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금리 국채 사는 건 위험천만

    • 마크 길버트(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입력 2016.03.12 03:05

공포가 탐욕 이긴 시장
국채는 더 이상 안전자산 아닌데 투자자들, 손해 감수하고 달려들어
국채가격·경제 상황의 괴리
대대적 돈 풀기 정책이 판치는 요즘, 채권 투자에 신중 기해야 할 시점

마크 길버트(블룸버그 칼럼니스트)
마크 길버트(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채권시장의 혼란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채권 가격을 결정하는 주된 요소는 향후 물가에 대한 전망이나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다. 그런데 투자자들이 실제로 채권의 가치를 평가할 때 간과하기 쉬운 한 가지는 '공포와 탐욕이 충돌하면 언제나 공포가 승리한다'는 사실이다.

세계 주요국 채권시장의 현재 상황을 보자. 채권 금리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채권 가격 상승), 일부 국채는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미국 정부는 10년 동안 자금을 빌리기 위해 독일 정부가 내는 것보다 10배 이상 많은 금액을 이자로 내야 한다. 일본 정부는 미국 정부가 2년 동안 자금을 빌리기 위해 내는 이자보다 적은 비용만 들이고도, 40년 동안 돈을 빌릴 수 있다.

특히 금리가 마이너스권으로 진입한 선진국의 경우, 국채는 이제 '손해 볼 위험이 없는' 투자처라고 할 수 없다. 2014년에 발행된 5년물 독일 국채를 10만유로(약 1억3000만원)어치 매입한다고 가정해보자.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현재 금리가 -0.365%인 이 국채의 가격은 액면가보다 더 비싼 10만1875유로다. 연말쯤 이 국채의 금리가 0.9%까지 오른다고 가정하면, 국채 가격은 9만6000유로로 하락한다. 단순히 계산해도 투자한 금액의 5.7%를 손해 보는 셈이다.

한마디로 국채가 더 이상 안전자산이 아닌 상황이다. 최소한 독일 정부는 장기 채권을 발행하면서 비용을 물지만, 일본과 스위스 정부는 10년 동안 돈을 빌리면서 투자자에게 대가(代價)를 지급하기는커녕 손실을 안긴다. 그런데도 투자자들은 만기에 액면가만큼의 돈은 확실히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손해를 감수하고 스위스와 일본 등 선진국의 국채를 사들인다.

1조6000억달러(약 1940조원) 규모인 미 국채시장에서 최근 투자자들은 10년물 채권을 손에 넣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려들었다. 환매조건부로 국채를 거래하면서 3.25%의 이자 비용을 감수할 정도였다. 채권 트레이더들마저 국채를 빌리는 조건으로 전례 없이 비싼 대여료를 지불했다. 체결되지 않은 리포(repo·환매조건부채권) 거래의 누적액이 사상 최고치인 120억달러를 기록할 정도다. 이런 미체결 거래가 빈번하고 금액도 상당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현재 미 국채시장도 정상적으로 굴러가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국채 가격과 경제 상황 사이의 괴리가 신용등급이 높은 나라에서만 나타난 것도 아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투기등급 바로 위 단계를 매긴 슬로베니아(Baa3)마저도 최근에는 단기 채권을 비용도 들이지 않고 발행했다. 이달 초 한때 슬로베니아의 1년물 국채 금리는 -0.07%를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은 투자할 대상과 시점을 결정할 때 '리스크 온·리스크 오프' 전략을 꺼내든다. 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많아지면 주식이나 상품 등 투자 위험이 큰 자산에 투자하고(리스크 온), 비관론이 힘을 얻을 때는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국채나 예금으로 자금을 이동하는 것(리스크 오프)을 말한다. 그런데 요즘 같은 상황에서 마이너스 금리인 국채를 사는 것은 정상적인 위험 회피 전략이 아닌, 투자 위험을 더하는 일이다.

국채시장의 혼란을 통해 짐작할 수 있듯이, 마이너스 금리와 양적 완화 정책 같은 대대적인 돈 풀기 정책이 판치는 요즘 같은 때가 바로 채권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할 시점이다.

놓치면 안되는 기사

팝업 닫기

WEEKLY BIZ 추천기사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