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인 재활에, 서민 어린이 교육에… 해외 투자사들, 사회적 투자 활발

입력 2016.03.19 03:06

사회적 난제도 해결하고 수익도 얻고… '임팩트 투자'시대

질병·빈곤 퇴치, 교육 평등, 환경보호와 같은 전 세계적 난제(難題) 해결은 정부나 비영리 단체가 맡는 경우가 많다. 들어가는 돈은 많은 반면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태생적으로 영리 추구를 근간으로 하는 벤처캐피털(VC), 사모펀드, 헤지펀드, 투자은행들이 난제 해결에 돈을 투자하고 있다. 임팩트 투자(impact investing)다.

임팩트 투자란 인류와 사회가 직면한 문제에 긍정적 영향(impact)을 미치는 분야에 대한 투자를 말한다. 사회적, 환경적 임팩트를 목표로 하는 스타트업·학교·기업·펀드에 투자하면서 성과에 따라 금융 수익도 가져간다는 점에서 단순 기부와 다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와 뉴욕주(州) 정부는 2014년 소셜임팩트채권을 만들었다. 뉴욕시 상습범들의 재활과 사회 적응에 힘쓰는 기관에 투자하는 채권이다. 투자자들은 뉴욕시 재범률이 목표치까지 낮아지면 최대 12%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작년 7월 사회적가치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인 임프린트캐피털을 인수했다. 골드만삭스와 임프린트캐피털은 미국 저소득층 어린이들을 위한 어린이집 교육 제공 프로그램에 2000만달러(234억원)를 투자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투자은행 UBS는 환경 분야에 투자하는 그린채권을 운용 중이다.

사회적 기업가 정신(social entrepreneurship)을 바탕으로 한 임팩트 투자 움직임은 영국에서 시작해 최근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점점 주목받고 있다. JP모건과 임팩트 투자 진흥기관인 글로벌임팩트(GIIN)는 전 세계에서 금융기관과 재단, 펀드매니저들이 운용 중인 임팩트 투자 자금이 지난 2014년 460억달러(53조)에서 2015년 600억달러(70조)로 성장한 것으로 분석했다.

과거엔 돈 안 되는 분야로 여겨진 시장이 뒷심 있게 성장 중인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보다 민간이 기술로 난제를 더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고, 비영리적 사회적 가치에 투자한다고 해서 수익이 미미하거나 투자 트렌드에서 뒤처지는 것은 아니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어서다. 일각에선 '임팩트 투자가 벤처캐피털의 미래'라는 말도 나온다.

영국 벤처캐피털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로널드 코헨(Cohen) 브릿지스벤처스 회장은 지속가능한 성장 펀드, 사회기업가 펀드 등 6억파운드에 달하는 펀드를 운용 중이다. 또 에너지 재생이나 교육 관련 스타트업에 여럿 투자해 성공적으로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마쳤다. 페이스북 출신 기업가 차마스 팔리하피티야(Phalihapitiya)는 "세계의 난제를 기술로 해결해 사회를 변화시키는 사람들에 투자하는 것"을 비전으로 삼아 소셜캐피털파트너십(S23P)을 창업했다. 그는 교육과 헬스케어 부문 이외에 슬랙(모바일 메시지), 서베이몽키(온라인 설문조사), 박스(콘텐츠 공유) 등 유망한 IT 업체들에 투자하며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유능한 벤처캐피털리스트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과거엔 성과 좋은 최고경영자(CEO)를 길러내는 데 주력했던 경영대학원(MBA)들도 난제 해결을 위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학교야말로 난제 해결을 위해 시행착오를 여러번 겪으면서도 계속 실험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나이키 창업자 필립 나이트(Knight)는 미 스탠퍼드대에 가난, 기후변화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써달라며 4억달러(약 4700억원)를 지난달 쾌척했다. 그는 뉴욕타임스(NYT)에 "인류에게 혜택을 주고 의미 있는 변혁을 일으키기 위한 투자"라고 말했다. 미국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인 빌 애크먼(Ackman)은 올 2월 전 인류적 난제 해결을 위해 지속 가능하고 구현 가능한 방법을 찾는 학생들을 지원하는 장학금을 만들어 옥스퍼드대 사이드경영대학원에 370만파운드(약 61억원)를 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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