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B와 반대로 간 美 국채금리… 향후 경제 전망 암울하다는 의미

    • 마크 길버트(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입력 2016.04.09 03:05

마크 길버트(블룸버그 칼럼니스트)
마크 길버트(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숫자 안에 답이 있다.

요즘 국제 채권시장의 숫자(금리·가격)는 향후 경제성장과 물가상승률에 대한 전망이 암울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앙은행들은 물가상승률을 2%대로 끌어올리려 하고 있지만 목표 달성이 힘들다는 것도 알 수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최근 세계 경제 상황을 '뉴 미디오커(new mediocre)'라고 표현했다. (노멀이 정상적이고 평범한 수준을 뜻한다면, 미디오커는 썩 대단하지 않고 그만저만한 보통 수준을 뜻함·편집자) 라가르드 총재는 "경기 회복세는 계속되고 있고 성장세도 이어지고 있으니 세계 경제가 위기에 빠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그 뒤에 "다만 안 좋은 소식은 경기 회복이 지나치게 더디고 기세도 약하며, 회복의 걸림돌도 늘고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권시장 금리 흐름을 살펴보면, 투자자들이 앞으로 몇 년간 물가상승률이 오를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마이너스 금리(저수익)를 감수하고서라도 국채에 투자 중이다. 한 예로 독일 국채(10년 만기) 금리는 0.1%까지 떨어져서 거의 마이너스에 가까워진 상태다.

주목해야 할 것은 미 재무부가 발행한 국채(10년 만기) 금리가 작년 12월 2.3%에서 지금은 1.7%까지 떨어졌다는 점이다. 보통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면 장기 채권 금리 역시 오른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작년 12월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긴축 움직임을 보여줬는데도 국채 금리가 떨어졌으니 반대 방향으로 간 셈이다. 연준은 올해 두 차례 더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말했지만, 채권시장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소비자물가가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이 형성된다. 이에 따라 채권 투자자들도 물가 상승분이 반영된 이자를 지급해주길 기대하기 때문에 채권 금리도 상승(채권 가격은 하락)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은 이달 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린 뒤에도 투자자들의 장기 물가상승률 기대감은 눈에 띄게 낮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재임 시절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면 결국엔 불황을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중앙은행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돈을 찍어 뿌렸는데도 물가상승률을 밀어 올리지 못했다.

우리가 지금껏 공부했던 경제학적 상식에 오류가 있거나, 지난해 12월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린 결정이 틀렸을 수도 있다. 중앙은행들이 그들 스스로 무슨 일을 하는지 전혀 감을 못 잡고 있다는 풀이도 가능하다. 채권 금리가 다시 오르기 전까지는 중앙은행들은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맞추지 못할 것이고, 글로벌 경제에 디플레이션 위험은 여전할 것이다.

놓치면 안되는 기사

팝업 닫기

WEEKLY BIZ 추천기사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