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중앙은행 독립성 흔들기, 글로벌 경제 발목 잡을 수도

    • 마크 길버트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입력 2016.10.22 03:04

마크 길버트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마크 길버트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대부분 선진국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을 공정하게 수립하기 위한 독립성을 충분히 보장받는다. 유권자의 표심에 흔들리거나 밥그릇 빼앗길 염려 없이 정책에만 집중하게 하려는 의도에서다. 하지만 그 독립성은 불변의 원칙이 아니다. 최근 정치권의 간섭이 시작되려는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는 지난달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정치적인 의도로 인위적으로 초저금리를 유지하고 있다"고 비난했고, 독일 정치권은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 때문에 독일 분데스방크의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최근에는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이 비난의 중심에 놓였다. 윌리엄 헤이그 전 영국 외무장관은 지난 18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기고문을 통해 "세계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단체로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것 같은데, 빨리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앞으로 점점 강한 위협을 받게 될 것"이라고 썼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이달 초 영국 보수당 전당대회에서 영란은행의 통화정책에 대해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초저금리 정책과 양적 완화가 응급 처방 역할을 하긴 했지만, 부작용이 있다는 점도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 자산가들은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졌다. 부동산 담보대출을 받은 사람은 갚아야 할 빚 부담이 오히려 줄었지만, 저축한 사람들은 전보다 더 가난해졌다. 이제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가 그 변화를 이끌 것"이라 밝혔다. 영국 총리가 공개적으로 영란은행의 정책을 비난한 직후에 나온 헤이그 전 장관의 주장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향한 강한 경고다.

최근 몇 년 동안 각국 정부는 경제적 안정을 위해 상당한 권한을 중앙은행에 위임했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은 대부분 2% 수준의 인플레이션 목표를 설정했다. 정치권은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유례없는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그 때문에 저축자들이 손해를 보는 상황에서도 불평 한마디 하지 못했다. 하지만 중앙은행의 권한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이에 반기를 드는 정치권의 공세도 더 거세지고 있다.

지난달 오스트리아 중앙은행 콘퍼런스에 참석한 앨런 테일러 미 UC데이비스 교수는 "사회는 점점 더 중앙은행에 많은 것을 요구할 수 있게 됐고, 중앙은행은 그 목표를 이루려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결국 점점 더 약해지고, 더 정치적인 조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 역시 학계 출신의 비선출직 경제학자들이 글로벌 경제를 이끄는 구조를 신뢰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걱정하는 것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아니라, 기업인과 실업가들이 정책 결정에서 배제되는 사태와 '전문가의 생각'에 순응하고 마는 집단 사고다. 그렇다고 급히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담보 삼아 '금리를 인상하라'고 위협해선 곤란하다. 자칫하면 글로벌 경제를 취약하게 만드는 위험한 게임이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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