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인간과 공존" 3D업종· 단순 노동 해주고 인간은 감독하게될 것

입력 2016.04.02 03:06

[Cover Story] 로드니 브룩스 리싱크로보틱스 회장
환자에 검사결과 설명하는 일을 로봇에 맡길 수 있을까

수퍼컴퓨터가 세계 체스 챔피언을 꺾어 전 세계에 충격을 안긴 지 19년이 흘렀다. 이번엔 인공지능이 인간 바둑 최고수를 이겼다. 고등교육이 필요한 일자리는 인공지능이 빼앗고, 단순 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은 기계가 대체할 것이란 경고가 쏟아졌다. 하지만 바둑 대결에서 승리한 지 불과 열흘 만에, 인공지능의 한계를 드러내는 사건이 일어났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공지능 테이(Tay)는 극단주의 세력이 의도적으로 입력한 비속어를 무분별하게 배운 탓에 공개된 지 하루도 안 돼 서비스가 중단됐다.

조만간 인간은 인공지능과 결합한 기계에 일자리를 뺏길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로봇공학계의 구루로 불리는 로드니 브룩스(Brooks·61) 리싱크로보틱스(Rethink Robotics) 창업자 겸 회장은 "로봇은 더럽고 위험하거나 단순한 노동을 중심으로 인간을 대체할 것이며, 고령화 사회인 만큼 로봇의 노동력은 필수"라고 말한다. 반면 인공지능 전문가인 제리 캐플런(Kaplan·64) 미 스탠퍼드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기계가 앞으로 지적 노동까지 대체하면서 수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맞섰다.

그러나 두 사람은 모두 "기계가 인간을 지배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했고, 교육제도와 법체계를 재정비해 인공지능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

편집자

브룩스 회장은 검정 여행 가방을 끌고 시간에 딱 맞춰 인터뷰 장소에 도착했다. 그는 “곧바로 중국 상하이(上海)행 비행기를 타러 공항으로 이동해야 한다”며 “중국에서 로봇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어, 현지 전자업체를 배급사로 선정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룩스
로드니 브룩스 리싱크로보틱스 회장.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인공지능연구소장을 지낸 브룩스 회장은 로봇공학의 대가로 꼽힌다. 그가 설립한 로봇 개발 업체 아이로봇(iRobot)은 군용 로봇인 팩봇(Packbot)과 로봇청소기 룸바(Roomba)로 유명하다. 2000대 넘는 팩봇이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에서 미군의 탐사용 로봇으로 활약했고,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참사 때 사고가 난 후쿠시마(福島) 원전에 최초로 투입되기도 했다. 스스로 집 안을 돌아다니며 먼지를 빨아들이는 둥글납작한 진공청소기 룸바는 2002년 출시돼, 그동안 전 세계에서 1000만대 넘게 팔렸다. 현재 브룩스 회장은 화면으로 인간처럼 얼굴 표정을 짓고 관절로 연결된 팔을 사용해 작업하는 산업용 로봇을 만든다.

―인공지능(AI)이 곧 인간의 인지능력을 완전히 뛰어넘을 것이란 우려가 최근 한층 더 커졌습니다.

“그럴 가능성은 아직 없습니다. 바둑 대결에서 인공지능 알파고가 승리한 후 공포감이 커졌는데, 1997년 인공지능이 세계 체스 챔피언을 이겼을 때도 똑같은 우려가 확산됐어요. 그로부터 20년 가까이 지났지만, 인공지능은 인간을 따라잡지 못했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어떤 작업을 할 때 그 과정을 일반화하고 응용하는 능력입니다. 예를 들어 바둑을 잘 두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바둑을 가르칠 수 있고, 바둑 두는 법을 응용해 틱택토(tic-tac-toe·일종의 빙고 게임)도 잘할 겁니다. 그런데 바둑이 프로그램된 인공지능은 다른 사람에게 바둑을 ‘가르치는 일’은 하지 못하고, 바둑 데이터를 활용해 틱택토 게임을 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인공지능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인공지능은 전문 영역에서는 뛰어나지만, 특화된 범위가 아주 좁습니다. 구글이 알파고에 적용한 기술은 ‘딥 러닝(deep learning·심층 학습)’인데 이 기술의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1985년 즈음에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딥 러닝이 가능한 인공지능은 최근 3~4년 사이에야 개발됐습니다.

딥 러닝이 좋은 성과를 내는 대표적인 분야가 음성인식과 음성 검색입니다. 예컨대 ‘프리스비(원반던지기 놀이)를 하는 인간의 이미지를 찾아줘’라고 말하면, 인공지능 검색 시스템이 이미지마다 붙은 분류표를 참조해 적절한 검색 결과를 내놓는 겁니다. 하지만 여전히 한계가 있습니다. 검색 결과를 두고 ‘사진 속에 사람이 몇 명 있나’ ‘사람들이 어디를 보고 있나’ ‘논다(play)는 게 무슨 뜻인가’ ‘놀이(game)란 무엇인가?’ 같은 응용 질문을 던지면 답을 하지 못해요. 지금의 인공지능은 단순히 분류에 따라 정보를 처리하기 때문에 인간처럼 내용을 이해하고 설명하지 못합니다.”

인공지능 관련 연구가 활발한 분야는 음성 인식, 번역, 컴퓨터비전(시각 능력으로 영상 정보를 인식해 분석하는 기술) 등이다. 인간이라면 자연스럽게 처리하는 기능이지만, 인공지능 분야에선 아직 완벽하게 구현하지 못하는 것들이다.

―프로그램되지 않은 분야를 스스로 배우고 독자적으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인공지능은 언제쯤 등장할까요.

“알 수 없습니다. 열일곱 살이던 1971년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공부했습니다. (스마트폰을 들어 보이며) 만약 그때 누군가 나에게 ‘당신이 60대가 되면 전 세계의 모든 지식을 손안에 들고 다닐 것’이라고 말했다면, 절대로 못 믿었을 겁니다. 사람들은 앞으로 50년, 100년 동안 일어날 기술의 진보에 대해서는 과소평가하지만, 앞으로 5~10년 사이에 생길 일에 대해서는 과대평가하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인공지능과 로봇 공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오해가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로드니 브룩스 리싱크로보틱스 회장
가상 로봇 집단과 로드니 브룩스 회장을 합성했다. / 로봇 사진=Getty Images 이매진스
―앞으로 100~200년 뒤에는 인간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이 등장하지 않을까요.

“그런 우려를 저는 ‘할리우드 영화 증후군’이라고 부릅니다. SF 영화에서 묘사되는 상황은 어디까지나 ‘현재 우리 사회와 똑같은 세계’에 ‘최첨단 과학기술’을 투입한 겁니다. 100년, 200년 뒤의 사회가 지금과 같을 수는 없어요. 1780년대에 인간을 태운 열기구가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괴물이 나타났다고 오해해 연장을 챙겼고, 1995년까지만 해도 비행기의 소음이 얼마나 시끄러울지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기술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맥락도 변합니다. 기술이 발전할 동안 인간도 변합니다. 그래서 ‘언제쯤 인간과 동등한, 또는 그 이상의 로봇이 등장할 것인가’란 질문은 적절한 질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로봇 공학의 수준은 어떻습니까. 인공지능은 데이터 분석이나 음성 인식 등 일상생활에서 다양하게 접할 수 있지만, 일반인들이 사용할 만한 로봇은 드뭅니다.

“인공지능 기술, 신소재, 기계공학 등 여러 분야가 고루 발달해 결합돼야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기엔 기계공학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인공지능이 비행기를 조종해 뉴욕까지 날아갈 수는 있어도, 인공지능을 장착한 로봇이 사람의 재킷을 들춰 그 안에 있는 지갑을 꺼내는 섬세한 조작 작업은 못하는 수준입니다.”

―그렇다면 가까운 미래에는 어떤 로봇들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로봇 공학은 여전히 초기 단계입니다만, 가까운 미래에는 인간의 신체 능력을 보완하는 종류의 로봇이 등장할 가능성이 클 겁니다. 북미나 북유럽, 일본, 한국 심지어 중국 사회에서도 노년층은 늘고 청년층은 감소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근로자 7명이 은퇴자 2명을 부양하지만, 앞으로는 근로자 2명이 은퇴자 1명을 먹여 살려야 할 겁니다. 자율주행차(self-driving car)보다는 운전자 보조 자동차(driver-assist car)처럼 신체능력이 부족한 인간을 돕는 인공지능 시스템이 먼저 상용화될 것이라고 봅니다.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를 씻어주는 고령자 돌봄 로봇들은 일본 같은 노령사회에서 이미 다양하게 연구하고 있습니다.”

브룩스 회장은 더럽고 위험하고 어려운 이른바 ‘3D업종’을 로봇이 도맡으면서, 인간의 업무 환경과 일자리 수준은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국 아이톤(Aethon)이 개발한 의료용 운반로봇 터그(TUG)나 그가 개발한 산업용 로봇 등을 예로 들었다. 대형 병원에 투입된 터그는 건물 곳곳을 다니며 폐기해야 하는 의료품이나 환자용 물품을 수거하는 일을 맡는데, 잡무가 줄어든 간호사들은 환자를 돌보는 일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장에 산업용 로봇을 투입하면 지루한 단순 업무는 줄어들고, 기존 직원들은 로봇에 작업을 가르치고 업무를 감독하는 ‘로봇 트레이너’ 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봇이 다양한 분야에 투입되면, 사라질 직업과 살아남을 직업은 무엇일까요.

“쓰레기를 치우고 분리수거하거나 식당에서 접시를 나르는 단순 서비스업이나 위험하고 더러운 일은 누구나 기피합니다. 앞으로 40년 동안 전 세계 인구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면서, 이런 일을 맡을 저임금 노동력이 부족해질 겁니다. 로봇은 3D 업종이나 단순 서비스업, 공장 노동부터 대체할 겁니다.

자료를 분석하는 업무나 지적 노동도 어느 정도는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겁니다. 하지만 그 규모나 속도는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인공지능이 맡기 가장 어려운 직종은 문제 해결 능력과 상호작용 능력이 필요한 분야입니다. 예컨대 엑스레이 분석은 고도의 훈련이 필요한 고소득 직종인데, 이제는 인공지능이 엑스레이 촬영 결과를 인간보다 더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어요. 하지만 검사 결과에 대해 환자에게 설명하는 일을 로봇에게 맡길 수 있을까요. 상담 분야처럼 상호작용이 필요한 서비스도 로봇보다 인간에게 받고 싶어할 겁니다.”

―로봇이 인간 일자리를 위협하지 않으면서 산업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이 있나요.
“실제로 기업들은 생산 전반에 대한 지식을 갖춘 숙련된 직원들을 잃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미국의 제조업계에서 숙련된 직원들의 평균 연령은 50~60대이고, 유럽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로봇을 도입해 단순 반복 업무를 대신하게 하고, 인간 직원은 기계의 작업을 감독하게 맡기는 겁니다. 예를 들어 전문 직원이 자동차를 수리할 때 기계는 연장을 가져다주는 등 힘이 필요한 보조역을 하면 됩니다.”

―자율주행차나 인간 같은 로봇이 보급되면, 윤리적인 결정을 내릴 문제가 많다고들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가 날 상황에서 자율주행차의 인공지능은 탑승자와 보행자 중 누구의 생명을 구해야 할까요.

“이런 수많은 상황을 가정하는 건 탁상공론에 불과합니다. 일종의 권력 다툼이에요.
자동차가 미끄러질 때 바퀴가 잠기는 문제를 막기 위한 브레이크 잠김 방지 장치(ABS)가 개발됐을 때, 모두 ‘어떻게 브레이크 제어를 기계에 맡길 수 있느냐’며 불안해했어요. 처음으로 ABS를 차량에 도입하는 결단을 내린 건 독일 메르세데스였습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은 그 누구도 ABS가 없는 차를 구입하지 않을 겁니다.

현재 모든 자동차는 인간이 운전하는데, 전 세계에서 하루 평균 3000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합니다. 그런데도 만약 자율주행차가 인명 사고를 낸다면 엄청난 뉴스가 될 거예요. 하지만 인간 운전자는 자신과 보행자의 생명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위기 상황에서 제대로 판단을 내릴 수 있나요? 겁에 질려서 장애물을 피하는 데 급급하겠죠.

인간도 사고 순간에 ‘두 보행자 중 한쪽은 노인이고 한쪽은 어린이니, 어린 쪽을 구해야겠군’ 하고 결정하거나 윤리적인 문제를 고민하지 못합니다. 법적인 책임 소재나 보험의 보장 범위와 관련해서는 차차 의논할 문제입니다. 이런 고민을 해야 할 만큼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지만, 인공지능이 자동차를 운전한다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는 줄어들 겁니다. 역으로 보험사에서는 자율주행차에는 보험료를 할인해줄 수도 있습니다. 사고 발생률이 낮아질 테니까요.”

―로봇 시대에 대비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교육제도를 바꿔야 합니다. 지금의 학교 교육은 컴퓨터와 인공지능 시대에 뒤떨어져 있습니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독특하고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이 더욱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일을 처리하는 법’이 아닌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공학 원리와 컴퓨터 과학, 물리학 같은 다양한 분야를 가르치고 이런 지식을 다양한 분야에 접목하고 로봇을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합니다. 요즘 학생들은 컴퓨터 게임에 대해서는 잘 알지만, 정작 컴퓨터 지식은 부족합니다.”

로봇이 인간의 물리적인 한계를 보완하면서 인간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미래를 그리는 브룩스 회장에게,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로봇 공학자가 된 이유를 물었다. 60대인 그는 곧바로 6살짜리 꼬마 같은 표정을 지으며 “아주 단순하다. 로봇을 만드는 게 너무 재밌었다”라며 “나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까지 벌고 있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과 딥 러닝(deep learning)

‘머신 러닝’은 인공지능이 정확하게 입력되지 않은 내용을 자체적으로 학습하는 것이다. 이때 인공지능은 알고리즘을 이용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음 단계를 예측하면서 배운다.
구글이 알파고에 도입한 ‘딥 러닝’은 머신 러닝의 한 종류다. 인간의 뇌 구조를 모방해 만든 인공 신경망을 기반으로 한다. 딥 러닝을 적용한 인공지능은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패턴을 발견한 다음, 스스로 추론하고 판단할 수 있다.


 

놓치면 안되는 기사

팝업 닫기

WEEKLY BIZ 추천기사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