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發 저성장 20년 이어진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아… TPP같은 글로벌 대책 필요

    • 앤더스 아슬런드(대서양협의회 선임연구위원)

입력 2016.02.20 03:05

앤더스 아슬런드(대서양협의회 선임연구위원)
앤더스 아슬런드(대서양협의회 선임연구위원)
신흥국 경제가 앞으로도 계속 부상할까? 신흥국 경제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원자재 호황과 과도한 신용 팽창 덕분이었다. 하지만 신흥국 경제 호황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충분한 구조 개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요 신흥국의 경제 상황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러시아와 브라질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4% 줄었고, 두 자릿수의 인플레이션으로 위기에 봉착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경제는 거의 성장하지 못했다. 그동안 엄청난 경제 성장을 이뤄낸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7% 아래로 떨어졌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신흥 4개국) 펀드를 청산했다.

남아공을 포함한(브릭스는 골드만삭스가 투자를 위해 만든 개념이지만 이 단어가 유행하자 브릭스 4개국은 자체적으로 브릭스 국가 모임을 만들었으며 남아공은 2011년 여기 회원국으로 가입·편집자) 브릭스의 미래는 어두워 보인다. 다른 신흥국 시장도 마찬가지다. 아시아 신흥국을 제외하면 그동안 성장하던 신흥국들은 주로 원자재 수출국이다. 이 때문에 원자재 가격에 매우 민감하다. 유가가 폭락하면서, 미 달러화에 대한 러시아 루블화의 가치는 50% 이상 떨어졌다. 만약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한다면, 루블화 가치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문 닫힌 상점 앞에 한 남자가 앉아 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문 닫힌 상점 앞에 한 남자가 앉아 있다. 브라질 경제는 작년 하반기부터 중국 등 신흥국 경기가 위축되고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IMF(국제통화기금)는 브라질 경제 성장률이 올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블룸버그
원자재 가격은 지난 1980년대와 1990년대처럼 앞으로 10~20년 동안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석유의 경우 셰일가스, 액화천연가스 공급이 늘어나면서 가격이 하락했다. 태양광 에너지, 풍력 에너지 등 대체 에너지의 공급 증가도 유가 하락을 부추겼다.

원자재 수요 위축은 신흥국엔 고통스러운 일이다. 게다가 미 달러화 가치가 상승하고 해당 국가 통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신흥국 경제가 느끼는 고통은 더 커질 것이다. 경제 성장 속도가 느려지자, 신흥국 정부는 재정 지출을 늘리고 돈을 풀어서 경기 부양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정부 부채가 크게 늘었고, 정부에 큰 부담이 됐다. 통화 가치를 낮춰 수출을 촉진하더라도 효과는 미미하다. 원자재 수출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역량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해당 국가가 부채 상환 압력을 받게 된다면, 여러 신흥국에서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막대한 공공 부채와 재정 적자를 갖고 있는 브라질이 가장 우려된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이 가장 문제다. 통상 신흥국 경제의 민간 및 공공 부채의 총합은 국내총생산의 100%를 넘어서는 안 된다. 중국은 지금 250% 이상이다.

브릭스 국가들의 또 다른 문제는 투명하지 않은 지배구조다. 175개국의 부패지수를 나타내는 국제 투명성 지수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은 61위, 브라질과 인도는 76위, 중국은 83위, 러시아는 119위다. 제대로 된 지배구조가 자리 잡지 못한 상황에서 국가 경제의 결함이 드러나고, 경기가 호황에서 불황으로 바뀔 때 입는 피해 때문에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이 어려워진다. 부패와 효과적으로 싸우려면 민주주의가 중요하다. 우크라이나와 아르헨티나의 정권 교체, 베네수엘라 총선에서의 야당 승리 등은 앞으로 다가올 일의 전조다. 브라질이 아마 다음 차례일 것이다.

만약에 잠재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지배구조를 개선하면 신흥국 시장은 다시 부활할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걸릴 것이다. 글로벌 저성장이 20년간 지속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서방 선진국들도 안심해서는 안 된다. 유럽의 경우 경제가 다시 성장할 수 있도록, 국가의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노동, 서비스, 자본, 디지털 상품 분야에서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

서방 선진국들은 가능하다면 글로벌 기준을 함께 세울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 법치주의, 시장 주도 경제는 싸울 가치가 있는 것들이다. 그리고 다가오는 불경기를 관리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같은 국제적인 노력이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신흥국 중에서도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브라질은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국제통화기금(IMF)의 역할은 더 중요해질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도 큰 변수다. 두 거대 신흥국은 여전히 권위주의 정부가 이끌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와 시리아 전쟁에서, 내부의 불평을 잠재우기 위해 외국을 공격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특별한 조치가 없다면, 중국과 러시아가 달라지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신흥국 경제의 추락은 신흥국 경제가 부상할 때보다 글로벌 경제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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