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선은 내실 경영… 호황기에 낀 군살 빼고 핵심 사업 집중해야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된다면 무엇보다도 현금 유동성 확보와 원가 절감, 구조조정을 기반으로 한 수익성과 내실 위주 경영 체제 구축이 필요하다. 특히 저성장 국면이 지속된다면 재고와 매출 채권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하며, 현금 흐름을 중시하는 경영을 해야 한다. 또한 저성장 국면과 맞물려 나타나고 있는 국내외 경제의 심각한 불확실성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서 경영상의 핵심 요소를 중심으로 시나리오 플래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저성장 국면이 장기화된다면 리스크 요인 관리도 중요해지는데, 삼성이 외환 위기 직후에 하였던 것처럼 회사가 '망하는 시나리오' 워크숍을 개최하여 회사의 존폐를 위협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리스크 요인을 파악한 후 이를 중점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또한 중장기 저성장 시대에 돌입하게 되면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하여 핵심 사업과 핵심 역량 위주로 사업을 재편하는 작업도 꼭 필요하게 된다. 사업 포트폴리오의 재조정은 필요시 수시로 하면 가장 좋지만 임직원의 충성도를 중시하고,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높으며, 인수·합병 시장이 그리 활성화되지 않은 한국적 상황에서는 위기 상황이나 패러다임 변화 시기가 와야 큰 저항 없이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할 수 있다. 중장기 저성장 우려도 바로 그러한 상황이기에 호황기에 낀 군살을 빼면서 비주력, 적자 사업은 아웃소싱이나 전략적 제휴, 매각 또는 최악의 경우 청산을 통해 축소하거나 정리하고 핵심 사업에 자원을 좀 더 집중시켜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직원, 고객, 협력사와의 위기 극복의 공감대 형성과 고통 분담을 위해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최근 삼성이 비주력 사업이었던 화학, 방산 부문을 한화에 매각한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었다고 평가된다. 한화 입장에서도 주력 사업인 화학과 방산의 규모의 경제와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수 있었기에 서로 윈-윈 거래였다고 할 수 있다.
중장기 저성장 국면에서는 내실 경영을 우선으로 해야 하지만 여력이 있는 기업이라면 핵심 역량 강화, 혁신과 신성장 동력 창출을 통해 수익성을 동반한 성장을 지속할 수도 있기에 무조건 방어적 경영으로 움츠러들기만 해서는 곤란하다. 경쟁력이 있는 기업이라면 국내외 경제의 저성장 국면을 주력 사업에서의 점유율 제고는 물론 비즈니스 모델 혁신, 국내외 기업 M&A, 국내외 우수 인력 확보 등을 통해 극복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심각한 불황기는 시장의 지위가 바뀌고 산업구조가 재편되는 시기로서 한계 기업의 도산과 구조조정에 따른 시장 점유율 제고가 가능하다. 그동안 재무적 건전성과 핵심 역량을 강화해 왔던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한국의 핵심 기업들은 이번 글로벌 금융 위기의 와중에 세계 시장점유율을 크게 높일 수 있었다. 이 여세를 몰아 저성장 국면에도 핵심 사업의 경쟁력과 지배력을 높이고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성장이 지속될 신흥 시장에서의 경쟁적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면 저성장 국면에서도 훌륭한 성과를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저성장 국면에서도 혁신과 신성장 동력 창출에 성공한다면 고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 저성장 국면이 지속되면 고객 니즈도 변화하게 되는데 이를 먼저 파악하여 새 상품, 기술, 비즈니스 모델을 선도하는 기업이 강자로 부상하게 된다. 특히 GE가 산업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통해 재도약하고 있는 것처럼 본격화되고 있는 사물인터넷 시대와 4차 산업혁명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방향으로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선도하면 좋을 것이다.
더 나아가 저성장 국면에서 어려움을 겪게 될 국내외의 저평가된 기업을 인수한다면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제고함은 물론 신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내재 가치가 우수하지만 경기 침체로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거나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한 기업을 싸게 살 수 있는 기업 바겐세일 기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선도 기업들은 주력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어 성장성, 수익성 저하로 고민해 왔기에 좋은 기업을 싸게 살 수 있는 저성장 국면이 인수를 통한 기존 산업의 지배력 강화와 신성장 동력 확보의 전기가 될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은 중장기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될 것이라는 가정하에 내실 경영 체제를 최우선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하지만 여력이 있는 기업이라면 혁신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경쟁력 있는 기업에는 저성장기가 오히려 시장점유율을 높일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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