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다운로드 숫자로 돈 버는 건 한계… 하나의 앱 안에서 놀게 하라

입력 2016.03.19 03:06

베르트랑 슈밋 앱 컨설팅 기업 '앱애니' CEO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 전문 회사 시스코 시스템즈에 따르면 작년 전 세계 모바일 데이터 사용량은 전년보다 74% 증가했다. 시스코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모바일 데이터 사용량이 연평균 53%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모바일 데이터 사용량 추세는 모바일 앱 시장 성장의 척도로 사용된다. 모바일 앱 시장이 지금까지 고속 성장했지만, 앞으로도 빠르게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 셈이다.

앱 전문 컨설팅 기업인 앱애니(App Annie)의 베르트랑 슈밋(Schmitt·39·사진) 최고 경영자(CEO) 역시 모바일 앱 시장이 여전히 잠재력이 큰 부문이라는 데에는 동의했다. 하지만 시장의 흐름이 달라지고 있어 여기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베르트랑 슈밋(Schmitt·39)
베르트랑 슈밋 CEO
슈밋 CEO는 “시간이 흐를수록 모바일 앱 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는 소비자가 줄어들 것”이라며 “앱 다운로드 숫자를 늘려 수익을 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바일 앱 시장에서는 특정 앱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충성스러운 소비자를 확보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0년 설립된 앱애니는 모바일 앱 시장과 관련 있는 각종 데이터를 분석해 기업에 제공하고, 앱 비즈니스 전략을 조언하는 앱 전문 컨설팅 업체다. 미국의 구글과 아마존, 중국의 바이두(百度)와 텐센트, 알리바바 등 세계적인 글로벌 IT 기업들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으며, 현재까지 1억570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프랑스 출신의 슈밋 CEO는 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했고, 프랑스 국립대학 ISEP에서 컴퓨터 과학 석사를 받았다.

―앱 시장의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앱이 성공하려면 3가지가 필요합니다. 먼저 많은 소비자가 앱을 다운로드해야 합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앱을 사용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앱의 어떤 부분에서 매출이 발생하는지, 소비자들이 실제로 앱을 사용하는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알아내 수익 모델에 반영해야 합니다.”

―3가지 요소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면.

“과거에는 다운로드 숫자가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신규 스마트폰 사용자를 겨냥한 새로운 앱들이 쏟아졌고, 많은 사용자를 끌어들인 앱들이 시장에서 주도권을 가지게 됐습니다. 그런데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 단계로 접어들면서, 신규 스마트폰 사용자 증가세가 둔화하고, 모바일 앱 신규 다운로드 횟수 역시 과거처럼 빠르게 늘어나지 않는 추세입니다. 그렇다고 소비자들이 앱을 덜 쓴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미 많은 사용자가 쓰고 있는 앱들의 누적 다운로드 횟수는 꾸준히 늘어납니다. 개별 소비자들의 앱 사용량 역시 증가하면서, 앱 매출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존에 있던 앱을 어떻게 확장할지, 지속적으로 사용자를 어떻게 끌어들일지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중국, 인도 등 중저가 스마트폰이 빠르게 보급되는 국가의 경우는 좀 다르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은 앞으로의 전체적인 흐름입니다. 앱 시장 역시 지역별로 다르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도, 인도네시아 등 신흥 시장에서는 신규 앱 다운로드 건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인도의 경우 지난해 구글 플레이 스토어, 애플 앱 스토어를 합산한 앱 다운로드 횟수가 전년(2014년)과 비교해 50% 늘었습니다. 브라질은 내수 침체에도 앱 매출이 올해 4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도네시아, 터키, 멕시코 등도 잠재력이 큰 지역입니다. 반면 미국과 한국 같은 나라들은 스마트폰 신규 수요보다는 교체 수요가 많습니다. 결과적으로 새롭게 앱 시장에 진입하는 소비자가 많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당 국가들의 앱 시장이 성장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운로드에 의한 성장이 둔화되고, 대신 앱 사용량과 매출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중국 시장은 양면성이 있습니다.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는 앱 시장이 성숙 단계지만, 나머지 지역에서는 여전히 새로운 소비자가 앱 시장으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지역별로 전략을 다르게 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인도 같은 신흥 시장에서는 일단 앱 다운로드 숫자를 늘리고,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됩니다. 다른 곳에서 성공한 앱 비즈니스 모델을 참고 삼아 새로운 앱을 좀 더 빠르게 출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미 스마트폰이 많이 보급된 지역은 좀 다릅니다. 한 가지 앱에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거나, 정기적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하는 식으로 ‘구독’을 유도해야 합니다. 자주 업데이트해 소비자들이 늘 새 제품을 쓰는 듯 느끼게 하는 전략을 사용해야 합니다.

메신저 앱의 확장을 예로 들어볼까요. 중국의 위챗, 한국의 카카오톡, 일본의 라인이 대표적입니다. 위챗은 게임, 송금, 결제, 쇼핑 등 점점 더 많은 서비스를 위챗 플랫폼으로 통합하고 있습니다. 카카오톡도 게임, 콜택시 등 카카오톡과 연계되는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라인도 비슷합니다. 다만 위챗의 경우 하나의 앱으로 통합하고, 카카오나 라인은 연동되는 별도의 앱을 만드는 차이점은 있습니다. 하나의 앱이 다양한 기능을 갖출 경우 소비자들은 해당 앱을 더 자주 사용하게 됩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좋은 일입니다. 수익 모델을 여러 개 갖게 되는 것이니까요.”

―그런 방식이 매출 증가에 도움이 된다는 뜻인가요.

“그렇습니다. 지난해 모바일 기기별 평균 매출이 15.42달러인데 2020년에는 16.22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과 유럽, 중국의 대도시를 중심으로 소비자 지출에서 모바일이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해서 커졌고, 앞으로도 커질 것입니다.”

김의균 기자
일러스트=김의균 기자
―앱 시장에서도 어떤 분야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나요.

“현재 앱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문은 게임입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게임 외 부문이 더 성장할 여지가 큰 것 같습니다. 작년 한 해 동안 앱 전체 사용 시간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했습니다. 특히 게임 부문을 제외한 부분에서 앱 사용 시간이 크게 늘었습니다. 교통, 쇼핑 카테고리의 이용 시간이 각각 123%, 160% 증가했고, 앱을 통한 미디어와 동영상 이용 시간이 93% 늘었습니다.”

―이 흐름이 앱 시장 성장에 도움 될까요.

“물론입니다. 앞서 언급한 앱들은 모두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사용 시간이 길고, 빈도수도 매우 잦습니다. 성장성이 있죠. 자체 조사 결과 지난해 전 세계 모바일 앱 시장의 전체 매출은 411억달러(약 48조870억원)였습니다(모바일 앱의 스토어 매출만 집계). 저는 모바일 앱 시장이 2020년까지 연평균 20% 성장, 1010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특히 2015년 게임 부문을 제외한 모바일 앱 시장 매출은 63억달러에 그쳤는데, 2020년에는 4.2배 늘어난 264억달러로, 전체 앱 스토어 지출의 25%를 차지할 것입니다. 엔터테인먼트,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금융, 교육, 심지어 정부 및 사회 서비스까지 생활 속에서 앱을 사용하는 빈도수는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앱 시장이 레드오션(red ocean·경쟁자가 많은 시장)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맞습니다. 특히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이어주는 O2O(online to offline) 분야에서 그렇습니다. 업체 간 경쟁이 더 치열해지면서, 안정적인 소비자를 확보하기 위해 기업들이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O2O 앱을 갖고 있는 기업들의 활발한 인수·합병(M&A)이 예상됩니다. 특히 사용자 확보를 위해 가격 인하 정책을 적극적으로 쓴 중국 등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이 같은 움직임이 더 활발할 것으로 보입니다.”

―구글, 알리바바 등 글로벌 기업들은 앱 시장에서 어떤 부분에 관심을 갖고 있던가요.

“스마트폰이 아닌 모바일 기기를 활용한 앱 개발에 관심이 많습니다. 구글,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은 가상현실(VR), 웨어러블 기기, TV, 스마트 홈 디바이스, 자동차에 최적화된 앱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사용자들이 모바일에 점점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는 가운데 앱은 새로운 플랫폼을 활용해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다양한 모바일 기기를 발판 삼아 앱이 소비자와 기업을 연결하는 가장 중요한 매개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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