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해결 위해 정부가 재정지출 확대·소득 불평등 완화해야"(종합)

입력 2016.10.06 17:40

“오바마 대통령이 GM, 크라이슬러 등 자동차 산업을 구제하기로 한 것은 많은 우려를 낳았지만 결과적으로는 미국 경제에 큰 도움이 됐다. 정부는 도박에 가까운 결정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앨런 크루거 프린스턴대 교수)

“경제 위기 때 정부가 부채를 줄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인식이 바람직하지만 정부가 더 지출을 해야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 사회보장 지출은 사람들의 생각만큼 급격히 불어나지 않는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조선일보의 주말 프리미엄 경제·경영 섹션인 위클리비즈(Weekly BIZ)가 창간 10주년을 맞아 6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위클리비즈 10주년 기념 경제·경영 글로벌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대변혁의 시대: 한국 기업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한 앨런 크루거 프린스턴대 교수 등 세계 경제석학들이 국가 경제를 위한 정부와 기업의 역할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했다. 이날 행사에는 황교안 국무총리, 김인호 한국무역협회장 등 정재계 인사 10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6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위클리비즈 10주년 기념 경제·경영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헤지펀드 매니저와 고등학교 교사는 교육 수준은 비슷하지만 소득은 크게 차이가 난다”면서 “고숙련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시드니 핑켈스타인 다트머스대 터크경영대학원 교수, 앨런 크루거 프린스턴 교수,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조선비즈DB
첫번째 기조연설을 맡은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각국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 지출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재정을 늘리고 경제에 직접 돈을 투입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지출과 소비를 늘릴 수 있다”면서 “2009년, 2010년 선진국에서 갑자기 증세와 지출 삭감 등 긴축 정책으로 급선회를 한 것이 금세기의 큰 잘못이다”라고 말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한국의 경우 사회보장 지출을 확대함으로서 국민들의 삶의 질이 개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독일과 네덜란드와는 달리 인프라가 많이 갖춰져 있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지출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멕시코 다음으로 낮은 수준이다”라면서 “사회지출을 늘림으로써 사회 정의를 실현하고 서민들의 생활 수준을 높여 결과적으로 성장을 진작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두번째 기조연설은 앨런 크루거 프린스턴대 교수가 맡았다. 그는 한국 경제, 특히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이 다른 OECD 회원국들에 비해 현저히 낮다며, 고용 노동 시장의 환경을 개선해 서비스 산업 생산성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루거 교수는 “한국 전체 고용의 70%는 서비스 산업에서 나오고 있음에도 이 분야 생산성은 OECD 회원국 평균치에 비해 낮다”며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여성과 이민자의 노동력을 적극 활용하고 노동 시장의 소득 불평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첫번째 세션 토론에 참석한 시드니 핑켈스타인 터크경영대학원 교수는 ““정부의 공공 정책부분과 기업의 이윤추구가 교집합을 이루는 지점에서 기업의 리더들이 더 많이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조선비즈DB
두 연사의 기조 강연이 끝난 뒤에는 세션 토론이 이어졌다. ‘새로운 생존전략과 리더십’이라는 주제로 이뤄진 첫번째 세션에서 연사들은 재정 지출 확대, 소득 불평등 해결을 위한 정부와 기업의 리더십에 대해 다시 한 번 토론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사회 보장 제도로 인한 지출은 우리가 감당해야 할 부채지만, 당장 갚아야 한다든가 급격히 불어나는 빚은 아니다”라며 정부의 단기적인 재정 지출이 재정 건전성의 법칙을 거스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바마 정부의 ‘그린에너지’ 정책을 정부 재정 지출의 성공 사례로 들었다. 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기업이 5억달러를 손해 보고 파산했지만, 청정 에너지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것이다.

연사들은 고용 시장의 소득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시드니 핑켈스타인 다트머스대 터크경영대학원 교수는 노동 시장의 불평등이 단지 소득의 불평등으로 끝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득 불평등이 사회의 양극화로 이어지며, 결국 교육 수준이 낮은 저소득층 가정에서 자란 사람이 약물을 남용하고 폭력을 저지르는 등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크루거 교수는 “미국 기업인들은 단기적인 수익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기업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최저 임금을 높이고 남녀 간 임금 격차를 줄이는 등 고용의 질을 높여야 하며, 정부는 저소득층에 대한 주택 공급·유아 교육 등 재정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용 베인앤컴퍼니 코리아 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두 번째 세션은 ‘아시아 시장에서 승부하라’라는 주제로 스에마쓰 자히로 교토대 교수, 비샬 렝 GE 오일 앤 가스 아시아태평양 총괄사장, 리우 징 북경 장강경영대학원 부총장이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기업의 생존 전략에 대해 토론했다.

리우 징 북경 장강경영대학원 부총장은 “2009년 이후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둔화됐지만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며 5년, 10년 후에 대해서도 신중한 낙관론을 펴고 싶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이성용 베인앤컴퍼니 코리아 대표, 리우 징 북경 장강경영대학원 부총장, 스에마쓰 지히로 교토대 교수, 비샬 렝 GE 오일 앤 가스 아시아태평양 총괄사장. /조선비즈DB
리우 교수는 중국 경제와 기업의 빠른 성장은 ‘융합’ 때문이며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은 선진국의 사례를 잘 습득해 융합함으로써 경제 성장을 이뤘다”면서 “하지만 중국의 추격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선진국으로부터 기술 이전이나 해외 인수 시도가 저지 되는 등 역풍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스에마쓰 교수는 20년 불황을 이겨낸 교토의 기업들이 다른 일본 기업에 비해 갖는 강점으로 전문화와 세분화를 꼽았다. 그는 “도쿄 기업들이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경쟁률을 올리는 동안 교토 기업들은 보다 세분화, 전문화된 기술에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뉴 노멀 시대’에는 교토 기업들이 추구하는 ‘모듈 접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존 기업들이 제품 생산 과정에서 저장해서 재고를 관리하는 이른바 ‘비모듈 접근’을 했다면, 앞으로는 모듈화를 해서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생산하는 모듈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렝 사장은 “한국에 많은 대기업이 있는데, 기업의 덩치가 커질수록 민첩성을 잃기 쉽다”면서 “스타트업처럼 민첩하게 움직여야 하고 혁신과 창조 아이디어가 계속 나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생산 프로세스를 효율화하고 매우 간소화하는 것, 그리고 고객의 접점에 있는 직원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고객 니즈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세션은 ‘희망 대한민국, 유리천장 깨뜨리는 비밀노트’라는 주제로 말레이시아의 대표 기업으로 꼽히는 아스트로의 로하나 로잔 CEO가 이슬람 국가에서 여성 경영자로 성공한 비결에 대해 설명했다.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은 “여성들의 사회 진출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와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홍대순 이화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로하나 로잔 아스트로 CEO, 이이미 김 맥킨지컴퍼니 시니어 파트너,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조선비즈DB
이날 패널로 참석한 에이미 김 맥킨지앤컴퍼니 시니어 파트너,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 나경원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여성 리더로서 겪었던 경험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했다.

나 의원은 “자기 개발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실력을 기르는 것이 가장 기본이며, 모든 것을 다 해내려는 ‘슈퍼우먼 컴플렉스’에서 벗어나야한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모든 것을 놓치지 않으려는 강박관념을 버리고,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유리천장을 깰 수 있는 비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 장관은 “선진국 사례를 볼 때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전체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이나 1인당 GDP 상승 효과를 가져온다”며 “여성이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고는 1인당 소득 3만~4만달러 달성이 불가능기에 한국이 GDP 성장률을 높이려면 여성 경제활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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