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가 시대, 금리 引上? 1930년대 대공항 잊었나…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도

    • 나라야나 코처라코타 전 美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입력 2016.07.23 03:05

나라야나 코처라코타 전 美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나라야나 코처라코타 전 美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일부 경제학자는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에서 오랜 기간 머무르는 현재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가 매우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춰 물가를 높이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을 목표로 삼기보다 오히려 금리를 높이는 정책을 펴야 한다는 게 이 경제학자들의 주장이다.

일부 언론이 '신(新)피셔주의(Neo-Fisherism)'라는 이름을 붙인 이런 생각들에 대해 나도 한때는 흥미를 가졌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매우 위험하다.

신피셔주의자는 현대 경제가 스스로 안정된다고 믿는다. 이들은 통화정책 당국이 어떠한 방법을 동원하든 실질금리는 장기 균형점으로 수렴한다고 말한다. 실질금리란 명목금리에서 기대인플레이션율을 뺀 수치로 이 공식에 따라 당국은 가끔 이례적인 정책을 집행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게 신피셔주의자들의 생각이다.

장기 균형 실질금리가 연 2%라고 가정해보자. 신피셔주의자들의 이론에 따르면 연준이 명목금리를 연 0.5%로 오랜 기간 붙잡아 둔다면 기대인플레이션율은 -1.5%로 떨어진다. 반대로 연준이 명목금리 목표치를 연 4%로 끌어올린다면 기대인플레이션 또한 2%로 오르게 된다.

반면 전통적인 경제학 모델은 금리 인상이 정반대의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전통적 경제학 모델을 따르는 사람들은 만약 중앙은행이 금리를 높이고 앞으로도 높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공언한다면 사람들은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다고 본다. 이들은 기업들도 투자보단 부채 상환에 열중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결과는 참담하다. 미국 경제는 1930년대 대공황 당시처럼 디플레이션의 덫에 빠지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쪽의 말이 맞는 것일까? 최근 미국 사례를 살펴보자. 연준은 2008년부터 2015년 말까지 명목금리를 제로에 가깝게 낮췄다. 신피셔주의자의 주장대로라면 이 기간에 기대인플레이션율은 마이너스 영역에 진입했어야 한다. 그러나 기대인플레이션율은 8년 동안 큰 움직임이 없었다.

물론 이것은 경제의 한 단면만을 관찰한 얘기에 불과하다. 그러나 경제가 알아서 균형점을 찾을 것이라는 이론적 믿음만으로 금리를 올리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결정이다.

나도 한때는 미국 경제가 또다시 1930년대와 같은 무시무시한 경험을 되풀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2008년 금융 위기가 발생했고, 우리는 시장경제가 알아서 정답을 찾아줄 것이라는 믿음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배우게 됐다. 경제 안정을 원한다면 그에 걸맞은 정책을 골라야 한다. 저물가 국면에서 금리를 올리는 것은 결코 정답이 아니다.

놓치면 안되는 기사

팝업 닫기

WEEKLY BIZ 추천기사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