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6.03.12 03:05
구글 성공요인은 알고리즘 효율성이지 검색엔진 처음 만들었기 때문이 아니다
소비자·판매자 확보와 차별적 기술이 필수

인터넷과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경제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용어 중 하나는 '플랫폼'이다. 원래 플랫폼은 기차와 승객이 만나는 물리적인 접점을 의미했는데, 이제는 다양한 경제주체를 연결해주는 거의 모든 매개를 의미한다. 신용카드는 물품·서비스 구매자와 판매자를, 미디어 플랫폼은 콘텐츠 소비자와 광고주를, 차량 공유업체 우버는 운전기사와 승객을, 숙박 공유업체 에어비앤비는 남는 방이 있는 집 소유주와 여행객을 연결하는 대표적인 플랫폼 기반 사업이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남녀 데이트 주선, 배달 앱을 통한 음식 주문까지 플랫폼 형태의 사업이 삶의 전반에 큰 영향을 주고 있음을 부인하긴 어렵다.
최근에는 플랫폼 관련 사업이면 전통적인 사업과 뭔가 다를 것이고 전망이 밝다고 생각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온라인 사업이 오프라인 사업보다 유리할 것이라는 다소 맹목적인 믿음을 가진 사람도 적지 않다. 구글이 인터넷 검색 플랫폼 시장의 절대 강자가 된 것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고, 우버나 에어비앤비처럼 독특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성장한 플랫폼 기업들이 주목을 받기 때문에 이런 기대감이 형성된 것이다.
플랫폼 사업에 환상을 가지는 것은 개인만이 아니다. 지난 2011년 1월 구글은 당시 떠오르던 온라인 쿠폰 판매 업체 그루폰을 60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는데, 그루폰은 구글의 제의를 거절했다. 대신 같은 해 11월 나스닥에 상장하는 길을 택했다. 상장 당시 그루폰의 주가는 약 26달러였는데 현 주가는 4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만약 구글이 그루폰을 인수했다면, 그루폰이 구글의 검색 시스템과 결합한 새로운 온라인 쿠폰을 창출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시점에서 당시 구글의 제안 금액이 적절했는지를 알 방법은 없다. 하지만 그루폰을 둘러싼 기대와 실망은 플랫폼 시장의 성패를 전망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알려준다.
디지털 시대 플랫폼 시장의 특성을 잘 이해하려면 두 가지 개념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는 양면성 또는 다면성이라고 불리는 '그룹 간 네트워크 효과'이다. 우버를 생각해 보자. 우버 차량을 이용하려는 승객은 주변에 우버 운전사가 얼마나 많이 있는지를 중요하게 여길 것이다. 반대로 우버 운전사는 우버를 이용하려는 손님이 얼마나 많은가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우버 입장에서는 양쪽 시장을 균형 있게 발전시킬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운전사와 고객을 연결해 주고 수수료를 받는 우버의 수익 모델이 유지될 수 있다.
둘째는 '멀티호밍(multihoming)'이라는 개념이다. 구매자든 판매자든 동시에 여러 플랫폼을 사용할 수 있다면 멀티호밍이 가능한 것이다. 신용카드를 예로 들어보자. 소비자는 비자, 마스터, 아멕스 등 다수의 지불 수단을 가질 수 있고, 상점에서도 복수의 신용카드를 받아준다. 이 경우 멀티호밍이 양쪽 시장 모두에 존재한다. 반면 회원제 창고형 매장 코스트코에서는 특정 지정 카드로만 결제할 수 있기 때문에 코스트코 이용 소비자에게 지정 카드를 제외한 다른 결제 수단은 무용지물이 된다. 이 경우 멀티호밍은 성립하지 않는다. 멀티호밍이 존재하는 시장에서 플랫폼의 가장 큰 과제는 장기적으로 충성심 높은 고객층을 확보하는 것이다. 경쟁 플랫폼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멀티호밍의 매력을 줄여야 한다.
다시 원래 문제로 돌아가보자. 왜 그루폰은 날아오르지 못했을까. 우버의 미래는 밝은가. 에어비앤비는 먼 미래에도 여행객에게 숙박을 제공할 수 있을까. 정답을 알 수는 없겠지만, 힌트는 얻을 수 있다.
그루폰은 충분한 소비자와 판매자를 확보하지 못해 네트워크 효과를 누리지 못했고, 멀티호밍을 막을 수 있을 정도의 차별적인 서비스도 제공하지 못했다. 온라인 플랫폼의 특성상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쟁자들의 등장은 시간문제였다. 그 결과 제대로 된 이윤을 내기도 전에 그루폰은 과당경쟁에 시달려야 했다.
우버도 비슷한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운전자 입장에서 우버에 독점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게다가 우버는 끊임없이 규제와 싸우고 있다. 우버가 네트워크 효과를 얼마만큼 극대화할 수 있는지 지켜봐야 한다.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효용이 너무 커 규제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명분도 확보해야 한다.
에어비앤비에게 여행자들이 남기는 리뷰는 큰 자산이다. 여행객이 좋은 리뷰를 남긴 숙소가 많아질수록,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을 내놓는 경쟁 업체보다 더 우위에 서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버와 마찬가지로 각종 규제가 등장하고 있는 것은 리스크다. 에어비앤비는 호텔 산업과 서로 보완적인 관계를 수립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제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가 주는 막연한 기대와 장밋빛 전망에서 벗어나야 한다. 양면 시장에서 선순환을 만들어 내는 경영 기법과 복제 플랫폼의 경쟁을 뿌리칠 수 있는 차별적 기술 요소에 주목해야 한다. 구글이 검색엔진 시장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여온 것은, 구글이 최초의 검색엔진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검색 알고리즘이 다른 검색엔진보다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플랫폼 관련 사업이면 전통적인 사업과 뭔가 다를 것이고 전망이 밝다고 생각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온라인 사업이 오프라인 사업보다 유리할 것이라는 다소 맹목적인 믿음을 가진 사람도 적지 않다. 구글이 인터넷 검색 플랫폼 시장의 절대 강자가 된 것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고, 우버나 에어비앤비처럼 독특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성장한 플랫폼 기업들이 주목을 받기 때문에 이런 기대감이 형성된 것이다.
플랫폼 사업에 환상을 가지는 것은 개인만이 아니다. 지난 2011년 1월 구글은 당시 떠오르던 온라인 쿠폰 판매 업체 그루폰을 60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는데, 그루폰은 구글의 제의를 거절했다. 대신 같은 해 11월 나스닥에 상장하는 길을 택했다. 상장 당시 그루폰의 주가는 약 26달러였는데 현 주가는 4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만약 구글이 그루폰을 인수했다면, 그루폰이 구글의 검색 시스템과 결합한 새로운 온라인 쿠폰을 창출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시점에서 당시 구글의 제안 금액이 적절했는지를 알 방법은 없다. 하지만 그루폰을 둘러싼 기대와 실망은 플랫폼 시장의 성패를 전망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알려준다.
디지털 시대 플랫폼 시장의 특성을 잘 이해하려면 두 가지 개념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는 양면성 또는 다면성이라고 불리는 '그룹 간 네트워크 효과'이다. 우버를 생각해 보자. 우버 차량을 이용하려는 승객은 주변에 우버 운전사가 얼마나 많이 있는지를 중요하게 여길 것이다. 반대로 우버 운전사는 우버를 이용하려는 손님이 얼마나 많은가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우버 입장에서는 양쪽 시장을 균형 있게 발전시킬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운전사와 고객을 연결해 주고 수수료를 받는 우버의 수익 모델이 유지될 수 있다.
둘째는 '멀티호밍(multihoming)'이라는 개념이다. 구매자든 판매자든 동시에 여러 플랫폼을 사용할 수 있다면 멀티호밍이 가능한 것이다. 신용카드를 예로 들어보자. 소비자는 비자, 마스터, 아멕스 등 다수의 지불 수단을 가질 수 있고, 상점에서도 복수의 신용카드를 받아준다. 이 경우 멀티호밍이 양쪽 시장 모두에 존재한다. 반면 회원제 창고형 매장 코스트코에서는 특정 지정 카드로만 결제할 수 있기 때문에 코스트코 이용 소비자에게 지정 카드를 제외한 다른 결제 수단은 무용지물이 된다. 이 경우 멀티호밍은 성립하지 않는다. 멀티호밍이 존재하는 시장에서 플랫폼의 가장 큰 과제는 장기적으로 충성심 높은 고객층을 확보하는 것이다. 경쟁 플랫폼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멀티호밍의 매력을 줄여야 한다.
다시 원래 문제로 돌아가보자. 왜 그루폰은 날아오르지 못했을까. 우버의 미래는 밝은가. 에어비앤비는 먼 미래에도 여행객에게 숙박을 제공할 수 있을까. 정답을 알 수는 없겠지만, 힌트는 얻을 수 있다.
그루폰은 충분한 소비자와 판매자를 확보하지 못해 네트워크 효과를 누리지 못했고, 멀티호밍을 막을 수 있을 정도의 차별적인 서비스도 제공하지 못했다. 온라인 플랫폼의 특성상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쟁자들의 등장은 시간문제였다. 그 결과 제대로 된 이윤을 내기도 전에 그루폰은 과당경쟁에 시달려야 했다.
우버도 비슷한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운전자 입장에서 우버에 독점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게다가 우버는 끊임없이 규제와 싸우고 있다. 우버가 네트워크 효과를 얼마만큼 극대화할 수 있는지 지켜봐야 한다.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효용이 너무 커 규제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명분도 확보해야 한다.
에어비앤비에게 여행자들이 남기는 리뷰는 큰 자산이다. 여행객이 좋은 리뷰를 남긴 숙소가 많아질수록,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을 내놓는 경쟁 업체보다 더 우위에 서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버와 마찬가지로 각종 규제가 등장하고 있는 것은 리스크다. 에어비앤비는 호텔 산업과 서로 보완적인 관계를 수립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제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가 주는 막연한 기대와 장밋빛 전망에서 벗어나야 한다. 양면 시장에서 선순환을 만들어 내는 경영 기법과 복제 플랫폼의 경쟁을 뿌리칠 수 있는 차별적 기술 요소에 주목해야 한다. 구글이 검색엔진 시장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여온 것은, 구글이 최초의 검색엔진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검색 알고리즘이 다른 검색엔진보다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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