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6.06.11 03:06
누리던 복지 혜택 사라지는데 보편적 기본 소득 매력있을까
국민에 현금 나눠 준다는 건 실직 용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지난 주말 스위스 국민이 투표로 보여줬듯이 '보편적 기본 소득'은 지나치게 시대를 앞서 나간 개념이다. 스위스 유권자의 75% 이상이 보편적 기본 소득 도입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사실 이번 투표 결과는 그리 놀랍지 않다. 실업률이 낮고 부유한 인구가 많은 스위스는 보편적 기본 소득 실험에 그다지 적절치 않은 무대다. 그러나 뒤집어 보면 스위스야말로 보편적 기본 소득의 가장 좋은 실험대가 될 수도 있었다. 고용률이 높고 금융업계에 종사하는 고소득자가 많아 보편적 기본 소득이 일하고자 하는 의욕을 꺾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보편적 기본 소득 도입 실험은 실패한 걸까? 보편적 기본 소득은 정책으로 시행하기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보편적 기본 소득은 기존 복지 제도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식료품 구입용 쿠폰이나 의료 지원, 보조금 지급 등의 복지 제도는 경제적 왜곡을 불러온다. 사람들이 실제로 원하는 것이 아니라 음식이나 의료 서비스처럼 '사람들에게 필요할 법한 것'을 제공하는 탓이다. 예컨대 식료품비를 줄여서라도 급하게 자동차를 고쳐야 하는 저소득층에 식료품 쿠폰은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빈곤층 복지 제도는 소득 기준선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복지 혜택의 절벽은 한계세율(초과 수익이나 수입에 대해 내야 하는 세금의 비율)을 100% 이상 급격하게 높일 수 있다. 쉽게 말해 일을 더 했을 때 늘어나는 근로소득보다 수입이 생기면서 사라지는 복지 혜택이 훨씬 큰 경우가 생긴다는 뜻이다. '보편적 기본 소득'은 소득 수준에 상관 없이 모든 국민에게 동일한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이런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보편적 기본 소득은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해 창업을 촉진하고 파산이나 노숙자가 될 것이란 걱정 없이 꿈을 위해 도전하도록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현재 실제로 정책 입안자들이 추진하는 보편적 기본 소득은 결과적으로 쓸모 없거나 지나치게 재정 부담이 커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을 예로 들어 설명해 보자. 매달 1000달러를 기본 소득으로 줄 경우 연 1만2000달러는 1인 가구의 최저생계비를 간신히 넘는 수준이다. 대부분 가구는 기본 소득으로 제공되는 금액이 충분치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게다가 현재 미국의 성인 인구에 해마다 1만2000달러씩 준다고 가정하면 미 정부 연간 예산의 70%에 이르는 약 2조7007억달러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다른 복지 제도를 없애면 되지 않느냐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그럼 어떤 복지 제도를 없애야 할까? 공교육은 유지해야 하고, 장애 아동에 대한 지원 제도도 그대로 둬야 하고, 이렇게 하나하나 따지다 보면 정부에 의지해 살아가는 인구 상당수의 삶을 악화시키지 않고는 현재 운영 중인 복지 제도를 없애기 어렵다는 점을 알게 될 것이다.
빈곤 가정을 위한 일시적 지원, 고용보험, 사회보장 제도, 식료품 쿠폰 등 네 가지 제도에만 1조2000억달러가 투입된다. 보편적 기본 소득이 제공하는 연 2조7000억달러는 이런 복지 제도를 모두 대체하기에는 부족하다.
현행 복지 제도에 비해 보편적 기본 소득의 혜택 규모가 작다는 점을 보완하려고 지원액을 늘려가다가는 1조2000억달러짜리 지원책을 대체하는 데 3조~4조달러를 지출하기에 이를 수 있다. 이런 구체적인 계산은 물론 미국에 한정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어떤 선진국에서나 똑같다. 복지 혜택을 모두에게 똑같이 제공하는 것은 엄청나게 많은 비용이 든다. 지원금 액수를 작게 설정한다면 시행하는 티가 나지 않을 것이다. 보편적 기본 소득은 기업가 정신을 자극하지도, 다른 모든 복지 제도의 문제점을 완화하지도 못한다.
보편적 기본 소득 제도 지지자들이 생긴 것은 최근 '로봇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문제'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나는 인간이 로봇에 일자리를 모두 뺏길 것이란 가정에 대해 회의적이다. "기계가 인간을 대체할 때가 가까워졌다"는 주장은 백 년 가까이 공상과학 소설에 등장했지만, 여전히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다. 만약 우리가 상당한 돈을 보편적 기본 소득에 쏟아붓는다면 사람들이 먹고살 일에 대한 걱정 없이 실직 상태에 머물러 있도록 용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양치기 소년도 결국에는 늑대를 만난 것처럼 이번에는 뭔가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더라도 당장은 해당하지 않는 얘기다. 유권자들은 아직 실현되지 않은 위험 때문에 지금의 복지 혜택을 축소하거나 저숙련 노동자들이 일을 그만두도록 자극할 만한 정책을 지지할 이유가 없다. 만약 인구 대다수의 일자리가 로봇에 대체되는 상황이 벌어지면 보편적 기본 소득은 순식간에 도입될 것이다.
보편적 기본 소득 지지자들은 현실적 재원 마련 계획도, 이런 제도를 긴급하게 시행해야 하는 타당한 이유도 제시하지 않는다. 물론 앞으로는 보편적 기본 소득이 도입될 가능성도 있지만, 당장 가까운 미래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번 투표 결과는 그리 놀랍지 않다. 실업률이 낮고 부유한 인구가 많은 스위스는 보편적 기본 소득 실험에 그다지 적절치 않은 무대다. 그러나 뒤집어 보면 스위스야말로 보편적 기본 소득의 가장 좋은 실험대가 될 수도 있었다. 고용률이 높고 금융업계에 종사하는 고소득자가 많아 보편적 기본 소득이 일하고자 하는 의욕을 꺾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보편적 기본 소득 도입 실험은 실패한 걸까? 보편적 기본 소득은 정책으로 시행하기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보편적 기본 소득은 기존 복지 제도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식료품 구입용 쿠폰이나 의료 지원, 보조금 지급 등의 복지 제도는 경제적 왜곡을 불러온다. 사람들이 실제로 원하는 것이 아니라 음식이나 의료 서비스처럼 '사람들에게 필요할 법한 것'을 제공하는 탓이다. 예컨대 식료품비를 줄여서라도 급하게 자동차를 고쳐야 하는 저소득층에 식료품 쿠폰은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빈곤층 복지 제도는 소득 기준선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복지 혜택의 절벽은 한계세율(초과 수익이나 수입에 대해 내야 하는 세금의 비율)을 100% 이상 급격하게 높일 수 있다. 쉽게 말해 일을 더 했을 때 늘어나는 근로소득보다 수입이 생기면서 사라지는 복지 혜택이 훨씬 큰 경우가 생긴다는 뜻이다. '보편적 기본 소득'은 소득 수준에 상관 없이 모든 국민에게 동일한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이런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보편적 기본 소득은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해 창업을 촉진하고 파산이나 노숙자가 될 것이란 걱정 없이 꿈을 위해 도전하도록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현재 실제로 정책 입안자들이 추진하는 보편적 기본 소득은 결과적으로 쓸모 없거나 지나치게 재정 부담이 커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을 예로 들어 설명해 보자. 매달 1000달러를 기본 소득으로 줄 경우 연 1만2000달러는 1인 가구의 최저생계비를 간신히 넘는 수준이다. 대부분 가구는 기본 소득으로 제공되는 금액이 충분치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게다가 현재 미국의 성인 인구에 해마다 1만2000달러씩 준다고 가정하면 미 정부 연간 예산의 70%에 이르는 약 2조7007억달러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다른 복지 제도를 없애면 되지 않느냐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그럼 어떤 복지 제도를 없애야 할까? 공교육은 유지해야 하고, 장애 아동에 대한 지원 제도도 그대로 둬야 하고, 이렇게 하나하나 따지다 보면 정부에 의지해 살아가는 인구 상당수의 삶을 악화시키지 않고는 현재 운영 중인 복지 제도를 없애기 어렵다는 점을 알게 될 것이다.
빈곤 가정을 위한 일시적 지원, 고용보험, 사회보장 제도, 식료품 쿠폰 등 네 가지 제도에만 1조2000억달러가 투입된다. 보편적 기본 소득이 제공하는 연 2조7000억달러는 이런 복지 제도를 모두 대체하기에는 부족하다.
현행 복지 제도에 비해 보편적 기본 소득의 혜택 규모가 작다는 점을 보완하려고 지원액을 늘려가다가는 1조2000억달러짜리 지원책을 대체하는 데 3조~4조달러를 지출하기에 이를 수 있다. 이런 구체적인 계산은 물론 미국에 한정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어떤 선진국에서나 똑같다. 복지 혜택을 모두에게 똑같이 제공하는 것은 엄청나게 많은 비용이 든다. 지원금 액수를 작게 설정한다면 시행하는 티가 나지 않을 것이다. 보편적 기본 소득은 기업가 정신을 자극하지도, 다른 모든 복지 제도의 문제점을 완화하지도 못한다.
보편적 기본 소득 제도 지지자들이 생긴 것은 최근 '로봇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문제'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나는 인간이 로봇에 일자리를 모두 뺏길 것이란 가정에 대해 회의적이다. "기계가 인간을 대체할 때가 가까워졌다"는 주장은 백 년 가까이 공상과학 소설에 등장했지만, 여전히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다. 만약 우리가 상당한 돈을 보편적 기본 소득에 쏟아붓는다면 사람들이 먹고살 일에 대한 걱정 없이 실직 상태에 머물러 있도록 용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양치기 소년도 결국에는 늑대를 만난 것처럼 이번에는 뭔가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더라도 당장은 해당하지 않는 얘기다. 유권자들은 아직 실현되지 않은 위험 때문에 지금의 복지 혜택을 축소하거나 저숙련 노동자들이 일을 그만두도록 자극할 만한 정책을 지지할 이유가 없다. 만약 인구 대다수의 일자리가 로봇에 대체되는 상황이 벌어지면 보편적 기본 소득은 순식간에 도입될 것이다.
보편적 기본 소득 지지자들은 현실적 재원 마련 계획도, 이런 제도를 긴급하게 시행해야 하는 타당한 이유도 제시하지 않는다. 물론 앞으로는 보편적 기본 소득이 도입될 가능성도 있지만, 당장 가까운 미래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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