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자수성가형 '신흥 갑부' 급증, 억만장자 10위 안에 5명이 새로 진입

    • 오화석 인도경제연구소장·배재대 교수

입력 2017.03.18 15:20

오화석의 나마스떼 인도 경제<1> 신흥 부자
확 바뀐 억만장자 순위… 2위 딜립 샹비, 4위 시브 나다르, 5위 사이러스 푸나왈라

오화석 인도경제연구소장·배재대 교수
오화석 인도경제연구소장·배재대 교수
'포스트 차이나'로 불리는 인도의 경제 성장세가 계속되면서 신흥 갑부들이 속출하고 있다. 인도 경제는 지난 2015년부터 중국 경제성장률을 앞서기 시작했다. 작년에도 7% 이상 고속 성장했다. 인도 경제가 조만간 세계 경제 성장의 엔진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우리나라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중국과 갈등을 겪으면서 인도가 우리의 수출 다변화 혹은 대체 투자 국가로 부상하고 있다.

빠른 성장으로 인도 경제의 글로벌 위상도 그만큼 높아졌다. 지난해 인도의 국내총생산(GDP)은 2조4000억달러로 세계 6위를 기록했다. 지난 2006년 15위였던 것이 10년 만에 대폭 뛰어올랐다. 구매력을 고려한 경제력은 이미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 3위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인도인 억만장자 기업가도 급증하고 있다. 2016년 기준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이상을 가진 억만장자의 수는 85명에 달했다. 5년 전인 2011년에는 55명 정도였다. 인도의 억만장자 수는 미국·중국·독일에 이어 세계 넷째다. 이들 억만장자는 대부분 자수성가한 기업인이다. 설사 상속받았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직접 혁신을 해 기업을 크게 일궜다.

인도의 억만장자
IT를 위시해 생명공학(BT)·제약·정보통신·금융·전자상거래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신흥 억만장자 기업인들이 속출하고 있다. 5년 전과 비교해 지난해 포브스의 '인도 억만장자 랭킹 10위' 안에 새로 이름을 올린 갑부는 5명이다. '랭킹 20위' 안에 새로 진입한 사람은 11명으로 절반이 넘는다. 5년간 인도 최고 갑부의 절반 이상이 신흥 갑부로 바뀐 것이다.

IT·BT·금융 분야 신흥 갑부 속출

재산 총액 167억달러(약 19조원)로 인도 억만장자 순위 2위인 딜립 샹비는 세계 5위 복제약(제네릭)업체 선 파마슈티컬 회장이다. 2011년 갑부 순위 11위(67억달러)에서 2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5년간 재산을 100억달러 불린 것이다.

샹비 회장은 1982년 아버지에게 빌린 돈 1만루피(약 17만원)로 사업을 시작해 대성공한 자수성가 기업인이다. 대학을 졸업한 뒤 그는 몇 년간 아버지의 의약품 도매업을 도왔다. 그러다 자신의 회사가 생산한 약을 팔면 큰 이익이 날 것이라고 판단해 선 파마슈티컬 회사를 세웠다. 초기에는 정신병 치료제 위주로 생산했다. 이후 특허가 만료된 복제약품 제조로 회사 규모를 키웠고, 그다음에는 20여개의 기업을 인수·합병해 전 세계 45개국에 생산공장을 갖춘 글로벌 제약회사가 되었다.

2011년 갑부 순위 14위에서 지난해 4위로 10계단이나 뛰어오른 시브 나다르는 인도의 유력 IT 서비스 회사 HCL테크놀로지의 창업주다. 같은 기간 재산도 46억달러에서 111억달러로 크게 늘었다. 나다르 회장은 애초 인도 컴퓨터 하드웨어 산업의 선구자로 꼽혔다. 그러다 소프트웨어 서비스가 유망하다는 판단하에 2000년 이후 IT 서비스 분야를 집중 공략했다. HCL은 이 분야에 성공적으로 안착, 지금은 인도 4위의 IT 서비스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작년 매출은 70억달러, 직원 11만명이 전 세계 31개국에서 근무하는 글로벌 기업이 되었다.

갑부 순위 20위권 밖에서 5위(재산 85억달러)로 등극한 사이러스 푸나왈라는 인도 BT 산업의 기린아다. 그가 20대 창업한 백신회사 인도혈청연구소는 복용량 기준 세계 1위의 백신 제조업체이다.

그는 최근 인도 뭄바이 해안가에 자리 잡은 초호화 저택 '링컨하우스'를 1억1300만달러(약 1335억원)에 사들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1945년 경마경주장을 운영하는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사회주의적 경제체제를 유지하던 인도에서 경마는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다.

경마 말에 익숙한 그는 은퇴한 말을 활용해 혈청을 만들어 싸게 팔면 장사가 잘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1966년 20대 초반에 그는 항파상풍 백신회사인 인도혈청연구소를 세운다. 이후 간염, 홍역, 디프테리아 백신 등 다양한 백신으로 생산 품목을 확장해 1980년대에는 인도 최대 규모의 백신회사로 자리 잡았다. 1994년에는 유엔아동기금(UNICEF) 등 유엔 기구에 대규모 납품을 시작했다. 그 결과, 이 회사는 21세기 들어 140여 개국에 백신을 수출하게 되었고, 전 세계 어린이 두 명 중 한 명이 이 회사 백신을 맞는 세계 최대 백신회사가 됐다.

2위 민영은행 가치, 30년간 32만배 뛰어

갑부 순위 7위인 우데이 코탁은 '인도의 JP모건'으로 불리는 인도 민간 금융의 대표적 성공 신화이다. 그의 재산은 5년 전 36억달러(갑부 순위 15위)에서 63억달러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코탁은 인도 2위 민영은행 코탁마힌드라뱅크의 창업주다. 그는 약 30년 전 창업해 맨손으로 인도 굴지의 종합금융회사를 키워낸 대표적 자수성가 금융인이다. 그는 1986년 친척과 친구들로부터 300만루피(5200만원)를 모아 금융 투자 사업을 시작했다. 그가 경영하는 코탁마힌드라뱅크의 시가총액은 올 2월 현재 1조4200억루피(약 24조원)를 기록했다. 단순 수치로 계산하면 자그마치 32만 배나 가치가 뛰었다.

인도 갑부 순위 10위에 오른 데시 반두 굽타는 인도의 대표적 복제약 제조업체 루핀의 창업주이다. 이 회사는 시가총액 기준 2017년 3월 현재 세계 7위, 인도 3위의 글로벌 복제약 생산업체이다. 굽타 회장은 1938년생으로, 30세 때인 1968년 루핀을 설립해 세계 굴지의 복제약 제조업체로 만들었다. 그의 재산이 급증하고 인도 갑부 순위에서 껑충 뛰어오른 것은 최근 루핀의 주가가 급격히 상승했기 때문이다. 그는 인도 최고의 비즈니스맨으로 통하는 마르와리 상인 출신이다. 그는 1968년 아내에게 5000루피(약 8만5000원)를 빌려 복제약 제조 사업을 시작했다. 초창기에는 결핵 치료약 위주였다. 오늘날 그의 회사는 세계 최대 결핵 치료약 제조회사로 성장했고, 현재 복제약 제조 부문은 미국·일본 시장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갑부 5명은 재산 10걸 자리 지켜

인도 최고의 갑부 자리를 오랫동안 지키고 있는 기업인도 물론 있다. 인도 억만장자 순위 부동의 1위인 무케시 암바니는 인도 최대 기업 릴라이언스의 회장이다. 지난 10여년간 인도 최고 갑부 자리를 놓친 적이 없다. 20세기 인도의 전설적 기업인인 부친 디루바이 암바니로부터 대기업을 상속받은 재벌 2세로, 비교적 경영을 잘한다고 알려져 있다.

갑부 순위 3위인 아짐 프렘지 역시 부친으로부터 기업을 물려받아 오랫동안 갑부 랭킹 상위를 고수하는 저명한 경영인이다. 그러나 상속받은 소규모의 식용유 회사를 인도를 대표하는 글로벌 IT 서비스 기업으로 키워 자수성가한 것이나 다름없다.

인도의 억만장자
갑부 순위 6위인 락시미 미탈도 10여년째 인도 최고 갑부 앞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당대에 맨손으로 세계 최대 철강회사 아르셀로미탈스틸을 일군 세계적 기업인이다. 그러나 최근 철강 가격이 폭락하면서 약 400억달러에 달했던 그의 재산은 84억달러로 대폭 줄어들었다.

갑부 순위 8위 쿠마르 비를라는 인도의 대표 기업 중 하나인 아디트야 비를라그룹의 회장이다. 아디트야 비를라그룹은 몇 세대에 걸쳐 상속돼온 재벌기업으로, 현재 인도 재계 순위 4위이다. 비를라 회장은 대기업을 28세 때 물려받아 그룹을 크게 키우는 등 경영을 잘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갑부 순위 9위인 수닐 미탈은 자수성가한 '인도 정보통신의 황제'로 통한다. 자본금 50만원으로 시작해 세계 3위의 거대 휴대폰 서비스 회사 바르티 에어텔을 일궜다. 그의 회사는 인도를 위시해 중동·아프리카·동남아시아 등 40여 개국에 걸쳐 휴대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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