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팔아 이윤 남기는 시대는 끝… 현존 브랜드 대다수, 서비스로 전환해야 생존

입력 2017.03.04 15:28 | 수정 2019.08.14 10:55

[Cover story] Silicon Valley

[경영 구루 3인 인터뷰] (2) '기술의 충격' 저자 케빈 켈리

'기술의 충격' 저자 케빈 켈리

"로봇이 위험한 일이나 반복적인 일 대부분을 한다. 로봇과 함께할 일을 찾고, 로봇에 과제를 주는 것이 사람의 일이 된다. 창의적으로 로봇에 과제를 부여하는 사람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집마다 설치된 우편물 상자에 '옷 구독 서비스'로 받아보는 옷, 원하는 영양 성분에 맞춰 조리된 음식, '물 구독 서비스'로 배달되는 특정 상표의 물 등 하루에도 몇 번씩 물건이 신문처럼 배달돼 들어온다. 외출할 땐 자동차 공유 서비스에 접속해 목적지를 말한다. 집 바깥으로 나가면 동선(動線)이 같은 합승객을 태운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따라 달려온다. 자기 차를 직접 운전하는 사람을 위한 전용 도로가 마련돼 있지만, 이용자는 소수의 운전 마니아에 불과하다. 앞으로 우리 소비의 대부분은 제품 구매 대신 서비스 가입이 된다. 예를 들어 코카콜라 회원에 가입하면 전 세계 편의점, 호텔, 놀이공원 등 어디에서 파는 코카콜라든 상관없이 마음껏 꺼내 마실 수 있다. 코카콜라 '이용권'을 사는 것이다. 지문이나 홍채 등 생체 인식으로 회원권 소지 여부를 확인하면 된다. 앞으로 제품 하나를 팔아서 이윤을 남기는 시대는 저물 것이다."

미래학자 케빈 켈리의 서가는 첨단 기기 대신 책과 인체 모형, 레고 블록, 세계 연표 등으로 꽉 차 있다.
미래학자 케빈 켈리의 서가는 첨단 기기 대신 책과 인체 모형, 레고 블록, 세계 연표 등으로 꽉 차 있다. / 조 첸

'기술의 충격' '통제 불능' 등 미래 예측 베스트셀러를 쓴 케빈 켈리(Kelly·65)가 전망한 2030년의 모습이다. 그는 인터넷 혁명의 파급을 일찌감치 짚어낸 인물로 유명하다. 1993년 IT 전문지 '와이어드'를 공동 창간해 초대 편집장으로 일했다. 끊임없이 미래 모습을 탐구하는 그를 만나기 위해 미국 퍼시피카의 자택을 찾았다. 도심과 거리가 먼 산자락, 초인종 없는 통나무집이다. 켈리의 안내를 받아 들어선 서가 모습도 '첨단'과는 거리가 멀었다. 1층과 2층을 연결해 설치한 나무 책장에는 바닥부터 천장까지 종이책이 빽빽했다. 방 안은 스티로폼 박스로 직접 조립한 로봇 모형, 레고 블록, 모빌, 인체와 두뇌 모형, 세계 연표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 '잡동사니'로 꽉 차 있었다. 인터넷과 클라우드로 전 세계가 연결된 세상을 일찌감치 예측한 미래학자지만, 정작 그는 '24시간 연결'을 거부하고 있었다. 그는 "식사 시간이나 사람을 만날 땐 스마트폰을 절대로 보지 않고, 일주일에 하루는 '스크린 보지 않는 날'로 정해 전자 기기를 끄고 지낸다"고 했다.

영화 ‘아이, 로봇’은 2035년 인간이 인공지능 로봇에 모든 생활 편의를 제공받으며 살아가는 미래를 묘사했다.
영화 ‘아이, 로봇’은 2035년 인간이 인공지능 로봇에 모든 생활 편의를 제공받으며 살아가는 미래를 묘사했다. / 20세기폭스

자동화는 인류 위협 아니다

―앞으로 사람은 '로봇이 할 일을 찾아주는 일'을 해야 할 거라고 했는데.

"(발아래 카펫을 가리키며) 이 카펫은 사람 손으로 만든 것이다. 정교하지만 약간씩 틈이 벌어져 있다. '아름답다'고 할 수 있지만 '완벽'은 아니다. 흠 없는 완벽한 카펫을 만들 수 있는 것은 기계뿐이다. 점점 사람이 이런 일을 해야 할 필요성은 줄어든다. 자연스럽게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고 사람의 일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농부를 생각해보자. 실제 농사일은 대부분 로봇이 할 것이다. 농부가 해야 할 일은 무얼 심을지, 어떤 농작물의 변종을 만들지 고민하는 것이다. 결정을 내리면 로봇이 수행한다. 자동화는 지금 존재하는 일자리에 대한 위협일지 몰라도 인류 자체에 대한 위협이 아니다. 로봇과 AI가 사람의 힘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까지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제품을 만들어 파는 제조업은 살아남기 어렵나.

"그렇다. 현존하는 브랜드 대다수가 서비스로 전환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본다. 모든 물건을 공유해서 쓸 수 있는 시대에는 '물건 판매'로 거둘 수 있는 수익이 점점 줄어든다. 예를 들어 앞으로는 화장품 회사가 화장품을 판매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 대신 가입자가 언제든 방문해 그 브랜드의 모든 제품을 사용할 권리를 사고팔 것이다. 앞으로 제조업체들은 새로운 물건을 개발하는 동시에 소비자를 평생 고객으로 잡아둘 서비스를 고안해내야 할 것이다. 아마 회사마다 가입자 확보를 위해 한 가지 샘플 상품 정도는 무료로 풀어놓을 것이다. 그러나 더 많은 혜택을 누리려면 결국 '접근권'을 사야 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소유하는 것보다 공유하고 빌려쓰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특별히 애착이 가는 몇 가지 물건은 사서 소유할 수 있겠지만 나머지 대부분은 빌리거나 접근권을 활용하며 살게 될 것이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2054년 자율주행차가 일상이 된 미래를 그렸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2054년 자율주행차가 일상이 된 미래를 그렸다. / 20세기폭스

―지금 개인이 미래를 대비해 키워야 할 능력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좋은 질문을 던지는 법을 배워야 한다. 사람을 가장 사람답게 만드는 것은 질문하는 능력이다. 학교 교육과정도 그에 맞춰 바뀌어야 할 것이다. 지금 학교에서 가르치는 '정보'들은 굳이 힘들게 외울 필요가 없다. 기계에 질문하고 인터넷에 접속하면 언제 어디에서나 곧바로 궁금증을 풀 수 있다. 사람은 그렇게 얻은 정보 속에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 새로운 것을 탐구하고 배워나가야 한다. 학교에서 가르쳐야 할 기술이 바로 이런 것이다. 좋은 질문을 할 줄 아는 사람은 세상의 모든 곳에서 질문거리를 찾아낼 줄 안다. 뭔가 만들면서 그 안에서 질문을 찾고, 주변 현상을 바라보면서도 질문을 찾을 수 있다. 앞으로는 '교육받은 사람'의 의미가 '질문하는 법을 훈련받은 사람'을 뜻하는 말이 될 것이다."

―쉼 없이 새 분야를 탐구해야 한다면, 한 분야를 파는 '장인'은 살아남기 어려운가.

"그렇지는 않다. 결국 사람을 완전히 만족하게 할 수 있는 존재는 사람뿐이기 때문이다. 가령 진단의학이 로봇으로 대체된다고 하자. 하지만 로봇이 던질 수 없는 질문을 만들어 새로운 해석을 하도록 하는 것은 인간의 역할이 될 것이다. 모든 분야가 그렇다. 예술이든 기술이든, 한 분야 최고 전문가는 살아남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보다는 훨씬 더 적은 수만 남게 될 거란 얘기다."

지구 행성 차원의 글로벌 정부 생긴다

―50년, 100년 뒤의 더 먼 미래는 어떨 것으로 생각하나.

"세상의 정보가 클라우드라는 공간에 저장되는 현상은 이미 시작됐다. 그런 클라우드를 서로 잇는 인터클라우드가 생길 것이고, 더 나아가 전 세계가 정보를 즉각 공유하게 될 것이다. 개인의 지능은 의미가 없어지는 '글로벌 지능'의 시대가 온다는 말이다. 사람 사이의 '관계 맺기'라는 개념 자체가 통째로 흔들리고, 개인의 자아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이런 변화에 공포를 느끼는 사람도 많을 것이고, 그 때문에 발전을 거부하고 퇴보하려는 움직임도 일 것이다. 그런 시대가 왔을 때 우리 사회와 국가, 정부는 어떻게 바뀔까. 아마 전 지구를 총괄해 관리하는 '글로벌 정부' 창설이 이슈로 떠오를 것이다. 지구라는 행성이 겪는 가장 흥미진진한 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산업혁명 이상의 충격적인 변화가 아닐까. 모든 지구인이 연결된 세상, 그게 내 다음 연구 과제다."

지식 키워드

놓치면 안되는 기사

팝업 닫기

WEEKLY BIZ 추천기사

Cover Story

더보기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