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6.06.18 03:05
'美 대비 1인당 GDP'와 성장률, 한국 30년간 수치와 비교하면
중국 성장 둔화는 자연스러워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에 대해선 두 가지 해석이 있다. 하나는 중국이 지속 가능한 성장 수준에 안착하는 자연적인 현상이라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중국형 경제성장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것이다. 중국의 성장 둔화는 비슷한 성장 역사를 가진 다른 국가들과 어떻게 비교될까. 중국의 연 6~7% 성장률은 지속 가능할까.
경제성장을 연구할 때 경제학자들이 통상적으로 이용하는 솔로 모형(Solow Model)의 '수렴 현상'에서 이 질문들의 답을 찾아보자.
솔로 모형은 저소득 국가에 투자 기회가 많기 때문에 선진국에 비해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그 결과 저소득 국가의 소득이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가는 일종의 '수렴' 현상이 나타난다는 이론이다.
또 이렇게 수렴이 일어나면서 저소득 국가의 경제성장은 자연스럽게 둔화하게 되고 선진국 경제의 성장률과 비슷한 수준까지 내려오게 된다. 물론 모든 국가의 1인당 소득이 동일한 수준에 이른다는 뜻은 아니다.
수렴 이론에 가장 적합한 예는 한국 경제다. 지난 30여년간 한국과 미국의 1인당 국민 소득 차이와 경제성장률을 같이 보자. 1980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미국의 20% 정도였지만 1980~1990년 사이 한국은 연 7%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높은 성장률에 힘입어 한국의 1인당 소득은 1990년 미국의 30%까지 커졌다. 이후 10년간(1990~2000년) 한국 경제성장은 둔화해, 성장률이 5.5% 아래로 떨어졌다. 이런 흐름은 지속됐고 오늘날 한국 경제의 1인당 국민소득은 미국의 65%까지 상승한 상태다. 앞으로 한국의 경제성장은 더욱 둔화해, 미국의 수준으로 계속 수렴할 전망이다. 이런 설명력을 가진 솔로 모형이 중국에도 적용될까.
1980년 중국은 한국에 비해 훨씬 낮은 1인당 소득, 또 예상대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때 성장률은 7%대에 달했다. 그런데 1990년대로 접어들어 소득이 오르면서 동시에 성장률도 8%로 높아진다. 중국이 이렇게 소득이 오르는데도 성장률이 함께 높아진 것은 중국의 1인당 소득이 한국과 비교하기에는 상대적으로 너무 낮은 수준에서 시작했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러나 2000~2014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무려 9%까지 올라간다. 한국의 성장 역사와 비교하면 엄청나게 높은 성장률이다. 2015년까지 중국 1인당 국민소득은 미국 대비 25%까지 도달했다. 한국이 그 정도 수준의 국민소득에 도달했을 때쯤, 한국 경제는 이미 6% 미만의 성장률을 보이며 수렴 단계에 진입한 상태였다. 이렇게 보면 중국의 8~9% 성장률은 마치 기적처럼 보인다.
만일 한국의 사례를 중국의 미래 경제성장률을 전망하는 벤치마크로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 중국의 현재 1인당 국민소득을 감안하면, 앞으로 10년간 6%를 조금 밑도는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그리고 성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 6%는 중국 정부가 현재 계획하고 있는 목표치에 비해서 조금 낮기는 하지만 앞으로 10년은 글로벌 저성장이 전망되기 때문에 지나치게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그리고 현재 중국의 노동인구가 별로 증가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1인당 국민소득은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은 중국이 벤치마크하기 적합할까. 비슷한 기간에 급속 성장을 경험한 다른 국가들은 어떨까.
미국의 1인당 국민소득 대비 50%를 밑도는 국가 중에선 한국이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래서 한국을 벤치마크로 삼는 것은 다소 지나치게 낙관적일 수 있다. 다만 한국을 제외한 고성장 국가들은 중국 경제와 견주기 어렵다는 또 하나의 어려움이 있다. 예를 들어, 홍콩과 싱가포르는 둘 다 작은 국가 도시라 비교하기 쉽지 않다. 아일랜드는 유럽 국가치고는 90년대 매우 특이한 10년을 겪었고 노르웨이와 같은 산유국은 원자재라는 변수를 갖고 있기 때문에 벤치마크로 삼기 어렵다.
요약하자면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는 수렴이라는 자연적인 경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현재 1인당 국민소득 기준으로 중국의 6% 성장률은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적이다. 전 세계에는 저성장에 허덕이는 국가가 매우 많은데, 중국이 현 수준의 경제 발전을 유지할 수 있도록 경제 정책과 제도를 적절히 운영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지 보여주는 사례다.
감수=지인엽(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경제성장을 연구할 때 경제학자들이 통상적으로 이용하는 솔로 모형(Solow Model)의 '수렴 현상'에서 이 질문들의 답을 찾아보자.
솔로 모형은 저소득 국가에 투자 기회가 많기 때문에 선진국에 비해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그 결과 저소득 국가의 소득이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가는 일종의 '수렴' 현상이 나타난다는 이론이다.
또 이렇게 수렴이 일어나면서 저소득 국가의 경제성장은 자연스럽게 둔화하게 되고 선진국 경제의 성장률과 비슷한 수준까지 내려오게 된다. 물론 모든 국가의 1인당 소득이 동일한 수준에 이른다는 뜻은 아니다.
수렴 이론에 가장 적합한 예는 한국 경제다. 지난 30여년간 한국과 미국의 1인당 국민 소득 차이와 경제성장률을 같이 보자. 1980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미국의 20% 정도였지만 1980~1990년 사이 한국은 연 7%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높은 성장률에 힘입어 한국의 1인당 소득은 1990년 미국의 30%까지 커졌다. 이후 10년간(1990~2000년) 한국 경제성장은 둔화해, 성장률이 5.5% 아래로 떨어졌다. 이런 흐름은 지속됐고 오늘날 한국 경제의 1인당 국민소득은 미국의 65%까지 상승한 상태다. 앞으로 한국의 경제성장은 더욱 둔화해, 미국의 수준으로 계속 수렴할 전망이다. 이런 설명력을 가진 솔로 모형이 중국에도 적용될까.
1980년 중국은 한국에 비해 훨씬 낮은 1인당 소득, 또 예상대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때 성장률은 7%대에 달했다. 그런데 1990년대로 접어들어 소득이 오르면서 동시에 성장률도 8%로 높아진다. 중국이 이렇게 소득이 오르는데도 성장률이 함께 높아진 것은 중국의 1인당 소득이 한국과 비교하기에는 상대적으로 너무 낮은 수준에서 시작했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러나 2000~2014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무려 9%까지 올라간다. 한국의 성장 역사와 비교하면 엄청나게 높은 성장률이다. 2015년까지 중국 1인당 국민소득은 미국 대비 25%까지 도달했다. 한국이 그 정도 수준의 국민소득에 도달했을 때쯤, 한국 경제는 이미 6% 미만의 성장률을 보이며 수렴 단계에 진입한 상태였다. 이렇게 보면 중국의 8~9% 성장률은 마치 기적처럼 보인다.
만일 한국의 사례를 중국의 미래 경제성장률을 전망하는 벤치마크로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 중국의 현재 1인당 국민소득을 감안하면, 앞으로 10년간 6%를 조금 밑도는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그리고 성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 6%는 중국 정부가 현재 계획하고 있는 목표치에 비해서 조금 낮기는 하지만 앞으로 10년은 글로벌 저성장이 전망되기 때문에 지나치게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그리고 현재 중국의 노동인구가 별로 증가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1인당 국민소득은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은 중국이 벤치마크하기 적합할까. 비슷한 기간에 급속 성장을 경험한 다른 국가들은 어떨까.
미국의 1인당 국민소득 대비 50%를 밑도는 국가 중에선 한국이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래서 한국을 벤치마크로 삼는 것은 다소 지나치게 낙관적일 수 있다. 다만 한국을 제외한 고성장 국가들은 중국 경제와 견주기 어렵다는 또 하나의 어려움이 있다. 예를 들어, 홍콩과 싱가포르는 둘 다 작은 국가 도시라 비교하기 쉽지 않다. 아일랜드는 유럽 국가치고는 90년대 매우 특이한 10년을 겪었고 노르웨이와 같은 산유국은 원자재라는 변수를 갖고 있기 때문에 벤치마크로 삼기 어렵다.
요약하자면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는 수렴이라는 자연적인 경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현재 1인당 국민소득 기준으로 중국의 6% 성장률은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적이다. 전 세계에는 저성장에 허덕이는 국가가 매우 많은데, 중국이 현 수준의 경제 발전을 유지할 수 있도록 경제 정책과 제도를 적절히 운영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지 보여주는 사례다.
감수=지인엽(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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