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도이체방크 시총 45% 날아가… 브렉시트는 유럽 은행 시스템 개혁할 기회

    • 마크 길버트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입력 2016.07.09 03:05

구제금융 쉬워지도록 EU 각국에 재량권 줘야
공적자금 투입할 땐 납세자 보호 장치 필요

마크 길버트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마크 길버트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영국이 국민투표로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하자 유럽 은행들이 실질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 이미 연초 이후 20% 안팎 떨어진 상태였던 유럽 은행들의 올해 주가 하락률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사태로 두 배가 됐다.

유럽 주요 은행들의 시가총액(발행주식수에 주가를 곱한 것) 추이를 살펴보자. 올 들어 이탈리아 유니크레디트와 독일 도이체방크의 시가총액은 각각 61%, 45% 감소했다. 영국 바클레이스는 38%, 스페인 산탄데르는 25% 줄었다. 한때 유럽 최대의 글로벌 투자은행 자리를 노렸던 도이체방크의 시총은 현재 170억유로(약 22조원)다. 유럽 최대 경제국 1위 은행의 가치가 메신저 앱 '스냅챗'과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되는 셈이다. 도이체방크의 연 매출은 370억유로, 스냅챗의 연 매출은 5900만달러(약 690억원)다. 이 경우 도이체방크라는 기업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헤지 펀드의 제왕인 조지 소로스가 도이체방크의 주가 하락 가능성에 베팅한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이탈리아 최대 은행인 유니크레디트 역시 상황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510억유로나 되는 부실 대출이 반영되면서 시가총액 규모가 120억유로로 감소했다. 이탈리아 은행권의 총부실 대출은 1980억유로로 추산되고, 아직 부실 채권으로 처리되지 않은 '회수 의문' 등급 부채까지 합하면 이탈리아 은행권의 잠재적인 부실 규모는 3600억유로까지 늘어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탈리아 정부는 EU 규정 위반이라는 독일의 반발을 무릅쓰고 은행권에 공적자금 400억유로를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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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는 세 번에 걸쳐 은행권의 자본을 확충했지만 거의 효과를 보지 못했다. 2년 전만 해도 평가가치가 110억유로에 달했던 피레우스은행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12월 40억유로가 됐고, 긴급 자금을 투입한 이후에도 계속 줄어 현재 15억유로 미만으로 떨어졌다.

이 모든 사실이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유럽이 은행 시스템을 제대로 개혁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진 뒤 미국은 신속하게 금융기관의 옥석을 가렸다. 재무제표를 개선하는 작업을 시행했고 새로운 금융 규제를 도입했다. 반면 유럽은 개혁에 실패했다.

브렉시트는 이미 결정됐다. 영국과 다른 EU 국가 간 자금 거래에는 수많은 단서 조항이 붙을 것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유럽은 2008년 금융 위기 때 처리하지 못한 '은행 시스템 개선'에 나설 두 번째 기회를 얻었다. 이번에도 실패한다면 유럽 금융기관들이 제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울 만큼 작은 규모로 쪼그라드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영국에선 이미 금융사의 자본금 관련 기준을 완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개혁안을 영란은행이 마련했다.

EU 규제 당국은 어떤 개혁안을 내놓아야 할까. '회원국 간 규제의 일관성'보다 '은행 시스템의 정상적인 작동'이 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EU 각국 정부에 어느 정도 재량권을 부여하는 등 은행 구제금융이 쉬워지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단, 은행의 채권자나 주주들 때문에 '베일인(bail-in·은행의 파산을 막기 위해 채권자가 보유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거나 상각해 손실을 분담하는 일)' 규정을 폐기해선 안 된다. 공적자금을 투입할 때는 납세자에 대한 보호 장치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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