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거친 노면까지 연구했다… R&D 사활 건 타이어, 글로벌 브랜드로

입력 2016.07.23 03:05

[한국타이어 성공 비결]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R&D 100억원 투자하고
다들 소규모 전략 펼 때 공장 대형화로 대량생산
매출 6조원 뛰어넘어

중국 상하이에서 차로 두 시간 정도 거리인 저장성 자싱(嘉興)시에 있는 한국타이어 공장에 2004년 당시 시진핑 저장성 당서기와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각각 찾아왔다. 그만큼 중국 내 산업 요충지로 꼽힌다. 한국타이어는 1998년 이곳에 '중국기술센터(CTC)'를 먼저 세웠고 이듬해 자싱과 장쑤성 화이안(淮安)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CTC의 주 관심사는 노면(路面)이 울퉁불퉁하고 땅이 꺼지는 등 불규칙하고 비포장도로가 많은 중국 사정에 특화된 내구성 강한 타이어를 개발하는 것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20여종의 타이어 성능 시험기와 50여종의 화학 분석 설비, 40여종의 재료 물리 시험 설비 등 110여종의 최신 연구개발(R&D) 설비를 갖춘 CTC는 중국 시장 공략의 첨병이자 전초 기지"라고 말했다. 올해 창립 75년을 맞은 한국타이어의 최근 약진세는 가파르다. 매출은 2006년 2조8200억원에서 지난해 6조4200억원으로 9년 만에 2배 정도 늘었고 2013년에는 영업이익 1조원을 넘겼다.

내부 공기압이 ‘0’인 상태에서도 주행 가능한 ‘런플랫 타이어’
내부 공기압이 ‘0’인 상태에서도 주행 가능한 ‘런플랫 타이어’.
올해 10월 문을 여는 중앙연구소 ‘한국타이어 테크노돔’.
올해 10월 문을 여는 중앙연구소 ‘한국타이어 테크노돔’.
1. 금융 위기 때도 늘린 R&D… '펑크 나도 달리는 타이어'까지

최대 성공 비결은 끊임없는 R&D 투자다. 2006년 약 700억원이던 연구개발 투자비를 지난해 1300억원 정도로 180% 늘렸다. R&D 인력은 같은 기간 575명에서 968명이 됐다. 회사 전체 영업이익이 1500억원 정도 급감한 글로벌 금융 위기(2008년)에도 R&D 비용만은 100억원 정도 늘렸다. 연구 인력은 24명을 추가로 뽑았다.

이런 노력을 쏟은 덕분에 글로벌 신차용 타이어(OE) 시장에서 세계 시장 평균 성장률이 연 3% 내외인 반면, 한국타이어의 OE 시장 성장률은 연평균 11%로 압도적으로 높다. 2011년 국내 타이어 기업 최초로 BMW의 미니 쿠퍼S에 초고성능 타이어를, 2013년에는 독일 고급차 3사에 신차용 타이어를 공급했다. 2015년에는 포르셰에 이어 BMW 뉴7 시리즈와 메르세데스-벤츠의 프리미엄 대형 트럭 '뉴 악트로스'에도 신제품 공급 계약을 맺었다. 우병일 전무는 "고성능 및 초고성능 분야에서 한국타이어는 글로벌 수준의 최고 품질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BMW 뉴7 시리즈에 공급한 3세대 런플랫 타이어는 외부 충격으로 펑크가 나도 내부에 특수 봉합제인 실란트(Sealant) 물질이 즉시 메워줘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다.

2. '본원적 경쟁 전략'… 단일 공장 세계 최대 규모

또 다른 요인은 '규모의 경제'를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다. 자싱 공장의 경우, 경(輕)트럭용 타이어를 포함해 하루 6만개, 연간 2000만개의 타이어를 생산한다. 이는 연간 2400만개로 세계 최대 규모인 대전·금산공장과 맞먹는 규모다. 글로벌 타이어 업체들이 소규모 공장을 여러 곳 나눠 운영하고 있는 것과 반대로 한국타이어는 '공장 대형화 전략'으로 승부했다. 타이어 산업이 '규모의 경제'가 적용된다는 판단에서였다. 한 공장에서 타이어를 대량생산함으로써 전체 타이어 제품의 품질을 균일화하는 효과도 거뒀다.

약 8억달러를 투입해 건설 중인 미국 테네시 공장이 올 12월 가동되면 한국타이어는 연간 1억2000만개의 생산량을 확보한다. 차별화 전략을 통해 충성 고객층을 넓히고 원가(原價)를 낮춰 경쟁사 대비 더 유리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미국 애플의 접근법과 비슷한 것이다. 이는 경영학 이론 중 하나인 '본원적 경쟁 전략'을 적용해 성공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3. 국가별 노면·기후 반영… 중국 시장점유율 1위

5곳(한국·일본·독일·중국·미국)에 R&D 센터를 운영하면서 현지 조건에 최적화한 맞춤형 타이어 제품에 주력한 것도 주목된다. 세계 최대 규모의 자동차 성능 시험장을 보유한 스페인 이디아다(IDIADA)에 테크니컬오피스를 세워 실차 계측 분야와 프리미엄 자동차에 대한 정밀 분석 연구를 공동 진행 중이며 핀란드 이발로에는 겨울용 타이어 유럽 테스트 센터를 최근 세웠다. 국가별 노면 특성은 물론 기후(氣候)까지 철저하게 고려한 타이어 생산에 심혈을 쏟는 것이다. 한국산 또는 아시아 공통 시장용 타이어는 일절 판매하지 않고 중국 노면(路面)에 적합한 차별화된 타이어 생산에 주력한 결과, 한국타이어는 미쉐린·굿이어 같은 중국 시장에 먼저 진출한 글로벌 경쟁사들을 제치고 중국 타이어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다.

4. 4200여개 직·가맹 유통망의 힘

지구촌을 5개 권역으로 나누고 올 7월 현재 한국과 중국에 3600여개, 유럽·미주·중동·아프리카 및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600여개 등 전 세계 4200여개의 직영·가맹 유통 채널을 운영하는 것도 강점이다. 2011년부터는 각국에 분산돼 있던 멤버십 제도를 통합해 유럽 주요 10개국과 중국·호주·인도네시아·사우디아라비아 등에 2500여개 소매점으로 구성된 '한국 마스터스(Hankook Masters)'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유통 채널을 단일화하고 한층 체계적인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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