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룡 맞선 다윗… 3개의 '혁신 무기'

입력 2016.07.02 03:11

6년간 年평균 20%씩 성장한 한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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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구·인테리어 1위 업체 한샘은 2010년 이후 빠르게 성장한 기업 가운데 하나다. 2009년 매출 5471억원으로 5000억원을 돌파한 뒤 2015년에는 1조7105억원을 기록하면서 6년간 평균 20.9% 성장했다. 영업이익률이 4.2%에서 8.6%로 배 이상 뛰었다. 전 세계를 제패한 스웨덴 가구 회사 이케아(IKEA)가 한국에 진출한 2014년 이후에도 한샘의 고성장은 이어졌다. 한샘은 어떻게 글로벌 공룡인 이케아의 도전을 이겨냈을까.

이케아의 도전에 대항해 한샘은 2011년 이후 개발·생산·유통·시공·고객 서비스 등 사업 전 과정에 걸쳐 혁신을 이뤄냈다. 제품력·영업력·원가경쟁력을 모두 끌어올렸다. 최양하 한샘 회장은 "가구·인테리어 사업은 단순한 상품 판매와 다르다"며 "제품 자체의 부가가치, 소비자 니즈를 만족시키는 영업과 상담, 시공을 얼마만큼 잘해주느냐 등의 세 박자가 잘 맞아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샘은 경영학에서 말하는 가치사슬 모형의 교과서적인 적용 사례다. 가치사슬 모형은 생산, 유통, 고객 서비스, 제품 개발 부문을 주요 활동으로 분류하고, 단계별로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핵심 활동을 도출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샘은 ▲생산 부문에서는 자동화 ▲유통 및 고객 서비스 부문은 고객 중심 영업과 시공(施工)의 연계 구축 ▲제품 개발 부문에서는 사회 변화를 감지하는 디자인 중심의 신제품 개발이라는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실행했다. 사업 혁신으로 경쟁 업체와 차별화하고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해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비결 1 : 공장 자동화

한샘의 핵심 제품인 주방 가구와 대형 수납 가구를 생산하는 경기도 안산 제3공장. 1만7532㎡ 면적의 공장 안에는 마치 전자제품 조립 공장같이 자동화된 생산 설비가 여러 개 쭉 늘어서 있다. 약 60m 길이의 붙박이장 생산 라인에서는 검사 요원 단 2명만이 일하고 있었다. 가로 1.2m, 세로 2.3m의 재료 합판을 로봇이 들어 올려 가공 기계에 투입하면 표면 가공→재단→테두리 가공→조립용 구멍 뚫기 등의 공정이 자동으로 진행된다. 가구업은 다품종 소량 생산이고, 기계로 대체될 수 없는 노동 집약적 산업이라는 상식을 깬 모습이다.

한샘이 공장 자동화에 나선 것은 2011년 말. 이케아의 한국 진출에 대응하기 위해 먼저 원가 절감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안흥국 부사장은 "하도급 업체가 재단한 판을 납품받아 조립했던 당시 생산 방식으로는 이케아에 맞설 원가 경쟁력을 가질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공장 자동화 작업이 시작됐다. 주요 공작 기계는 사오고, 자재 투입·포장·물류 시스템 등 공장 자동화 설비와 소프트웨어(SW)는 한샘이 직접 개발했다. 안 부사장은 "먼저 책장 생산부터 자동화했고, 이후 다른 품목으로 대상을 넓혔다"고 말했다. 한샘은 이를 통해 30% 이상 원가를 낮출 수 있었다.

한샘은 고객들이 어떻게 집을 꾸밀 수 있는지 보여주는 방식으로 매장을 구성한다.
한샘은 고객들이 어떻게 집을 꾸밀 수 있는지 보여주는 방식으로 매장을 구성한다. / C영상미디어 이신영
비결 2 : 1대1 고객 상담

'공간을 판매하는 기업'이라는 한샘의 슬로건은 일선 영업 현장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한샘은 6월 말 현재 9개 대형 직영 매장(서울 5곳, 경기도 2곳, 대구·부산 각 1곳)을 운영하고 있다. 매출은 월평균 210억원가량으로 한샘 전체 매출의 14.5%를 차지한다. 직영점이 높은 성과를 낸 비결은 방문한 고객을 실제 구매로 연결하는 영업 능력이다. 1명당 평균 구매액(250만~300만원)과 월평균 방문자(3만4000명) 수를 토대로 계산하면 방문 고객 가운데 20%가량을 실제 매출과 연결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영업력의 비밀은 영업사원들이 '인테리어 컨설팅'까지 해준다는 것이다. 고객들의 니즈에 맞춰 집을 꾸밀 수 있는 가구, 소품, 커튼, 벽지까지 '세트'로 제공해준다는 점을 강조한 명칭이다. 한샘은 방문 고객에게 영업사원이 일대일로 붙어 고객들의 필요에 맞는 인테리어와 가구 배치에 대해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다.

비결 3 : 스피드 경영

한샘은 제품을 가정 내에 설치하는 시공 조직도 주된 경쟁력 원천으로 삼고 있다. 최 회장은 "제품 품질이 50%라면 시공이 50%"라고 말한다. 한샘 제품을 구입하면 직영점·대리점을 불문하고 한샘의 자회사인 한샘서비스원 시공 기사가 방문해 제품을 설치한다. 2년 전 한 지역에서 대리점과 시공소 간의 갈등이 불거졌을 때 최 회장은 "시공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현장은 기사가 시공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샘은 생산과 물류 분야 자동화, 표준화를 통해 주문이 들어오면 3일 내에 제품을 공급하고, 1일 내에 시공을 완료한다는 원칙으로 스피드와 생산성을 강조한다.

권영걸 최고디자인책임자(CDO·사장)는 "건축이 맡고 있는 골조를 제외한 공간 구성, 인테리어, 가구 배치 등을 모두 뜯어고쳐 '좋은 주거 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며 "주(住)에 관한 모든 걸 혁신하는 기업이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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