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언어 양극화가 사회 양극화 심화시킨다

입력 2016.12.24 03:00

美 1994년 중간선거 이후, 민주·공화 의원들 사용 언어 달라지며 여론에 영향

올해 6월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나이트클럽에서 49명이 숨진 총기 공격 사건이 발생했을 때 민주당은 이를 '대형 총기 난사'라고 불렀고 공화당은 '급진 이슬람 테러리스트의 공격'이라고 지칭했다. 같은 사건을 두고 민주당과 공화당의 표현 방식이 뚜렷이 달랐다. 이유가 뭘까. 매튜 젠스코 스탠퍼드대 교수는 "미국의 정치 언어가 어느 때보다도 당파적이고 양극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경제적 양극화를 넘어 정치 언어의 양극화가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젠스코 교수는 올해 7월 제시 샤피로 브라운대 교수, 매트 태디 시카고대 교수와 함께 미국 정치 언어의 양극화를 연구해 '고차원 데이터로 양극화 측정하기'란 제목의 논문을 냈다. 연구진은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이용해 미국 남북전쟁 후인 1873년부터 2009년까지 연방의회 의사록에 기록된 의원 연설을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미국 정치권의 당파성은 1873년부터 1990년대 초까지는 낮았다. 1990년엔 의원의 연설을 1분간 듣고 민주당원인지 공화당원인지 맞힐 확률이 55% 수준이었다. 미국 정치 언어에서 당파성이 커지기 시작한 것은 1994년부터다. 당시 중간선거에서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이 공화당의 압승을 이끌면서 민주당과 공화당이 사용하는 언어가 급격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세금, 이민, 헬스케어 문제를 서로 다르게 표현했다. 민주당은 '부자를 위한 세금 감면' '미등록 이주노동자' '포괄적인 건강 개혁'이라 말했고, 공화당은 '세금 개혁' '불법 체류자' '연방정부의 헬스케어 장악'이라 말했다. 2008년엔 연설을 1분간 듣고 의원의 소속당을 맞힐 확률이 83%로 높아졌다.


[그래픽] 언론사별 독자의 이념 성향
―정치 언어의 양극화가 의미하는 것은 뭔가.

"민주당과 공화당은 항상 다른 이념을 가지고 있었지만, 과거에는 양당이 의회 연설에서 비슷한 표현을 썼다. 요즘 의원이 쓰는 단어를 듣고 민주당원인지 공화당원인지 쉽게 구별할 수 있다는 것은 정치 언어가 그만큼 당파적으로 바뀌었다는 의미다. 같은 대상을 완전히 다르게 표현하면 의사소통이 어렵고 이념 분리가 더 심해진다. 정치 언어는 미디어에 흘러들고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언어에도 들어오기 때문에 여론에 큰 영향을 준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서로 다른 표현을 쓰게 된 이유는.

"1994년 중간선거에서 이슈를 더 전략적인 방식으로 포장한 공화당의 계획이 성공했다.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미국과의 계약'이란 정강정책에 보수 성향이 확실히 드러나는 표현으로 공약을 제시했다. 이 방식이 효과를 거둔 후 민주당도 표현 방법을 바꿨다. 당파성이 명확한 용어를 써서 정책을 설명했다.

이후 양당은 특정 유권자 집단을 겨냥해 메시지를 개발하는 포커스 그룹 전략을 강화했고 어떤 표현에 대한 호응이 좋은지 파악하기 위해 설문조사도 적극 활용했다. 선거 캠페인과 정책 토론을 위해 메시지를 개발하는 정치 컨설턴트의 역할도 확대됐다.

모든 당원이 지속적으로 같은 언어를 말하는 것도 중요했다. 개별 의원이 공통의 메시지를 말하는 것은 당 정체성을 강화하는 효과도 있었다. 반대로 양당이 서로 다른 언어를 말하면서 정당 간 적개심은 커졌다.

케이블TV와 의회방송의 등장도 정치 언어 양극화를 부추겼다. 의원이 의회에서 연설할 때는 늘 TV 카메라가 따라다녔다. 모든 것이 방송됐기 때문에 정치인들은 이를 유권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겼다. 이들은 연설 중 당의 관점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귀에 쏙 들어오는 인상적인 단어와 표현들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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