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665조원 외에 '숨은 부실 채권'이 변수

    •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입력 2016.10.08 03:05

부실을 100% 부실로 처리했나 의문
정부의 탄탄한 재정 능력은 다행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중국의 기업 부채 문제는 중국 경제의 연착륙을 좌지우지할 가장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미국이 본격적으로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중국 기업의 부채 상환 부담은 더 커질 것이다. 특히 원리금 상환이 어려운 중국 기업이 많아지면서 기업들이 발행한 부실채권 역시 늘어날 수 있다.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기준으로 중국 은행들의 부실채권 잔액은 4조위안(약 665조원)에 달한다. 부실채권 비중(채권 총액을 부실채권 잔액으로 나눈 수치)은 1.75%로 집계됐다. 2011년 3분기 4100억위안 정도였던 부실채권 잔액은 5년 만에 10배 가까이로 증가했고, 부실채권 비중도 2012년 2분기 말의 0.9%와 비교하면 두 배가량으로 늘었다. 중국 금융 당국은 부실채권 규모를 충분히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부실채권이 늘어나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지만 아직은 견딜 만한 수준이라고 본 것이다.

중국 정부 입장과 다르게 중국의 기업 부채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중국 은행들이 부실채권을 구분하는 기준을 충실히 지키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도 은행의 기업 대출 채권을 정상, 요주의(3개월 미만 연체), 고정(3개월 이상 연체), 회수 의문(3개월 이상 1년 미만 연체되고 채권 회수 의문 시), 추정 손실(회수 불가능한 여신) 등 5단계로 구분한다. 문제는 중국 은행들이 부실채권으로 분류되는 '고정' 이하 채권을 100% 부실채권으로 처리하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상하이증권거래소와 선전증권거래소 상장 기업 2850개사 가운데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은 5월 말 기준 223개사에 달한다. 이자보상배율이란 기업의 채무 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1보다 작을 경우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자보상배율이 통상 1 미만이면 잠재적 부실기업으로 본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들의 부채 규모는 총 7367억위안으로 집계됐다. 상장 기업 2850개사의 총 부채(8조5499억위안)에서 해당 기업들의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8.6%다. 중국 은행감독위원회가 발표한 부실채권 비중(1.75%)과는 큰 차이가 있다.

여기에 은행이 위험 자산을 장부 외 처리한 것까지 감안하면 부실채권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은행의 이재(理財·자산관리) 상품, 위탁 융자, 신탁회사를 통한 신탁 융자는 은행 장부에 포함되지 않는다. 중국 금융 당국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중국 은행들의 이재 상품 잔액 규모는 23조5000억위안, 위탁 융자 잔액은 10조9000억위안, 신탁 융자 잔액 규모는 14조7000억위안으로 집계됐다. 은행 장부와 장부 외 채권을 모두 합친 규모는 144조9000억원으로, 여기에 상장사의 부실채권 비중(8.6%)을 적용하면 중국 내 금융기관이 보유한 부실채권 규모는 12조5000억원으로 급증한다. 통상 장부상 대출보다 장부 외 대출의 부실 가능성이 큰 것을 감안하면, 부실채권 규모는 예상보다 더 클 수 있다.

다행인 것은 중국 은행들의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 비율이 평균 12%를 웃돈다는 점이다. 중국 은행들의 재무 상태가 상당히 건전하다는 뜻이다. 또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부채를 합친 것) 비중은 60% 수준으로 미국(130%)이나 일본(200%)보다 훨씬 낮다. 정부 재정으로 기업 부실채권을 흡수할 여력이 있는 셈이다.

미국 대통령선거가 끝난 후 내년부터 미국이 본격적으로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내년 초부터 중국 기업들이 받는 부채 상환 압력이 커질 수 있다. 과잉투자로 몸살을 앓는 중국의 철강, 석탄, 시멘트, 화학 업종을 중심으로 부실기업이 양산될 수 있다. 중국의 부실채권 문제는 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입장에서도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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