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로 경제 번영한다는 낙관주의가 흔들리고 있다"…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는 者가 勝者

입력 2017.01.07 03:00

[2017년 5대 경제 이슈]

1 트럼프 부양책 효과는

美 경제 호황 맛보겠지만 곧 재앙으로 돌아올 수도

도널드 트럼프가 이달 20일 미국 45대 대통령에 취임한다. 트럼프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내놓을 정책에 기대와 우려가 함께 나온다. 아데어 터너 미 신경제사고연구소 운영위원장은 "규모는 확실치 않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공약한 대로 재정 지출을 늘려 경기 부양책을 시행하면 미국 경제 성장세가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약속한 감세, 규제 완화, 인프라 투자 정책이 경기를 끌어올릴 것이란 기대로 미국 주식시장은 상승세다.

그러나 경기 부양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애덤 포즌 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장은 "트럼프 효과로 미국 경제가 호황을 맞을 수도 있지만,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며 "특히 경쟁력 없는 산업까지 모두 보호하겠다는 트럼프의 접근 방식은 미국 경제에 재앙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커런시 워(Currency Wars·통화전쟁)'의 저자인 제임스 리카즈는 미 의회가 트럼프의 감세와 정부 지출 확대에 제동을 걸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앨런 크루거 프린스턴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라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도 위험 요인"이라고 말했다.

2 反세계화 거세지나

포퓰리즘 정책·보호무역… 美-中 사사건건 충돌할 듯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수십 년간 이어진 세계화 흐름이 후퇴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책이 난무하고 보호무역주의가 세를 불리고 있다. 클레멘스 퓌스트 독일 Ifo경제연구소장은 “포퓰리스트 정부는 빚더미 속에서도 돈을 마구 쓰고 이민자를 배척하는 등 근시안적 정책에만 매달려 경제를 위험에 빠트린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무역정책은 강경한 보호무역주의 위에 서 있다. 특히 트럼프는 신설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와 미 무역대표부 수장에 잇따라 반중(反中) 인사를 지명하면서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돌입했다. 앤디 셰 전 모건스탠리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행정부는 환율·무역정책에서 중국과 사사건건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존 자유무역 협정이 양극화를 조장해 세계화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다자 자유무역 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협상 우선순위가 노동자가 아닌 기업 이익에 맞춰져 있어 노동자에게 공평하지 않다”고 말했다.

3 유럽연합 분열 조짐

브렉시트 이어 이탈렉시트? 유럽 정치 리스크 도사려

유럽연합(EU) 존속에 대한 의구심이 어느 때보다도 커졌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시작된 유럽 각국의 EU 탈퇴 움직임이 올해 더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가장 먼저 영국의 뒤를 이어 EU를 떠날 가능성이 큰 국가로 이탈리아가 꼽힌다. 개헌안 국민투표 부결에 따라 올해 상반기 중 치러질 이탈리아 조기 총선에서 극우 포퓰리즘 정당인 오성운동이 승리하면 이탈렉시트(이탈리아의 EU 탈퇴)가 현실화할 수 있다. 클레멘스 퓌스트 Ifo경제연구소장은 “현재 이탈리아의 생활수준은 2000년과 같은 상태이기 때문에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이탈렉시트는 먼 얘기가 아니다”고 했다. 제임스 리카즈는 “이탈리아 금융권이 안고 있는 위험이 독일과 스페인 등으로 번지면 재정 위기보다 더 심각한 금융 위기가 유럽을 덮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네덜란드·프랑스·독일에서도 총선과 대선 등 각종 선거가 치러진다. 유럽 전역의 정치 리스크가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을 흔들 변수로 지목된다. 아데어 터너 신경제사고연구소 운영위원장은 “유로존 경제가 그런대로 괜찮다는 시각도 있지만, 포퓰리스트 극성을 잠재울 만큼 잘 굴러가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4 금리 올리는 FRB

신흥국, 美 금리 인상 타격… 문제는 얼마나 올리느냐

미국 금리 인상은 올해 내내 세계 금융시장을 움직일 변수다.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 의장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올해 세 차례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관건은 연준이 실제 얼마나 올릴 것인가다. 앨런 크루거 프린스턴대 교수는 “금리 인상 폭과 속도가 금융시장을 뒤흔들 것”이라고 말했다. 클레멘스 퓌스트 Ifo경제연구소장은 “미국 내 물가 상승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적시에 금리를 인상해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반면 제임스 리카즈는 “트럼프 행정부의 경기 부양책 규모가 예상만큼 크지 않고 미국 경제가 연준 예측만큼 강하지 않으면,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가 후퇴할 수도 있다”고 했다.

미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화 강세는 신흥국 경제를 짓누를 것이란 전망이 많다. 장쥔 푸단대 중국경제연구소장은 “미국이 금리 인상을 지속할 경우 원자재 중심인 신흥국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신흥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큰 국가들도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앤디 셰 전 모건스탠리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금리가 급격히 인상되면 신흥국은 저금리 시절 늘려놓은 부채를 갚기 어려워져 경제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고 했다.

5 중국 부채구조조정 여파는

위안화 가치 하락 가능성… 국영기업 구조개혁 하나

미국과 함께 G2(주요 2개국)로 꼽히는 중국은 올해 말 19차 당대회를 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번 당대회에서 장기 집권을 확실히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장쥔 푸단대 중국경제연구소장은 “중국 정부의 목표가 수출 중심 성장 모델을 내수 위주로 바꾸는 것인 만큼 경제 체질 전환이 지속적·안정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서비스 산업이 성장하려면 도시화가 더 이뤄져야 하며, 대도시에서도 내부 인프라 투자가 아직 더 필요하다”고 했다. 린이푸 베이징대 교수도 “중국은 인프라 투자를 늘려야 하며, 국내외에서 투자를 유치할 여력도 여전히 크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의 가장 큰 불안 요인으로는 과도한 부채와 위안화 가치 하락이 꼽혔다. 지속 불가능한 수준의 부채를 줄이려면 낙후된 금융 시스템을 개혁하고 국영 기업을 대대적으로 구조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앤디 셰 전 모건스탠리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의 최상의 시나리오는 정부가 위안화 가치를 떠받치면서 근본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Weekly BIZ]

위비가 인터뷰한 경제 석학 10명

●아데어 터너
신경제사고연구소 운영위원장(전 영국 금융감독청장)
●애덤 포즌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장
●앨런 크루거 프린스턴대 교수(전 미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
●앤디 셰 전 모건스탠리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
●배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 교수
●클레멘스 퓌스트 독일 Ifo경제연구소장
●장쥔 푸단대 중국경제연구소장
●제임스 리카즈 ‘화폐의 몰락’ 저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2001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린이푸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교수

[2017년 5대 경영 이슈]

1 유연한 혁신

기존 소비자 만족시키면서 새로운 소비자 찾는 시대

상상 속 기술이 현실이 되는 시대에는 ‘유연한 혁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기존에 정답으로 여겼던 ‘핵심’ ‘선택과 집중’ 등의 통념에 얽매이지 말고 다양한 방법으로 비틀어보며 새로운 시장을 찾으라는 것이다. 찰스 오라일리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잘나가는 기존 사업을 유지하는 동시에 미래 사업을 실험하는 ‘양손잡이 경영’이 필요한 시대”라고 했다. 새로운 사업을 철저하게 준비하겠다는 이유로 꾸물거릴 시간이 없다고도 지적했다. 한스 파울 뷔르크너 보스턴컨설팅그룹 회장은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는 변화를 추구할 시간도 부족하다”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새 경쟁자를 찾아 변화를 따라가면서 이와 동시에 자신만의 구체적인 사업 비전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존 소비자층을 유지하는 데에만 집중하지 말고 놓치고 있는 새 소비자를 찾아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코스타스 마르키데스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는 “기존 기업은 신생 경쟁 업체가 등장할 때 자사 고객에게만 경쟁사 제품에 대한 반응을 묻고 안심하지만, 파괴적 혁신 기업은 기존 기업이 잡지 못한 새로운 소비자를 잡는다”고 말했다.

2 AI 현실화

자율주행차·지능형 비서… 삶 속에 깊숙히 들어온 AI

AI가 자동차, 통역 프로그램, 로봇 등 다양한 디바이스·소프트웨어와 만나 점점 더 삶 속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일상에서 가장 빨리 체감하게 될 AI 기술로 자율 주행 기술이 꼽힌다. AI가 실시간 정보를 반영해 가감속·제동 등의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됐고, 그 판단에 따라 움직이는 하드웨어 기술도 더 정교해지고 있다. 자율 주행차 상용화 시점을 2020년으로 전망한 구글은 물론 작년에 1조원을 투자해 미국에 AI 개발 회사를 세운 도요타를 비롯해 주요 자동차 업체들도 앞다퉈 무인차에 투자하고 있다.

‘인간은 필요 없다’의 저자 제리 캐플런 스탠퍼드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기계가 공장 근로자의 상당수를 대체했듯 AI가 다른 곳 일자리까지 대체해 나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전망했다.

AI를 활용한 ‘지능형 비서’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선보인 챗봇(인공지능 채팅 프로그램), 네이버의 인공지능 ‘톡톡’ 등은 이미 사용자가 메시지로 질문을 보내면 이를 이해해 답을 해준다. 아마존 음성 인식 AI인 ‘알렉사’를 탑재한 스피커 ‘에코’는 음악 재생, 상품 주문 등을 수행하는 것은 물론 6만여개 요리법까지 불러준다.

3 디바이스 표준화

모바일 뛰어넘는 기기 혁명… 기술 표준 경쟁 더 치열해져

사물인터넷(IoT)의 발전은 한동안 소프트웨어 열풍에 가렸던 하드웨어 산업에 다시 불을 붙였다. 짧은 기간 비약적으로 발전한 소프트웨어가 실제 삶에 들어올 수 있게 도울 ‘몸체’가 필요해진 것이다. 안드로이드를 모바일 운영 체제의 ‘표준’으로 만든 앤디 루빈 플레이그라운드 최고경영자(CEO)는 “세상의 정보를 스스로 정확하게 읽고, AI(인공지능)가 시키는 대로 행동하는 기술을 갖춘 기기들이 가까운 미래에 쏟아질 텐데 이때 관련 산업의 패권은 기술 표준(플랫폼)을 쥔 쪽이 갖게 될 것”이라며 AI 디바이스 시대의 플랫폼 혁명을 예고했다.

IoT,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 등 새로운 하드웨어 기술 표준을 선점하려는 기업들의 경쟁도 더 치열해지고 있다.

초반에 기술 표준을 선점해 시장 영역을 넓히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홈 분야에서는 퀄컴·마이크로소프트의 ‘올조인’, 인텔·삼성전자의 ‘OIC’, 애플 ‘홈킷’, 구글 ‘브릴로·위브’ 등이 경합하고 있다. LG전자와 현대·기아차, GM·엔비디아, 폴크스바겐, 파나소닉 등은 글로벌 커넥티드 카 개발 연합체 ‘오픈 오토모티브 얼라이언스(OAA)’에 참여해 미래 자동차 기술 표준에 도전하고 있다.

4 정교해지는 빅데이터

쌓여있는 빅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할 것인가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가장 주목받은 분야는 빅데이터 분석이었다.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은 다양한 유권자 정보를 축적해 처리하면서 여론을 파악하고 선거 전략을 수정했다. 이런 기대에도 불구하고 미 대선 결과는 대다수 예측을 완전히 빗나갔다. 그래서 기존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통계 내는 수준이 아닌 더 정교한 분석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짐 굿나잇 SAS 회장은 “데이터 자체는 신기술이 아니지만 어떻게 분석하느냐에 따라 활용도가 달라진다”며 “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해 더 정교한 결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 앞으로 더 깊은 연구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다양해지는 데이터 분석 방법도 주목된다. 소셜 미디어 공유 사진 정보로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디토랩스의 데이비드 로즈 CEO는 “초바니라는 요거트 회사는 소셜 미디어에 공유된 사진을 분석해 소비자가 통근길에 차 안에서 요거트를 식사 대용으로 먹는다는 사실을 알게 돼 제품 디자인을 바꿨다”며 “소셜 미디어에 하루 18억장씩 공유되는 사진 속에 드러나는 소비자의 취향과 관심사를 분류하면 새로운 시장을 발굴할 수 있다.”고 말했다.

5 기술 인재 확충

최고의 인재 잡으려고 조직 문화 바꾸는 기업들

디바이스 표준화, AI, 빅데이터 시대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인재다. 신기술 습득은 물론 미래 환경 변화에 대한 통찰력을 갖춘 인재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기업 경쟁력이 판가름난다.

조엘 피터슨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정보 공유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훌륭한 리더 밑에서 일하는 이점을 혼자 누리지 않고 주변 사람과 공유하기 때문에, 결국 좋은 조직에 좋은 인재가 몰리게 된다”고 말했다.

프로젝트별로 일하는 경우가 많고 회사에 대한 충성도에만 의존하기 어려운 신세대 직원을 붙들려면 확실한 비전과 보상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애플 시리(Siri) 개발로 유명한 노먼 위너스키 전 SRI 벤처스 대표는 “각 분야 최고 인재들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비전을 공유하고, 밤낮없이 일하는 직원들에게 ‘성공하면 확실한 보상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창의적인 인재를 채용하려는 기업의 채용 기준도 다양해지고 있다. 스티브 잡스의 첫 상사로 유명한 놀런 부시넬 아타리 창업자는 “특이한 취미에 몰입하는 사람, 질문에 적극적으로 답변할 수 있는 사람을 눈여겨본다”고 말했다.


[Weekly BIZ]
위비가 인터뷰한 경영 대가 10명

●앤디 루빈
플레이그라운드 최고경영자
●제리 캐플런 스탠퍼드대 컴퓨터과학과 교수
●찰스 오라일리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한스 파울 뷔르크너 보스턴컨설팅그룹 회장
●코스타스 마르키데스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
●짐 굿나잇 SAS 회장
●데이비드 로즈 디토랩스 최고경영자
●조엘 피터슨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노먼 위너스키 전 SRI 벤처스 대표
●놀런 부시넬 아타리 창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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