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10억달러 이상 신생 기업 70%, 향후 10년간 신흥국서 나올 것

입력 2017.01.07 03:00

[Insight]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 부부

세계경제 중심 北에서 南으로… 신흥국 소비자 잡는 자가 이긴다

"서구 패권주의가 끝나고 아시아·아프리카·남미의 신흥 150개국이 21세기 세계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할 것이다. 세계경제는 이 신흥국들의 소비자가 주도하게 된다. 한국 기업들은 이 신흥국 소비자를 잡아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서방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현지 실정과 문화를 구체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Insight]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 부부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 부부는 세계경제의 성장 동력이 미국이나 유럽에서 아시아·아프리카·남미 등으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 조인원 기자
세계적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John Naisbitt)와 도리스(Doris) 나이스비트는 지난해 12월 서울 플라자 호텔에서 위클리비즈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 기업들이 저성장에서 탈출하려면 신흥국 소비자들을 사로잡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나이스비트 부부에 따르면 전 세계 중산층 인구는 2012년 20억명에서 2030년에 49억명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이 중 64%가 아시아 인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유럽과 미국의 중산층 인구가 전 세계 중산층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50%에서 2030년 22%까지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나이스비트는 "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 세 대륙에 걸쳐 있는 거대한 경제 벨트, 즉 글로벌 서던 벨트(Global Southern Belt)가 세계를 재편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글로벌 서던 벨트는 지리적 개념이 아니라 과거 선진국(북)과 제3세계 신흥국(남)을 나누던 남북 개념에서 비롯됐다. 서던 벨트에 속하는 지역은 중국·인도·동남아·남미·중미·아프리카 등이다. 나이스비트는 또 "만약 신흥국에서 비즈니스나 투자를 고민 중인 기업인이라면 그 나라의 고전문학부터 읽어보라. 중국인이 경극을 만들고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탱고를 사랑하는 것은 결코 우연한 결과가 아니다"고 조언했다.

나이스비트 부부는 신간 '힘의 이동(원제 Global Game Change)' 출시 강연회를 위해 방한했다.

남미 사람들이 유럽 와서 소비하는 시대

―새 책 제목 '힘의 이동'은 어떤 의미인가.

"세계경제의 중심이 북에서 남으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은 1980년대부터 세계 최대 경제 강국 자리를 차지해왔다. 실제로 과거 수십 년간 미국과 미국의 서방 동맹국들이 세계경제를 주도해왔고 그들의 생활 방식, 비즈니스 모델, 옷, 음식 등이 세계 각지에서 유행했다. 서방 인구는 세계 인구의 10분의 1에 불과하지만, 그들은 전 세계 부(富)의 4분의 3을 차지했다. 하지만 세계의 조타수 역할을 해온 서방 강국의 시대가 점차 막을 내리고 있다. 향후 10년간 새롭게 설립되는 시가총액 10억달러 이상 기업 중 70%는 신흥 경제국 기업, 즉 글로벌 서던 벨트에서 나올 것이다."

―글로벌 서던 벨트가 부상하면 어떤 변화가 오나.

"역사적으로 유례없이 전 세계 중산층이 확대된다. 이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의미한다. 과거 수십 년 동안 주요 소비층은 서방국가와 일본에 집중되어 있었고 우리는 그런 상황에 익숙해져 이 문제를 깊이 인식하지 못했다. 만약 신흥 시장의 한 해 소비액이 올해 12조달러에서 10년 후 30조달러까지 증가한다면 세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예상해본 적이 있는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이는 그 변화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도 전혀 예상해 보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구체적으로 예를 든다면.

"전 세계 상품의 이동 목적지는 선진국에서 글로벌 서던 벨트, 즉 아시아·아프리카·남미의 신흥 경제국 150곳으로 바뀔 것이다. 전 세계 상품 유통량의 40%가 신흥 경제국에서 출발하고 있으며, 그중 60%는 다른 신흥 경제국이 목적지다. 아울러 과거에는 독일인이 남미에 가서 휴가를 즐겼지만 지금은 반대로 남미 사람들이 유럽에 와서 소비한다. 이대로라면, 앞으로 유럽은 신흥국 소비자를 위한 맞춤 여행 상품에 주력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콜롬비아 수도인 보고타에서 맛본 개미참치 정식이나 멕시코에서 먹어본 송충이 페이스트리 같은 희귀한 민속 음식이 세계적으로 유행할 거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해외여행 증가로 이제 아시아의 수퍼마켓에서 유럽 식품을 구입하는 것은 흔한 일이 됐다. 중국인은 치즈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중국의 대형 마트에 가면 다양한 치즈가 구비되어 있고, 상파울루의 레스토랑에서는 손님에게 오스트리아산 와인을 제공한다."

아프리카 관광객 2020년쯤 8500만명

―신흥국으로 여행하는 인구도 늘지 않았나.

"그렇다. 아프리카는 세계 호텔업의 새로운 경쟁지로 떠오르면서 과거 10년간 이름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도시와 지역이 국제 관광 및 비즈니스 여행업계에서 한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차드공화국의 수도인 은자메나나 앙골라의 수도 루안다는 그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파이낸셜타임스가 음식, 교통, 숙박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세계에서 비즈니스 여행 비용이 가장 비싼 다섯 도시를 선정한 결과 이 두 도시가 포함됐다. 믿기 어렵겠지만 루안다에서 하루 숙박비 500달러 이하 호텔을 찾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세계적 호텔 체인 아코르, 메리어트, 베스트웨스턴, 켐핀스키 등의 목표 고객층도 이들로 바뀌고 있다. 유엔세계관광기구에 따르면, 2012년 5000만명이던 아프리카 관광객이 2020년이면 8500만명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서던 벨트의 새로운 소비자층은 소비 패턴이 어떤가.

"남미·아시아·아프리카의 소비자는 소비 방식이 각각 다르다. 남미 사람들은 순수한 생계비 지출 외에 외식이나 친구 모임, 여가 활동 참여 등에 적잖은 금액을 지출한다. 예컨대 브라질 사람들의 소득 대비 저축률은 10%에 불과하지만 중국인은 소득의 3분의 1을 저축한다. 중국인은 남부가 상대적으로 지출이 많긴 해도 전반적으로 저축을 중시한다. 소비 행태가 지역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어쨌거나 중국인의 전체적 생활수준은 과거보다 훨씬 높아졌다."

중국도 지역·도시마다 소비 습관 차이

―중국 부유층의 소비 형태는 어떠한가.

"중국 부유층 내에도 다양한 특성이 존재한다. 보통 중국 소비자를 생각하면, 대형 버스에서 우르르 쏟아져 내린 뒤 몇 시간 뒤 구찌, 프라다, 아르마니, 버버리 등 각종 브랜드의 크고 작은 쇼핑백을 양손에 잔뜩 들고 다시 차에 오르는 풍경이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막상 중국에서 고가 제품을 파는 명품 매장에 가보면 손님보다 점원이 더 많다. 이 광경이 의아했는데, 한 친구가 그 답을 알려줬다. 중국의 부자들은 매장에서 물건 사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먼저 매장을 한 바퀴 돌아본 뒤 매장 직원을 집으로 불러 물건을 산다고 한다. 즉 중국 소비자는 지역·도시마다 소비 습관에 차이가 있고 도시와 농촌 간에도 차이를 보인다. 이처럼 글로벌 서던 벨트에 속하는 각 나라에는 공통점이 있지만 자국만의 독특한 발전 방식에 따른 차이점도 존재한다."

―신흥국 소비자에 대해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중국에서 비즈니스하는 서방인이 많다. 그중 370억달러의 펀드를 운용하는 한 중국 기업 투자가는 10년 넘게 중국에 살았는데, 유창하게 중국어를 구사할 뿐 아니라 중국 기업에 대한 성공적인 투자로 유명하다. 그가 투자한 기업 중 중국 인터넷 기업 텐센트는 10년 만에 주가가 25배나 뛰었다. 이런 우량 신흥국 기업을 찾아낸 비결에 대해 그는 '투자할 나라에 대해 진정으로 알고 싶다면 반드시 그 나라의 문학 작품을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존 나이스비트

존 나이스비트(Naisbitt)는 앨빈 토플러와 함께 대표적인 미래학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1982년 출간한 저서 '메가 트렌드'가 1400만부 이상 팔리며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1929년생인 나이스비트는 미국 유타 출신으로 IBM과 이스트만코닥 등 민간 기업에서 일하다 1960년대 미국 존 F 케네디 정부의 교육부 차관보로 발탁돼 공직 사회에 입문했다. 린든 존슨 내각에서는 대통령 특별 보좌관을 역임했다.

1970년대부터 하버드·코넬·유타 대학 등에서 정치학·인문학·공학 등을 두루 연구하며 주로 학계에서 활동했다. 2007년 중국 톈진대학교에 '나이스비트 중국 연구소'를 설립해 연구 활동을 했다.

서던 밸트
☞서던 밸트

나이스비트 부부가 앞으로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력으로 제시하는 것은 '글로벌 서던 벨트'(Global Southern Belt). 과거 강대국인 북미와 러시아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구의 남쪽을 둥글게 에워싸고 있는 아시아-아프리카-남미 지역을 지칭한다. 여기에는 지구촌 196개국 중 150개국이 포함돼 있다. 인구로 따지면 전 세계 인구의 80%를 차지한다. 그중에서 중국은 좋든 싫든 다중심 세계의 리더로 부상한다는 게 그들의 전망이다. 향후 5년간 신흥경제국에서 증가하는 전체 부의 절반 역시 중국에서 나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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