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쉽게 만드는 '기계의 탄생'

입력 2016.12.24 03:00

[5 Questions] '로봇 시대 레고'로 주목받는 리틀비츠 창업자 아야 브데어

리틀비츠

크리스 앤더슨 3D로보틱스 창업자는 1인 제조업의 확산을 예고한 저서 '메이커스'에서 메이커 운동(maker movement)의 동력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3D 프린터를 통한 소량 생산,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아이디어 및 설계 공유, 전자상거래를 통한 글로벌 시장 판매다. '아이패드 세대의 레고'란 별명이 붙은 리틀비츠(littleBits)는 바로 그 메이커 운동의 대표 격인 제품이다. 레고 블록처럼 생긴 작은 모듈들을 좋아하는 방식으로 조립해 원하는 기능의 발명품을 만들 수 있다. 손가락 한마디만 한 블록에는 발광 센서, 소리 감지 등 저마다 다른 기능이 담겨 있다. 각 블록에 자석이 들어 있어 전류가 흐르는 방향으로 찰싹 붙는다. 이 블록 모듈은 오픈소스(소스코드를 무료로 공개하는 것) 방식으로 개발해 누구나 설계도면을 볼 수 있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 창업자 아야 브데어(Bdeir·34)는 "세계를 바꾸는 모든 첨단 기술은 전문가나 대기업의 손에서 탄생하지만, 이런 기술이 사회에 진짜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첨단 기술의 '민주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레바논계 캐나다인인 그는 리틀비츠를 발표한 직후 IT 업계가 주목하는 여성 혁신가로 부상했다. 패스트컴퍼니 세계 100대 혁신가, MIT테크놀로지리뷰 선정 혁신 기업가 50인 등에 이름을 올렸다. 유력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다. 리틀비츠는 미국의 대표 벤처 캐피털회사 DFJ 등에서 현재까지 6234만달러(약 734억원) 투자를 유치했고, 최근에는 디즈니의 집중 지원 대상 기업으로 선정됐다. 최근 뉴욕 첼시에 있는 리틀비츠 본사에서 브데어 창업자를 만났다. 넓은 사무실 곳곳에서 리틀비츠를 조립해 만든 직원들의 발명품이 자주 눈에 띄었다.

아야 브데어 리틀비츠 창업자는 “한동안 소프트웨어 분야로 집중됐던 대중과 산업계의 관심이 ‘메이커 운동’에 힘입어 최근 하드웨어로 일부 돌아오는 추세”라고 말했다.
아야 브데어 리틀비츠 창업자는 “한동안 소프트웨어 분야로 집중됐던 대중과 산업계의 관심이 ‘메이커 운동’에 힘입어 최근 하드웨어로 일부 돌아오는 추세”라고 말했다. / 리틀비츠

1 리틀비츠는 왜 만들게 됐나.

“어릴 때부터 디자인과 건축에 관심이 많아 예술가를 꿈꿨지만, 부모님 권유로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다. 막상 공학을 공부하고 보니 원하는 기능을 조합해 새로운 영역을 열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분야였다. 그렇지만 다양한 실험 가능성을 배제하고 한 가지 방법을 알려주는 교육 방식이 잘못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생각을 거듭하게 됐다. 특히 MIT 미디어랩에서 공부할 당시 다양한 음악가, 미술가들과 협력해 미디어아트 작업을 하면서 공학과 예술의 자연스러운 융합을 고민할 기회도 생겼다. 몇 년의 고민 끝에 떠오른 생각을 구체화한 것이 리틀비츠다. 레고 블록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전자회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누구나 손쉽게 조립할 수 있게 하는 데 중점을 뒀다.

키트 조각마다 색을 입혀 전자 회로 구성의 역할을 나타냈다. 파란색은 전원, 분홍색은 입력, 초록색은 출력, 주황색은 전선 역할이다. 그리고 납땜할 필요가 없게 자석으로 부착하는 방식을 택했다. 같은 극끼리는 밀어내니 어떻게 하든 회로가 잘못 만들어질 염려가 없다. 이런 기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간단한 프로토타입을 개인 웹사이트에 올렸는데, 주문이 쇄도했다. 공학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리틀비츠를 만나면 어떤 결과물이 탄생할지 궁금해 디자인학교 학생들을 찾아가 ‘마음 가는 대로 아무거나 만들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그랬더니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재미있는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시대에 걸맞은 교육만 이뤄지면 예술가든 공학자든 무한한 잠재성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한 계기였다.”

리틀비츠 모듈로 구성한 회로에 바퀴, 색연필을 연결해 만든 그림 그리는 기계 '드로봇(DrawBot)'.
리틀비츠 모듈로 구성한 회로에 바퀴, 색연필을 연결해 만든 그림 그리는 기계 '드로봇(DrawBot)'. / 리틀비츠

2 개발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실제로 블록을 만들고 개선하는 작업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다. 머릿속에서는 전혀 문제 없던 블록인데, 실물로 만들려고 해보니 아예 만들 수 없는 것들도 여럿이었다. 자석을 어떻게 붙일지 고민하는 과정도 힘들었다. 디자인을 22차례나 고치고 개선하는 데 꼬박 3년 반이 걸렸다. 2008년부터 개발에 나섰는데,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는 첫 제품이 나온 게 2011년 9월이었다. 나 역시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하드웨어 기업들이 저지르기 쉬운 실수는 제품 출시일을 지나치게 빨리 잡는 것이다. 그러나 하드웨어는 제품을 수정할 때 코드 몇 개만 고쳐서 업데이트하는 게 아니다. 재생산하는 만큼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간다. 하드웨어 제조업은 무작정 생산에 들어가기 전 충분히 고민하고, 인내심을 갖고 주변 사람에게 피드백을 받아 준비해야 손해를 줄일 수 있다.”

3 힘들게 만든 제품을 오픈소스로 개방한 이유가 있나.

“우리는 기본적으로 어린이 교육에 초점을 맞춘 기업이다. 모듈의 오픈소스를 확인할 수 있는 엔지니어들은 고객이 아니라, 함께 이런 기술을 만들고 생태계를 발전시켜야 할 동료로 본다. 실제로 모듈의 오픈소스를 보고 더 나은 소스를 제안하는 등 전문가들이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생태계가 점점 자라나고 있다. 물론 경쟁 업체도 많다. 그렇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바라보면 선택의 기회가 넓어지는 셈이고, 우리 입장에서는 끊임없는 혁신을 추구할 동력이 된다.”

버블봇을 갖고 노는 어린이.
브데어 창업자는 “리틀비츠로 만든 발명품 가운데 비눗방울을 자동으로 만드는 기계 ‘버블봇(BubbleBot)’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버블봇을 갖고 노는 어린이. / 리틀비츠

4 리틀비츠가 이 시대 어린이 교육에 어떻게 도움을 주나.

“현대인이 하루에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평균 시간이 11시간이라는 통계가 있다. 하루 절반가량을 전자기기와 붙어 지낸다. 그런데 그 기계가 어떤 부품으로 이뤄졌고,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화면만 바라보곤 한다. 온종일 함께 지내는 가장 친한 친구의 어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제대로 이해하면 지금껏 알지 못했던 훨씬 큰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데 말이다. 그러나 사람이 직접 하드웨어를 만들면 그 과정에서 어떤 원리가 작용하는지 자연스레 배우게 된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 시스템을 이해하는 방법을 배우면 그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자신만의 해법을 제안할 수 있게 된다.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인재는 단순한 코딩 천재가 아니다. 자신의 자리에서 물리적으로 경험하는 삶을 온전히 이해하고, 문제가 발생할 때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스스로 찾아내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교육(education)’이란 말보다 ‘학습(learning)’이란 말을 좋아한다. 교육은 남이 넣어주는 지식을 받는 수동적인 개념이지만, 학습은 스스로 필요한 지식을 찾는 과정이다. 원하는 전자기기를 직접 만드는 리틀비츠는 어린이가 스스로 학습하게 하는 놀이 도구다.”

리틀비츠

5 취지는 좋지만 자칫 마니아 층의 취미로 쓰이는 데 그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나는 기계공학, 엔지니어링을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하도록 리틀비츠를 만들었다. 여자아이들도 부담 없이 접근하게 하려고 디자인에도 공을 많이 들였다. 리틀비츠의 경우 매출의 40%가량이 여자아이다. 반드시 심각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아니다. 기계에 전혀 관심 없던 여자아이가 방 안 허공에 둥실 떠 있는 유령 장난감을 만들고, 친구들을 놀라게 하는 부비트랩을 만들며 즐거워한다. 스스로 머릿속 아이디어를 완전히 현실에 구현하는 경험을 하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어떤 상황에 놓이든 해법을 찾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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