旣知의 未知 시대…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있나

입력 2017.01.07 03:00

[Cover Story] 글로벌 경제·경영 大家 20명이 꼽은 '2017년 10대 이슈'

2017년 세계 경제·경영을 관통하는 특징은 불확실성(uncertainty)이다. 지난해 벌어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등 큰 사건들이 올해 세계 정치뿐 아니라 경제·경영에 큰 여진을 남길 전망이다. 하지만 진폭이 얼마나 클지 예측하기 어려워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 상황' '기지(旣知)의 미지(未知) 시대'라고 말한다.

올해 세계 경제·경영계를 휘감고 있는 불확실성은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같은 정치적 요인에서 주로 비롯된다. 당장 지난해 시작된 '트럼프 랠리(rally·주가 상승)'가 새해 초에도 지속될지, 아니면 '트럼프 슬럼프(slump·주가 하락)'로 전환될지 여부가 관심거리이다. 또 브렉시트 협상과 유럽연합(EU)의 분열 여부, 중국 경제의 구조조정 등 글로벌 시장을 뒤흔들 정치·경제 이벤트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위클리비즈는 불확실성의 원인과 해결책을 찾기 위해 최근 20명의 글로벌 경제 석학과 경영대가를 상대로 인터뷰나 설문조사를 통해 '2017년 세계 경제·경영 이슈'를 물었다.


그래픽=김현국 기자
그래픽=김현국 기자
예측 불허의 트럼프 경제정책

경제 석학 10명 중 7명이 불확실성의 가장 큰 원인으로 '트럼프 경기 부양책'과 '거세지는 반(反)세계화'를 꼽았다. 영국 금융감독청장을 지낸 아데어 터너 신경제사고연구소 운영위원장은 "트럼프가 무슨 일을 할지 도대체 알 수 없다"고 했다. 일부 석학들은 트럼프의 경기 부양책이 미국 경제 성장세를 이끌 수 있다고 전망했으나, 트럼프의 경제 정책 공약이나 말에 일관성이 없다(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지적도 나왔다.

앨런 크루거 프린스턴대 교수는 "세계화로 세계경제가 번영할 것이라는 낙관주의가 흔들리고 있다"고 했다. 유럽과 미국에서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주의, 이민자 혐오 등이 번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린이푸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교수는 트럼프 등장이 가져올 보호무역 득세와 자유무역 퇴조 가능성을 가장 큰 리스크(위험 요인)로 들었다.

브렉시트에 따른 EU의 분열 위기와 미국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리 인상도 세계경제 특히, 금융시장을 좌우할 대표적 변수로 꼽혔다. 10명의 석학 중 6명이 이 두 가지를 5대 변수에 포함시켰다.

배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 교수는 "브렉시트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 얼마나 오래갈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는 것이 유럽과 세계경제에 드리워진 먹구름"이라며 "다른 나라가 영국의 전철을 밟을지, EU가 과연 생존할 수 있을지도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애덤 포즌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장은 "EU의 구심점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4연임에 성공할지, EU 탈퇴를 공약으로 내건 프랑스의 극우 정당인 민족전선 당수 마린 르펜이 얼마나 표를 획득할지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앤디 셰 전 모건스탠리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과 인프라 투자 중심의 재정정책은 신흥국에서 달러를 빠져나가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0명 중 5명은 '중국의 부채 구조조정'을 5대 변수 중 하나로 지목했다. 장쥔 푸단대 중국경제연구소장은 "중국 경제성장률이 조금씩 낮아지는 데도 부채, 특히 국영기업의 부채가 과도하게 팽창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폐의 몰락'의 저자 제임스 리카즈는 "중국 위안화가 평가절하되면서 외환보유액이 줄어들면 중국은 자본 통제에 나설 수밖에 없고, 세계경제가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래픽] 2017년 국제 경제 주요 일정
불확실성 넘는 '유연한 혁신' 필요

10인의 경영 전문가들은 올해의 5대 경영 키워드로 '유연한 혁신' '인공지능(AI) 현실화' '디바이스 표준화' '정교해지는 빅데이터' '기술 인재 확충'을 꼽았다.

불확실한 시대일수록 유연성이 CEO와 관리자의 새해 덕목이 돼야 한다는 조언이 많았다. 기업의 성공과 실패 원인을 연구해 온 찰스 오라일리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기존 사업을 관리하면서도 성공 증후군에 빠지지 않고 새로운 시장과 고객을 찾는 작업을 동시에 해야 한다"고 했다.

라제시 찬디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는 "미래 소비자는 어떨지, 지금과 어떻게 다를지를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모바일 운영 체제 안드로이드를 개발한 앤디 루빈 플레이그라운드 CEO(최고경영자)는 "하드웨어의 발전에 따른 디바이스의 표준화가 인공지능의 상용화를 앞당길 것"이라고 했다. 인공지능이라는 뇌(腦)가 디바이스라는 몸체를 장착해 실생활에 깊숙하게 파고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술의 변화만큼 전통적인 인재상도 바뀌어야 한다. 미래 환경 변화에 민감한 인력이 많은 조직이 성공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각을 가지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정보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데이터를 재가공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인 SAS의 짐 굿나잇 회장은 "쌓여 있는 빅데이터를 얼마나 정교하게 만들고 또 어떻게 정밀하게 분석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기업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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