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은 왜 떨고 있나… 도이체방크는 리먼브러더스와 달라

    • 모하메드 엘-에리언알리안츠 고문

입력 2016.10.08 03:05

탄탄한 재무구조… 금융권 신뢰엔 타격

모하메드 엘-에리언알리안츠 고문
모하메드 엘-에리언알리안츠 고문
글로벌 금융시장이 도이체방크 위기로 요동치고 있다. 도이체방크가 2000년대 중반 주택저당증권(MBS)을 부당하게 팔았다며 미국 법무부가 벌금을 부과했다는 소식이 지난달 알려지면서, 세계 증시는 불안에 휩싸였다. 일각에선 '제2의 리먼브러더스(2008년 파산하며 금융 위기를 촉발한 미국 은행)'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도이체방크는 여러 면에서 과거 리먼브러더스와 다르다.

먼저 도이체방크가 보유한 자산은 리먼브러더스에 비해 매우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리먼브러더스는 재무 구조가 도이체방크보다 훨씬 취약했다. 당시 리먼브러더스는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채권 파생 상품을 거래하면서 대부분의 유동성 흐름을 하루짜리 단기 자금에 의존했다. 투자자들이 거래를 청산하고 자금을 회수하자, 리먼브러더스는 단기 자금이 막혀 순식간에 디폴트에 빠졌다. 도이체방크는 사업이 다각화돼 있고, 주 거래 상대방 역시 기관 투자자들이나 투기성 거래자들보다 소매 금융 비중이 높다.

또 도이체방크는 자산 매각이나 신주 발행을 통해서 부족한 자금을 조달할 능력도 충분히 갖췄다. 유럽중앙은행(ECB)에서 긴급 자금을 조달받을 수도 있다. 이 역시 과거 리먼브러더스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이하 연준)에 유동성 지원을 요청했을 때 연준이 담보 부족을 이유로 지원을 거부한 것과 비교된다. 도이체방크는 지난달 30일, 미 법무부가 부과한 벌금 140억달러를 54억달러로 낮추기로 합의했는데 이런 상황 역시 도이체방크에 대한 불안감을 덜어줄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 환경도 2008년과는 많이 다르다. 도이체방크는 리먼브러더스처럼 글로벌 금융시장 전체를 뒤흔들고 있지는 않다. 물론 ECB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으로 유럽 은행들의 수익이 나빠지고 있어서, 유럽 금융 시스템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 은행은 신중하게 유동성을 관리하는 정책을 쓰고 있고, 자본 유출에 따른 장치를 마련하고 있으며, 부채 청산에도 진전을 보이고 있다.

결국 제2의 리먼브러더스 사태는 오지 않겠지만, 도이체방크 위기를 진정시키는 것은 금융시장 전체에도 안정을 가져다줄 것이다. 다만 글로벌 금융권은 이번 사태로 신뢰를 더 잃을 수 있다. 중앙은행들은 금융권 정화 역할을 아직 잘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정치적 간섭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유럽 은행권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당분간 유럽 경기 회복 전망도 어두워질 것이다. 도이체방크 사태는 다른 은행들이 자금을 굴리는 데에도 제약을 줄 것이고 단기적으로 금융시장은 불안해질 것이다. 다행히도 금융시장을 안정시킬 수단이 여전히 남아 있다. 도이체방크와 유럽 은행권은 발 빠르게 위기 진화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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