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 경영 전문가' 에이미 에드먼슨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그러나 만드는 기업 입장에선 쉽지 않았다. 10여개의 컨소시엄이 참여한 입찰에서 중국 정부는 마감 시한을 겨우 몇 주 앞두고 건축면적과 내부 요소에 대한 규정을 계속 바꿨다. 바뀌는 규정에 누가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지가 공사를 따내는 관건이었다.
에이럽은 수영센터 디자인을 건축 디자이너들의 손에만 일임하지 않고, 브레인스토밍 단계에서부터 각 분야 전문가들을 참여시켰다. 기계공학자들은 단열이 잘되고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는 친환경 경기장이 되도록 에너지 효율 관련 아이디어를 내놨다. 조명 전문가들은 낮에 햇빛이 잘 들어오면서도, 동시에 물에 빛반사가 일어나 관중이 불편한 일이 없도록 적당히 햇빛을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했다. 처음부터 다양한 전문가들과 함께 설계를 진행했기 때문에, 정부의 새 규정에 따른 설계 변경도 쉽게 해낼 수 있었다.
에이미 에드먼슨(Edmondson·57) 미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워터큐브를 성공적인 '티밍(Teaming)' 사례로 꼽았다. 티밍이란 변화하는 환경 아래서 여럿이서 협업하면서 대응하는 과정을 뜻한다. 워터큐브는 빠르게 변하는 기준에 맞춰 모든 팀의 구성원들이 끊임없이 배우면서 팀의 목표를 이뤘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티밍에 해당한다.
에드먼슨 교수는 지난 30여년간 조직 내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하는 방식을 연구해 온 협업 경영 전문가다. 그는 지난 2013년 출간한 책 '티밍'에서 빠르게 변하는 미래 사회에선 같이 일하는 사람이나 팀이 매일 바뀌어도 이를 민첩하게 배우고 적응하는 티밍 능력이 중요해진다고 강조했다. 올해 쓴 책 '빅 티밍(Building the Future: Big Teaming·국내 미출간)'에선 여러 전문 분야에 걸친 티밍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쓴 책 '빅 티밍'에선 여러 전문 분야에 걸친 티밍을 할 줄 아는 기업들이 혁신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점점 함께 일해야 하는 산업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이용한 스마트시티 사업이 대표적입니다. 스마트시티 사업은 도시, 도로, 자동차, 자동화, 조명 등 일의 범위가 어마어마하게 넓습니다. 이 경우 개방적인 인터넷 기업, 자금 조달을 중요시하는 건설사, 기타 대량생산 제조업 등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여러 기업의 전문가들이 서로를 이해하며 협력해야 혁신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우선은 서로의 직업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는 것, 그리고 자기 스스로의 믿음과 가치관만이 옳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나 보통은 스스로 깊게 쌓아온 전문 지식만 손에 들고 커뮤니케이션을 합니다. 거대한 코끼리의 일부만 만져보고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미래엔 여러 분야를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업무 능력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분야를 넘어서 다른 학문의 전문가에게 손을 내미는 능력이 우수한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기업 간의 협력뿐 아니라 회사 내부의 조직에서도 티밍이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기업 내부에서 팀을 조직하는 방법도 바꿔야 합니까.
"앞으로는 필요한 사람들끼리 모였다가 흩어지면서 탄력적으로 일을 하게 될 것입니다. 실제로도 사내 태스크 포스가 많아지는 등 이미 그렇게 되고 있어요. 리더가 지시하고 주문하는 역할은 최소화되고, 팀원들이 새 정보와 지식을 습득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이 늘게 됩니다. 사실 각자 범위가 딱 정해져 있는 작업을 반복해서 하는 것은 쉽습니다. 그러나 여러 사람과 함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죠. 각 팀원이 자신이 맡은 역할은 물론, 다른 사람들의 역할과 그들이 기여하는 정보를 잘 이해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같은 조직 안에선 티밍하는 팀원들 간에 의사소통이 계속 이뤄져야 합니다. 정기적으로 서로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고 제 목소리를 낼 줄 알아야 합니다. 내가 속한 조직 밖의 다른 전문가들과 일한다면, 상대방을 이해하고 서로 관점이 다르다는 걸 인식해야 합니다."
―상황에 맞춰 팀을 이뤄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은 다 알고 있는 얘깁니다. 하지만 실제로 기업 현장에서는 팀워크가 안 이뤄지거나 원만한 운영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합니까.
"가장 큰 문제는 사람들이 회사 안에서 '제 목소리를 못 낸다'는 겁니다.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조직에선 사람들이 사소한 실수를 묻고 숨기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수와 실패로부터 배우지 못하고 오히려 더 큰 문제를 낳을 수 있습니다. "
에드먼슨 교수는 기업들이 사소한 실수부터 인정하고 학습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패에 대해 침묵하는 회사는 빠르게 변하는 산업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며 "직원들이 제 목소리를 내도록 만드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직장 내에서 제 목소리 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한국 기업들처럼 상하 관계가 수직적인 곳은 더욱 그렇습니다.
"다 같이 침묵하면 회사가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습니다. 회사 내에서 자신의 이미지에 부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사람들은 제 목소리 내기를 주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기업, 병원, 정부 부처에서도 대인관계에 대한 불안감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결정을 내리거나, 본인의 업무를 완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직장인들이 회사에서 실수를 인정하고 실수를 통해 배우는 분위기가 되려면, 심리적 안정감을 조성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2003년 미국항공우주국(NASA)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의 경우, 발사 당시 연료통에서 떨어져나온 단열재가 본체의 왼쪽 날개에 부딪혔습니다. 하지만 손상 정도는 확실치 않은 상태였죠. 잔해평가팀 엔지니어 로드니 로샤는 직속 상관에게 '얼마나 손상됐는지 파악하기 위해 추가 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전체 회의에서 컬럼비아호 프로젝트 총 책임자가 먼저 입을 뗐습니다. '단열재 문제는 심각하지 않다'고 말한 겁니다. 기가 죽은 로샤도 더 이상 문제를 언급하지 못했습니다. 며칠 후 컬럼비아호는 지구로 귀환하던 도중 대기권에서 폭발합니다. 왼쪽 날개에 생긴 손상이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나중에 로샤는 '엔지니어들 사이에선 총 책임자처럼 매우 직급이 높은 사람 앞에서 의견을 개진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습니다. 심리적 안정감이 형성돼야, 직원들이 자신에게 불이익이 갈까 봐 눈치를 보지 않고 업무 목표를 이루기 위해 행동할 수 있습니다. 심리적 안정감이 없으면, 옳은 결정이 아닌데도 분위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비판을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래도 리더 입장에선 직장에서 실수를 자꾸 저지르는 직원에게 일을 믿고 맡기기 어려울 겁니다. 실수가 용인되는 분위기가 또 다른 실수를 만들지는 않을까요.
"심리적 안정감이 있다고 해서 분위기가 관대해지는 건 아닙니다. 다만 직원들이 대인관계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조직 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문화가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래야 조직 내에서 자기 보호보다 주어진 업무의 목표를 이루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결국은 기업 문화와 관련된 얘기입니다만 조직의 리더 입장에서는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할까요.
"포드의 앨런 멀랄리(Mulally) 전 CEO는 임원들이 실수 보고서를 가져오면 박수를 쳤습니다. 임원들이 자유롭게 실수에 대해 토론하고 배울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심리적 안정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은 각자의 직속상관입니다. 현실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문제 있으면 언제든지 나와 상의해'라는 말은 변화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리더들이 자신의 한계와 부족함을 먼저 인정하고, 적극적인 업무 수행을 하다가 벌어진 실수를 용인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 티밍·빅티밍
‘티밍(Teaming)’은 외부 변화에 맞춰 팀의 구성과 업무 내용까지 바꾸는 동적인 협업으로 고정 업무를 함께 진행하는 ‘팀워크’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빅티밍(Big Teaming)’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여러 학문과 산업 전문가로 구성된 팀들의 협업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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