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은행 부실채권·좀비기업 때문에 향후 10년간 年 3~4% 성장 그칠 것

입력 2016.10.22 03:04

데즈먼드 래크먼 미국기업연구소 상임연구원
최근 8년간 민간기업에 대한 대출 증가속도가… 1990년대 일본·2007년 美 주택거품 붕괴 직전보다 빨라

데즈먼드 래크먼 미국기업연구소 상임연구원
데즈먼드 래크먼 미국기업연구소 상임연구원 / AEI
"미국 정부 당국자들이 중국 경제의 둔화가 미국 경제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과소평가하는 실수를 할 수 있다."

미국의 보수적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데즈먼드 래크먼(Lachman·68) 상임연구원이 지난 7월 미국 상원에서 '중국의 금융 리스크 평가'를 주제로 증언하면서 던진 경고다. 중국 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같은 장기 저성장에 빠져들 수 있으니,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는 중국의 상대적으로 낮은 경제성장 장기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래크먼 상임연구원은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정책 개발 업무를 맡은 뒤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에서 이머징마켓 수석 경제전략가를 지냈다. 그는 최근 위클리비즈와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중국 금융의 안정을 담보하는 시스템이 오히려 중국 경제를 저성장으로 이끌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유은행이 중국의 은행 시스템을 주도하고 있어 중국 경제가 1990년대 후반의 아시아 외환 위기나 2008년 미국의 금융 위기 같은 급작스러운 위기를 겪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은행 시스템은 오히려 부실 채권과 좀비 기업에 대한 대출로 꽉 막힐 수 있다. 과거 일본 경제에 20년 이상 나타난 현상과 비슷하다."

19일 중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1, 2분기와 같은 6.7%를 기록하자 "안정 속 진전(穩中有進·온중유진)"(성라이윈 중국 국가통계국 대변인) "중국 경제가 L자형 후반부에 진입했다"(덩하이칭 지우저우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의 진단이 이어졌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3분기 국내총생산(GDP) 통계가 발표되기 직전 마카오를 방문한 자리에서 "3분기 경제가 예상보다 좋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래크먼 상임연구원은 "많은 민간 전문가가 중국 경제가 실제로는 4% 안팎 성장에 머물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통계의 신뢰성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이다. 그는 전력 소비나 화물 운송, 수출 등 다른 경제 활동 지표를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들은 실제 중국의 GDP 성장률이 공식 발표 수치의 절반에 그쳤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래크먼 상임연구원은 "중국 경제는 은행 부문의 큰 문제들 때문에 앞으로 10여년간 매년 3~4% 수준 성장을 하는 데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그가 중국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로 지목한 것은 기업 부채다.

"중국에서 이뤄진 비금융 민간 기업에 대한 대출이 최근 8년간 증가한 속도는 19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1994년 멕시코 페소화 위기, 1997년 태국 바트화 위기, 2007년 미국 주택 거품 붕괴 직전보다 빠르다. 중국 당국이 신용 중독과 그림자 금융을 억제하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고 있는지 분명치 않아 보인다." 래크먼 상임연구원이 "중국의 신용 버블이 좋게 끝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고 밝힌 배경이다.

래크먼 상임연구원은 "'잃어버린 10년'에 빠지기 전인 1980년대의 일본 경제 상황과 최근 수년간 중국 경제의 가장 큰 유사점은 거대한 신용 버블"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에서 가계와 민간 기업에 대한 대출이 지난 8년간 GDP의 90%만큼 증가했는데, 이 정도 속도의 부채 증가는 일반적으로 장기간의 경제 저성장으로 이어졌음을 과거 사례를 통해서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중국에 부동산 광풍이 불자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중국이 좀비 기업 개혁에 성공하면 창업 열풍과 낮은 도시화율 덕에 일본병에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중국 경제의 앞날이 스모그가 낀 후베이성(湖北省) 우한(武漢)처럼 불투명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최근 중국에 부동산 광풍이 불자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중국이 좀비 기업 개혁에 성공하면 창업 열풍과 낮은 도시화율 덕에 일본병에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중국 경제의 앞날이 스모그가 낀 후베이성(湖北省) 우한(武漢)처럼 불투명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 AFP
―현재 중국은 '잃어버린 10년' 직전의 일본에 비해 도시화율과 1인당 GDP가 훨씬 낮아 발전 여지가 더 크기 때문에 일본식의 '잃어버린 10년'은 오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중국이 1990년대 일본에 비해 도시화가 덜 돼 있고, 현대화도 늦다는 데 동의한다. 그러나 이는 한국과 일본 같은 나라를 따라잡기 위해 오랜 기간 더 빠른 경제성장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것만을 의미한다. 중국의 은행 시스템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한 그 잠재력을 실현하기 힘들 것이다."

―중국도 금융 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기능이 제대로 발휘돼야 하는가.

"중국은 은행의 부실 채권 문제를 시급히 처리할 필요가 있다. 또 과도하게 빚을 지고 있는 기업들을 구조조정해야 한다. 만일 중국이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과거 일본처럼 좀비 은행 문제에 막힐 것이다. 지금 은행 대출은 대부분 부채가 많은 회사로 흘러가 이들이 빚을 갚는 데 쓰인다. 더 역동적 부문으로 흘러들어 가는 대출은 매우 적다. 물론 중국 정부도 은행 개혁의 필요성을 얘기한다. 그러나 개혁에 대해 진지하다는 어떤 신호도 아직 보여주지 않고 있다."

성라이윈 중국 국가통계국 대변인은 "중국의 부동산은 올해 경제성장에 비교적 뚜렷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올 들어 3분기까지 6.7%를 기록한 중국 경제 성장에 부동산의 공헌도는 8% 안팎에 달했다. 항저우에서 선착순 분양에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 분양사무소 문짝이 부서지는 등 대도시에서 시작된 부동산 광풍이 중소도시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부동산 거품이 중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까.

"중국은 중소도시에도 부동산 거품 문제가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 과도한 투자와 과도한 신용 팽창이 거대한 자원 배분 왜곡을 낳고 있다. (사람이 살지 않는) 유령도시와 중소도시의 상업부동산에서 이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철강·건설 부문 등의 과잉 공급도 심각하다."

[그래픽] 중국의 민간투자 증가율 / 일본의 민간투자 증가율
―최근 위안화 가치 절하 우려가 부쩍 커지고, 자본 유출 걱정도 있다.

"중국에서 자본 유출은 최근 당국의 외환 규제와 시장 개입을 통한 환율 안정을 통해 다소 둔화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달러 가치가 강세를 띠는 상황에서 중국은 수출 부양을 위해 위안화 가치를 절하하려는 압력을 느낄 수 있다. 2015년 8월 위안화 절하와 이에 따른 자본 유출 경험은 큰 폭의 위안화 절하 움직임이 자본 유출을 촉발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의 자본 유출 우려는 3조달러가 넘는 보유 외환 때문에 과도한 기우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위안화 가치 절하 우려로 중국에서 빠져나간 자본이 7000억달러에 달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3조달러가 넘지만, 이 같은 자본 유출 속도라면 오래 버티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중국이 세계경제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영향을 줄까.

"중국 경제는 3가지 경로를 통해 세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우선 중국 경제 성장 둔화는 아시아 교역 대상국이나 독일처럼 중국 경제에 크게 의존하는 나라의 수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이런 상황은 미국이 직면하게 될 글로벌 경제 전망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두 번째는 중국이 자본 유출에 계속 시달릴 경우 경기 부양을 위해 환율을 조정할 수밖에 없는 경우다. 중국의 환율 조정은 여러 국가가 자국 통화 가치를 낮추려는 상황에서 글로벌 외환시장에 긴장을 만들게 될 것이다. 세 번째는 중국 경제의 둔화가 국제 원자재 가격을 더 오랜 기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브라질·러시아·남아공처럼 주요 원자재 수출국들이 이미 겪고 있는 정치적·경제적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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