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6.06.18 03:05
소비자가 느끼는 가치가 제품가격
구매자에게 카페인뿐 아니라 '갈증 해소'란 추가 혜택 제공
몇 년 전 한 텔레비전 방송 프로그램으로부터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 커피전문점에서 파는 아이스커피 가격이 핫커피보다 비싼 이유에 대해 경영학자의 설명을 듣고 싶다고 했다.
방송 제작진의 조사에 따르면 아이스커피 가격이 핫커피와 동일한 곳에서부터 1000원 이상 비싼 곳까지, 그 차이가 천차만별이었다. 두 커피의 가격 차이는 계절에 따라서도 달랐는데, 보통 아이스커피가 핫커피보다 더 많이 팔리는 6월부터 9월까지 두 커피의 가격 차이가 가장 많이 벌어졌다.
커피전문점 관계자에게 가격 차이의 원인에 대해 문의해 보니 그 대답도 십인십색(十人十色)이었다. 아이스커피에는 얼음이 추가로 들어가기 때문에 원가가 올라간다는 설명부터 아이스커피 용기가 핫커피 용기보다 비싸다는 설명, 차가운 음료를 마실 때 소비자는 맛을 덜 느껴 아이스커피에는 에스프레소 한 잔을 추가로 넣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설명에 이르기까지 점주에 따라 대답은 다양했다.
하지만 원가로 아이스커피와 핫커피의 가격 차이를 설명하려는 노력은 그리 설득력이 있는 것 같지 않다. 커피전문점 사업에서 원두·얼음·용기 등 재료비가 차지하는 원가 비중은 커피 소매가격의 5% 또는 150원 미만이다. 대부분 비용은 임차료·물류비용·로열티·인건비·광고 등 마케팅 비용이 차지한다. 에스프레소 한 잔 추가하는 비용이나 얼음 비용은 극히 미미하다.
굳이 원가 차이로 설명하고 싶다면, 커피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소요되는 인건비 차이로 해명하는 편이 낫다. 아이스커피는 따뜻한 커피 원액을 얼음으로 식히는 공정이 추가로 필요하기 때문에 제조 시간이 핫커피에 비해 2~3배 필요하고, 그 결과 인건비가 높아진다는 식의 설명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방송 제작진의 조사에 따르면 아이스커피 가격이 핫커피와 동일한 곳에서부터 1000원 이상 비싼 곳까지, 그 차이가 천차만별이었다. 두 커피의 가격 차이는 계절에 따라서도 달랐는데, 보통 아이스커피가 핫커피보다 더 많이 팔리는 6월부터 9월까지 두 커피의 가격 차이가 가장 많이 벌어졌다.
커피전문점 관계자에게 가격 차이의 원인에 대해 문의해 보니 그 대답도 십인십색(十人十色)이었다. 아이스커피에는 얼음이 추가로 들어가기 때문에 원가가 올라간다는 설명부터 아이스커피 용기가 핫커피 용기보다 비싸다는 설명, 차가운 음료를 마실 때 소비자는 맛을 덜 느껴 아이스커피에는 에스프레소 한 잔을 추가로 넣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설명에 이르기까지 점주에 따라 대답은 다양했다.
하지만 원가로 아이스커피와 핫커피의 가격 차이를 설명하려는 노력은 그리 설득력이 있는 것 같지 않다. 커피전문점 사업에서 원두·얼음·용기 등 재료비가 차지하는 원가 비중은 커피 소매가격의 5% 또는 150원 미만이다. 대부분 비용은 임차료·물류비용·로열티·인건비·광고 등 마케팅 비용이 차지한다. 에스프레소 한 잔 추가하는 비용이나 얼음 비용은 극히 미미하다.
굳이 원가 차이로 설명하고 싶다면, 커피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소요되는 인건비 차이로 해명하는 편이 낫다. 아이스커피는 따뜻한 커피 원액을 얼음으로 식히는 공정이 추가로 필요하기 때문에 제조 시간이 핫커피에 비해 2~3배 필요하고, 그 결과 인건비가 높아진다는 식의 설명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그러나 경영학자 입장에서 보자면 다른 설명을 할 수 있다. 제품 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두 요소는 '원가'와 '수요'다. 그런데 아이스커피와 핫커피 두 품목 간 원가 차이는 미미하다. 이 때문에 두 커피의 가격 차이는 수요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핫커피는 구매자에게 카페인을 제공하는 반면, 아이스커피는 카페인뿐 아니라 갈증 해소라는 추가적인 혜택을 제공한다. 특히 여름에는 갈증을 해소하려는 욕구가 커진다. 여름철 아이스커피의 가격이 핫커피보다 비싼 이유는 아이스커피가 구매자에게 제공하는 혜택이 핫커피 구매자에게 제공하는 혜택보다 크기 때문이다. 즉, 아이스커피 구매자의 유보가격(reservation price·소비자가 지불할 용의가 있는 최대 가격)이 핫커피 구매자의 유보가격보다 높다는 얘기다.
두 커피 가격 차이에 대한 내 강의를 말없이 경청하던 제작진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 설명이 이해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가격 차이의 이유가 그리 정의롭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날씨가 더워져 목마름을 호소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간파해서 얼음 조각 몇 개 넣고 가격을 천원이나 올려 받는 커피전문점의 얄팍한 상술이 제작진의 심기를 건드렸던 모양이다.
어쩌면 커피전문점 점주들 역시 아이스커피와 핫커피 가격 차이에 대한 내 설명을 이미 잘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두 커피의 가격을 차별화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점주들은 왜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그들이 자신의 가격 차별화 정책을 솔직히 털어놓는 대신 구차하게 원가의 차이로 포장했을까. 그 이유는 원가 차이 때문에 부득이 가격을 차별화하는 행위를 우리 사회는 윤리적으로 정당하다고 간주하지만, 소비자 간 욕구나 취향 차이를 활용해 가격을 전략적으로 차별화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정당하지 않다고 믿었기 때문인 것 같다.
아이스커피와 핫커피의 가격을 차별화하는 것과 같은 예는 우리 주변에 무수히 많다. 예컨대 샤넬, 에르메스 등과 같은 명품 브랜드의 원가는 국가별로 별 차이가 없지만 최종 소비자 가격은 크게 다르다. 한국에서 유난히 가격을 높게 책정해 우리 소비자를 봉으로 취급하는 외국 명품 브랜드 기업을 우리는 비난한다. 하지만 이들을 비난할 필요도 없고, 외국 명품의 국내 가격이 높다는 사실을 부끄럽게 여길 필요도 없다.
명품의 국내 가격이 높은 이유는 우리 소비자들은 명품을 구매할 때 가격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명품 가격이 올라갈수록 좋아하는 소비자도 있다. 그러므로 외국 명품의 국내 가격을 낮추고 싶다면 그 해결책은 간단하다. 외국 명품을 명품이라 여기지 않고 가격에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비자가 많아진다면 국내 명품 가격은 내려갈 것이다.
핫커피는 구매자에게 카페인을 제공하는 반면, 아이스커피는 카페인뿐 아니라 갈증 해소라는 추가적인 혜택을 제공한다. 특히 여름에는 갈증을 해소하려는 욕구가 커진다. 여름철 아이스커피의 가격이 핫커피보다 비싼 이유는 아이스커피가 구매자에게 제공하는 혜택이 핫커피 구매자에게 제공하는 혜택보다 크기 때문이다. 즉, 아이스커피 구매자의 유보가격(reservation price·소비자가 지불할 용의가 있는 최대 가격)이 핫커피 구매자의 유보가격보다 높다는 얘기다.
두 커피 가격 차이에 대한 내 강의를 말없이 경청하던 제작진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 설명이 이해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가격 차이의 이유가 그리 정의롭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날씨가 더워져 목마름을 호소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간파해서 얼음 조각 몇 개 넣고 가격을 천원이나 올려 받는 커피전문점의 얄팍한 상술이 제작진의 심기를 건드렸던 모양이다.
어쩌면 커피전문점 점주들 역시 아이스커피와 핫커피 가격 차이에 대한 내 설명을 이미 잘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두 커피의 가격을 차별화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점주들은 왜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그들이 자신의 가격 차별화 정책을 솔직히 털어놓는 대신 구차하게 원가의 차이로 포장했을까. 그 이유는 원가 차이 때문에 부득이 가격을 차별화하는 행위를 우리 사회는 윤리적으로 정당하다고 간주하지만, 소비자 간 욕구나 취향 차이를 활용해 가격을 전략적으로 차별화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정당하지 않다고 믿었기 때문인 것 같다.
아이스커피와 핫커피의 가격을 차별화하는 것과 같은 예는 우리 주변에 무수히 많다. 예컨대 샤넬, 에르메스 등과 같은 명품 브랜드의 원가는 국가별로 별 차이가 없지만 최종 소비자 가격은 크게 다르다. 한국에서 유난히 가격을 높게 책정해 우리 소비자를 봉으로 취급하는 외국 명품 브랜드 기업을 우리는 비난한다. 하지만 이들을 비난할 필요도 없고, 외국 명품의 국내 가격이 높다는 사실을 부끄럽게 여길 필요도 없다.
명품의 국내 가격이 높은 이유는 우리 소비자들은 명품을 구매할 때 가격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명품 가격이 올라갈수록 좋아하는 소비자도 있다. 그러므로 외국 명품의 국내 가격을 낮추고 싶다면 그 해결책은 간단하다. 외국 명품을 명품이라 여기지 않고 가격에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비자가 많아진다면 국내 명품 가격은 내려갈 것이다.
관련기사를 더 보시려면,
- 수백만 미국인 하루 2달러로 생활… 세계화로 혜택보단 손해 앵거스 디턴(미 프린스턴대 교수·2015년 노벨 경제학 수상자)
- 中 8~9% 성장은 기적… 향후 6% 성장은 노멀 안토니오 파타스(인시아드 경제학 교수)
- 두 번만에 4110억원…미술계 장악한 경매 전문가 홍콩=온혜선 조선비즈 기자
- 가장 큰손은 미국, 그 뒤에 중국… 한국은 10위 온혜선 조선비즈 기자
- 1000프랑에 산 피카소 그림을 1만1500프랑에 파는 능력 온혜선 조선비즈 기자
- 2008년 적자 본 스타벅스, 美 매장 600곳 접고 바리스타 재교육 박정현 조선비즈 기자
- 감원 안하는 게 최고의 구조조정… CEO는 CHRO 자리 거쳐야 런던=이혜운 기자
- 교육기관·개인사업가, 탁상용 3D 프린터 최대 고객 될 것 뉴욕=유한빛 조선비즈 기자
- 손바닥만한 제품은 커피 마실 시간에 프린터로 제작 완료 뉴욕=유한빛 조선비즈 기자
Copyright ⓒ WEEKLY BIZ. All Rights Reserved
위클리비즈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