리 정장을 입고 10만원짜리 구두를 신은 남성의 전체 스타일은 10만원짜리로 보인다. 반대로 10만원짜리 정장에 100만원을 호가하는 구두를 신은 사람은 존재감이 다르다. 무조건 비싸다고 좋은 구두는 아니다. 그래도 신발장에 밑창과 어퍼(upper)를 찍어낸 것처럼 하나로 성형한 구두가 있다면, 그 구두는 과감하게 내다 버리자. 그 대신 한 켤레라도 나를 돋보이게 하는 좋은 수제화를 마련하자. 구두에 관한 지식이 전혀 없다면 '굿이어웰트(goodyear welt)'라는 용어 하나만 기억해도 좋다. 굿이어웰트는 구두 바닥에 코르크를 채우고 밑창은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 실로만 꿰매는 제작 방식이다. 이렇게 만든 구두는 내구성이 좋고, 신을수록 코르크가 발 모양에 맞게 변해 더 편안해진다. 또 좋은 가죽으로 만든 구두는 닦을수록 더 영롱한 광택을 뿜어낸다. 이 봄, 멋을 내보기로 작정했다면 좋은 구두부터 마련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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