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사태·트럼프 열풍… 세계화 패자들 더 분노하게 만들건가

    • 제프리 프랑켈 하버드대 교수

입력 2016.07.23 03:05

제프리 프랑켈 하버드대 교수
제프리 프랑켈 하버드대 교수
현재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 영국의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미국 대선에서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열풍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전문가나 기득권 인사들에게 평가절하됐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이 브렉시트 가능성을 초기에 무시했던 것처럼, 공화당과 민주당의 정치 엘리트 가운데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될 것이라고 심각하게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또 다른 유사점은 두 이벤트가 모두 믿기 어렵고 터무니없어 보이는 약속 위에 서 있다는 것이다.

영국에서 브렉시트를 주장한 이들은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면 유럽 노동자들의 영국 진입을 제한하면서 동시에 유럽연합이라는 단일 시장에는 계속 접근할 수 있다고 말해왔다. 영국이 EU에 매주 보내는 3억5000만파운드(약 5251억원)는 현금 압박에 시달리는 국민 건강 서비스에 쓸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가 나온 지 몇 시간 만에 탈퇴 운동 지도자들은 주장을 철회하기 시작했다. 이민자 숫자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브렉시트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은 분노했다. 미국과 멕시코 사이에 장벽을 세우고 외국으로 나갔던 제조업체들을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게 하겠다는 트럼프의 '실현 불가능한 약속'을 아직도 다수의 유권자가 믿고 있다.

이런 유사점들을 고려하면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세계화로 인해 뒤처졌다고 느끼는 많은 근로자 계층 및 중산층 유권자들은 기득권 지도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분노한 상태라는 것이다. 지도자들은 그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세계화가 진행되면 승자와 패자가 생긴다. 경제학의 기본적인 전제는 개인들이 교역에 자유롭게 참여하면 이론상으로는 전체적인 파이가 커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승자와 패자 모두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가설에 불과하다. 세계화에 회의적인 사람들이 옳았다. 그렇다고 세계화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경제성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무역 전쟁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50년 전 수준으로 교역량을 줄이는 것 또한 실패할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더 나은 선택지가 있다. 세계화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 세계화로 어쩔 수 없이 손해를 본 사람들에게 보상을 해줄 조치들을 취하는 것이다.

미국에는 무역 탓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을 돕는 교역 적응 지원 프로그램 등 여러 조치가 있다. 이외에도 기술이나 또는 다른 원인에 의해 뒤처진 사람들을 돕는 프로그램들도 있다. 근로소득 수준에 따라 산정된 근로장려금을 세금 환급 형태로 지급하는, 확대 근로장려세제와 건강보험이 그 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의 사실상 대통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을 포함한 민주당원들은 이런 정책들을 대체로 지지한다. 트럼프는 본인이 노동계급의 구원자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다른 공화당원들처럼 앞서 말한 정책들을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부상은 지난 8년간 미국에서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었음을 반영한다. 중도파가 퇴출되면서 정치적 교착상태는 악화됐다. 대통령의 정책은 종종 공화당 의원들에 의해 좌절됐다. 심지어 공화당의 이념과 일치하는 정책에도 공화당원들은 반대했다. 세계화의 패자들에게 이는 좋은 징조가 아니다. 패자들은 의회와 행정부를 포함해 그들의 이해관계를 보호해줄 지도자를 원한다.

최근까지 영국의 선거 시스템은 균형 잡힌 접근법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였다. 중도우파인 보수당과 중도좌파인 노동당은 상대적으로 명확한 정치적 입장을 대변했다. 이런 환경하에서 유권자들은 실질적인 이슈에 기반해 지지 정당을 선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의회민주주의 시스템하에서 총리들은 선거 기간 주장했던 정책들에 기반을 둔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영국의 '능숙한' 지도자들조차 때때로 경솔한 결정을 내린 적이 있다. 마거릿 대처 전 총리의 인두세(人頭稅) 도입,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미국 주도 이라크 침공 지지,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의 브렉시트 국민투표 약속 등 그런 결정들은 영국의 정치 시스템을 훼손시켰다.

캐머런 총리 사퇴 이후에 남겨진 것은 혼란뿐이다. 새로운 정치인들의 성향은 명료하지도 않고 일관성도 없다. 영국의 유권자들은 EU와 상대적으로 긴밀한 제휴를 가져갈 것인지, 아니면 완전하게 EU를 떠날지 선택해야 한다. 11월에는 미국 유권자들도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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