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in Depth] 미디어 경제학 권위자 매튜 젠스코 스탠퍼드대 교수 인터뷰
CNN처럼 모든 주제를 신뢰성 있게 다루는 일 쉽지 않아… 극소수 매체만 고품질 뉴스 만들어내
트럼프는 진보 성향의 NYT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후 NYT와 끝없이 대립해왔다. 대통령 당선 후인 지난달 13일엔 트위터에 "NYT가 트럼프 현상에 대한 형편없고 부정확한 보도 때문에 수천명의 독자를 잃고 있다"고 썼다.
트럼프의 말대로 NYT 구독자 수는 줄었을까. 최근 마크 톰슨 NYT 최고경영자(CEO)는 대선 투표일 이후 약 3주간 종이 신문과 온라인판의 유료 구독자 수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0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톰슨 CEO는 "망해가기는커녕 NYT의 저널리즘에 대한 호응이 굉장히 커졌다"며 "인터넷에서 뉴스를 접하는 사람의 절반이 NYT를 읽는다"고 말했다.
선거 기간 여론이 보수와 진보로 갈리면서 극우·극좌 성향의 뉴스 매체가 기승을 부렸지만, 그와 별개로 미 주류 언론의 영향력은 여전히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선 후 주요 언론사의 구독자 수와 웹사이트 방문자 수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투표일과 다음 날 웹사이트 방문자 수가 2014년 2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미디어 경제학 분야 권위자인 매튜 젠스코(Gentzkow·41) 미 스탠퍼드대 교수는 이에 대해 "온라인 뉴스 매체가 급증하면서 보수 성향의 독자는 보수 매체의 뉴스만 찾아 읽고 진보 성향 독자는 진보 매체의 뉴스만 본다는 인식이 일반적이지만, 연구 결과 뉴스 소비에서 이념 양극화는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덜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 이념 성향에 상관없이 뉴스 소비자의 대다수는 공신력 높은 주류 언론을 통해 정보를 얻는다"고 했다.
젠스코 교수는 젊은 나이에 경제학계의 인정을 받았지만, 하버드대 학부 졸업 후 공부를 접고 몇 년간 연극 활동을 한 다소 특이한 경력도 가지고 있다. 젠스코 교수는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재직 당시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받은 후 2015년 스탠퍼드대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실리콘밸리와 가까운 스탠퍼드대에서 기술과 미디어를 접목한 연구를 더 많이 할 수 있을 것이란 점이 학교를 옮긴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미디어 연구는 정통 경제학과는 거리가 있는데,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대학원에 다닐 때 ‘온라인 뉴스의 영향’이란 주제로 연구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다. 그 후로 미디어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됐다. 미디어는 정치·사회적 측면이 결합된 분야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텔레비전이 어린이에게 미치는 영향이나 미디어 편향성이 투표와 정치 체제에 미치는 영향 등은 그동안 경제학에서 별로 연구되지 않은 주제다.
미디어 경제학은 완전히 새로운 분야는 아니다. 오랫동안 이 분야를 연구한 경제학자들이 있다. 달라진 점은 지금은 미디어 연구를 위해 이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아주 많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미디어 회사가 축적해온 상세한 기록들이 있긴 했지만, 기술 발전 덕분에 이렇게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한데 모아 대규모로 분석할 수 있게 됐다. 그런 변화가 일어나던 시기에 연구를 시작해 운이 좋았다.”
―구체적으로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나.
“과거에는 신문에 실린 내용을 연구할 때 가난한 대학원생들에게 돈을 주고 수천장의 신문을 샅샅이 뒤지게 했다. 신문을 한 장씩 읽으면서 특정 표현이 나올 때마다 기록하는 노동집약적 수작업이었다. 이젠 디지털로 변환한 방대한 자료를 통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데이터 수집이 훨씬 큰 규모로 자동화된 것이다. 매일 새로운 데이터가 생겨난다. 내 연구의 상당 부분은 머신러닝(기계학습)과 언어학 기법을 활용해 수량화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다.”
젠스코 교수는 2011년 제시 샤피로 당시 시카고대 교수(현재 브라운대 재직)와 함께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의 이념 분리’란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 연구는 ‘온라인에서는 비슷한 정치적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자기들끼리만 어울린다는 말이 진짜일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했다. 인터넷상에는 온라인 뉴스 매체와 뚜렷한 이념 성향을 가진 정치 블로그가 넘쳐나고 있다. 당시 온라인에서는 사람들이 자기 생각과 같은 뉴스 사이트에서만 뉴스를 본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젠스코 교수와 샤피로 교수는 이런 인식이 어느 정도까지 맞는지 알아보기 위해 온라인에서 실제 뉴스를 소비하는 방식을 조사했다. 두 사람은 인터넷 뉴스 소비자의 이념 성향에 따라 이들이 찾아가는 뉴스 사이트가 철저히 갈린다는 생각은 근거가 희박하다고 결론 내렸다.
―연구 결론이 의미하는 것은 뭔가.
“인터넷에서 보수와 진보 간 이념 양극화가 심해져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것이란 우려가 있었는데, 이런 우려는 과장됐다는 것이다. 온라인에는 오프라인에서보다 훨씬 광범위한 뉴스 창구가 있다. 극단적인 성향으로 기운 창구가 훨씬 더 많고 이런 곳에는 극단적인 이념 성향을 가진 독자들이 있다. 극우 성향 온라인 사이트에 가면 극우 성향의 독자가 많고 극좌 성향 사이트에 가면 극좌 성향의 독자가 많다. 이렇게만 보면 전체 인구가 이념적으로 상당히 분리돼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놓치고 있는 게 있다. 실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주류 중도 사이트와 비교해 이런 극우 또는 극좌 성향의 사이트에 가느냐는 것이다. 인터넷의 특징은 뉴스 소비자가 단지 한 곳의 사이트만 찾아가진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여러 사이트를 방문한다. 예컨대, 뉴스 소비자가 극우 또는 극좌 성향의 사이트에서 5분간 머물면 중도 성향 사이트에서는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보수나 진보의 구분이 별로 없다는 건가.
“조사 결과를 보면, 보수 성향일수록 보수 매체인 폭스뉴스를 시청할 가능성이 더 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진보 성향 독자 중 상당수도 폭스뉴스를 본다고 답했다. 보수 성향 독자 중에도 꽤 많은 수가 진보 색깔이 더 강한 CNN이나 MSNBC를 본다. 폭스뉴스 시청자와 뉴욕타임스(NYT) 독자도 상당 부분 겹친다.
CNN이나 폭스뉴스, NYT는 성향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크게 보면 모두 스펙트럼의 중간에 위치한다. 미국에서는 중간지대에 있는 소수의 대형 사이트들이 인터넷 뉴스 소비를 장악하고 있다. 전체 인구 중 소수의 인원만이 극우 또는 극좌 성향 사이트에 간다. 이들은 중도에 가까운 사이트에서도 많은 정보를 얻는다. 생각만큼 이들의 이념 성향이 편향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보수 성향의 드러지리포트나 진보 성향의 허핑턴포스트 사이트를 방문하는 사람 중 대다수는 중도 사이트도 가고 때로는 반대쪽 성향의 사이트도 들른다. ‘잡식’ 뉴스 소비가 편향성을 줄여준다.
누군가 정치 블로그를 방문하는 것은 정치에 관심이 많고 인터넷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 사람이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뉴스 소비량이 많지 않은 사람은 대개 정치 블로그에 가지 않고 극단적 성향의 사이트도 찾지 않는다. 이들은 주류 사이트만 방문하곤 한다.”
―주류 사이트의 기준은 뭔가.
“아프가니스탄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다면, 누가 가장 종합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전할 것 같은가. 극단적 이념을 가진 사람이라도 ‘신나치주의 우익 블로그’라고 답하진 않을 것이다. NYT나 CNN을 꼽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곳이 주류 언론사라는 의미다.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싶을 때 대다수는 정치적 이념과 상관없이 주류 뉴스 사이트에 간다.
품질이 높은 뉴스를 생산하는 데는 비용이 많이 든다. 비용과 투자 측면에서 극소수만 고품질의 뉴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 웹사이트를 새로 만드는 건 쉬워도 새로운 뉴스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은 여전히 매우 비싸다. CNN처럼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것을 다루면서도 시청자의 신뢰가 큰 사이트를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미디어 경제학 연구를 통해 도출한 ‘좋은 저널리즘’의 특성이 있다면.
“현대 저널리즘의 많은 부분이 언론사가 신뢰도를 쌓기 위해 노력하면서 생겨났다. 대중에게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주는 것이 언론사의 근본 역할이다. 정확성과 독립성, 객관성은 뉴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기도 하다. 뉴스 소비자가 누구를 신뢰하는지에 따라 좋아하는 뉴스 매체가 다르다. 대중은 대기업, 광고주, 정당에서는 정보를 얻고 싶어하지 않는다. 미디어 회사가 대중이 신뢰하는 저널리즘에 전념하는 것이 정책적 관점과 뉴스 판매 모두에서 중요하다. 인터넷에서 극우 또는 극좌 성향 사이트에 가는 사람과 무작위로 뽑은 인터넷 사용자에게 전통 있고 믿을 만한 주류 뉴스 매체를 고르라고 하면 답이 비슷하다.”
―인터넷이 미디어 산업 지형을 바꾸면서 언론사 간 경쟁도 심하다.
“대중이 접하는 뉴스의 품질이 어떻게 변하는지가 관건이다. 인터넷은 대중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기술을 급격히 바꿨다. 언론사가 정보를 걸러내고 해석하는 방식도 크게 바뀌었다. 그러나 뉴스를 생산하는 근본적인 과정은 별로 변하지 않았다. 기자가 밖에 나가서 새로운 정보를 발굴하고 수집해 기사를 쓰는 작업은 고유하다. 인터넷의 영향으로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변화 정도가 훨씬 작다.
어떤 정보가 중요한지 분석하고 어떤 정보가 믿을 수 있는지 결정하는 작업의 가치는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다. 기술 발달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기술 발전으로 좋은 글과 좋은 아이디어가 더 널리 퍼질 수 있다. 경쟁이 치열하지만, 사회 전체 측면에서 봤을 때 나는 저널리즘의 미래를 비교적 낙관적으로 본다.”
―미디어 광고 시장도 급격히 변했는데.
“인터넷이 광고 시장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는 흥미로운 연구 분야다. 전통 미디어 회사들은 미디어 환경이 디지털로 변해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들이 생기면서 예전보다 돈을 더 적게 번다. 그런데 핵심적인 차이는 사람들이 종이신문을 읽을 때보다 온라인에서 시간을 훨씬 적게 보낸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이 현재 종이신문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로 종이신문 구독자 수가 줄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러나 사람들의 체류 시간과 광고 수익의 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종이 신문이 온라인보다 체류시간이 길고 광고 수익도 많다.”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
미국경제학회(AEA)가 경제 사상과 지식에 큰 기여를 한 40세 미만 경제학자에게 주는 상. 1947년부터 2009년까지는 2년에 한 번 수상자를 선정했으나, 2010년부터 매년 상을 주고 있다. 수상자 선정 때 후보자가 미국에서 활동 중이라면 외국 국적자도 상을 받을 수 있다. 역대 수상자의 40%가 후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폴 새뮤얼슨, 밀턴 프리드먼, 로버트 솔로, 개리 베커, 조지프 스티글리츠, 폴 크루그먼, 로런스 서머스 등이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 수상 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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