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질서한 분열'로 가는 EU… 공동의 가치·시장 재건 힘 모을 때

    • 조지 소로스 소로스 펀드매니저먼트 회장

입력 2016.07.02 03:11

조지 소로스
조지 소로스 소로스 펀드매니저먼트 회장
영국은 유럽연합(EU)이면서도 유로화를 쓰지 않아 EU의 특정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 그야말로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영국 유권자들은 EU 탈퇴, 즉 브렉시트(Brexit)를 선택했다. 왜일까.

그 답은 브렉시트 국민투표에 앞서 지난 몇 달간 행해진 여론조사에서 찾을 수 있다. 유럽 난민 문제와 브렉시트 이슈는 서로 '불난 데 기름 붓는' 역할을 했다. 브렉시트 옹호자들은 난민을 문제 삼았다. 난민들이 무리지어 영국 국경을 넘으려는 무서운 사진들을 시민들에게 보여주면서 다른 EU 국가들처럼 난민에 대한 통제를 잃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조장했다. 그러는 동안 유럽 주요국 정상들은 영국 브렉시트 투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에 난민 정책에 대한 중요한 결정을 계속 미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난민 수용을 위해 국경을 개방한 것은 매우 감동적이었지만, 아주 잘 짜인 계획은 아니었다. EU 국가 시민들의 일상생활을 침범할 정도로 난민들이 갑작스럽게 밀려들었기 때문이다. 난민 이주에 대한 적절한 정책 부재가 지역 주민들, 공공 안전을 담당하는 공무원들 그리고 난민 그 자신들에게까지 공포심을 심어주는 결과를 낳았다. 각국 정부와 정부 기관들이 난민 위기를 해결하지 못하자 외국인 혐오를 정치적 자산으로 한 영국독립당(UKIP) 같은 반(反)유럽 정당들이 시민들의 지지를 빠르게 얻었다. 영국독립당은 영국의 EU 탈퇴를 이끈 주요 세력이다.

많은 사람이 우려했던 재앙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다. EU의 분열은 이제 되돌릴 수 없는 지경까지 왔다. 영국이 EU를 탈퇴해 다른 EU 국가에 비해 경제 상황이 더 나아질지, 악화될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영국 경제와 영국 국민은 중단기적으론 상당한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브렉시트 투표 직후 30년 만의 최저치로 급락했다. 영국이 EU에서 정치적·경제적으로 떨어져 나오는 기나긴 과정이 지속되는 동안 전 세계 금융시장도 출렁일 것이다.

영국이 EU에서 분리되는 과정은 불확실성과 정치적 위험을 수반한다. 브렉시트로 EU 내 다른 반(反)유럽 세력들의 힘이 커질 것이다. 프랑스 극우 정당인 국민전선은 프랑스의 EU 탈퇴를 뜻하는 '프렉시트(Frexit)', 네덜란드 극우 정당 자유당은 네덜란드의 탈퇴를 뜻하는 '넥시트(Nexit)'를 주장하고 있다. 잉글랜드·웨일스·스코틀랜드·북아일랜드 4개 지역으로 구성된 연방국 영국이 살아남기도 힘든 상황이다. 스코틀랜드는 EU 잔류에 표를 던졌지만 독립 재투표를 추진할 조짐을 보이고, 북아일랜드에서도 아일랜드와의 통일이 다시 이슈화되고 있다.

다른 유럽 국가들의 잇따른 EU 탈퇴를 막기 위해서 유럽 지도자들은 영국과 경제·통상 교섭 때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EU 탈퇴가 초래하는 고통을 덜어주는 것처럼 보여선 안 되기 때문이다. EU 내 무역 대국인 영국의 수출 업체들도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영국에서 주요 금융기관들이 빠져나가면서 런던 내 기업 경기와 부동산 시장 역시 피해를 볼 것이다.

유럽 전체로서 겪게 될 문제는 이보다 더 크다. EU 회원국 간의 갈등은 이미 곪을 대로 곪았다. 난민 문제뿐만 아니라 유로존 내 부채국과 채무국 간의 갈등도 크다. 프랑스와 독일의 정상들은 자국 내 입지가 약해지자 내수 시장 활성화에 눈을 돌린 상태다. 이탈리아의 경우 브렉시트 발표 이후 주가가 10% 급락했는데, 이는 이탈리아의 금융 시스템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셈이다.

이렇게 어지러운 형국에서 영국을 포함한 유럽 전 지역은 EU라는 시스템이 표방하던 공동의 가치와 시장이 분열되면서 이에 따른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EU는 회원국 시민들에게 필요한 것을 만족시켜 주지 못한 채 무질서한 분열로 향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EU라는 동맹이 아예 없었던 때보다도 더 안 좋은 시절로 돌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EU에는 결점이 많지만, 그렇다고 EU를 포기해선 안 된다. 이제 EU를 재건하는 데 힘을 모을 차례다.


놓치면 안되는 기사

팝업 닫기

WEEKLY BIZ 추천기사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