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해라 보다 '잘'해라… 자유를 누리되 책임을 져라

입력 2016.02.20 03:05

미국 실리콘밸리 신세대 대표하는 '넷플릭스 기업문화'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의 리드 헤이스팅스(Hastings) 최고경영자(CEO)는 인터넷에 회사 내부 문서 한 건을 올렸다. 텍스트와 몇 개의 그래픽으로 이뤄진 124장짜리 슬라이드 문서 제목은 '넷플릭스 문화: 자유와 책임(Netflix Culture: Freedom and Responsibility)'. 넷플릭스의 인재 경영 철학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문서다.

"'열심히'보다 '잘'해라." "자유를 누리되 책임을 져라." "최고의 몸값을 불러라."

이 문서는 실리콘밸리 경영자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퍼져 나갔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중요한 문서"라고 불렀고 실리콘밸리 창업자들 사이에선 '경영 지침서'로 여겨졌다. 넷플릭스에 입사하는 모든 임직원은 이 문서를 공부해야 했다.

넷플릭스 문서는 슬라이드 공유 웹사이트인 슬라이드셰어(Slideshare)에 공개된 지 7년이 지난 지금 1400만건 가까이 조회됐다.버진그룹, 링크트인, IBM, 제너럴일렉트릭(GE)도 넷플릭스 문화의 일부를 도입했다. 넷플릭스 문서엔 여러 내용이 담겨 있지만 그중 눈에 띄는 내용은 '자유와 책임'이다. '자유와 책임' 원칙은 우수한 직원들에게 최대한 자유를 주고 규율은 최소화하면 뛰어난 성과를 낸다고 보는 것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신세대 대표하는 '넷플릭스 기업문화'
①자유를 누리되 책임을 져라

대부분 회사는 규모가 성장할수록 직원의 자유가 줄어든다. 넷플릭스는 회사가 클 때 자유를 늘렸다. 그래야 창의적인 사람을 계속 끌어들이고 지속 가능한 성공을 누릴 수 있다는 논리였다.

넷플릭스는 자유를 극대화하기 위해 규율을 간소화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휴가 정책을 없앤 것이다. '1년에 며칠의 휴가를 쓰라'는 규정을 2004년 폐지했다. 언제든지, 원하는 만큼 길게 휴가를 써도 된다. 다만 반드시 책임지고 훌륭한 성과를 내면 된다. 장세진 카이스트 교수는 "소프트웨어, 디자인, 마케팅 등 창의성을 요구하는 일은 투입하는 노동력·시간이 아니라 개인의 창의성에 많이 좌지우지된다"며 "이런 기업들은 자유를 줄수록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헤이스팅스 CEO는 연간 6주간의 휴가를 쓰고, 업무에 복귀하면 멋진 아이디어들을 쏟아낸다.

업무에 필요한 지출, 출장비, 선물과 관련한 규율도 없앴다. '회삿돈을 내 돈처럼 아껴 쓰라'는 큰 원칙만 뒀다. 장 교수는 "자유와 책임 원칙을 도입하는 기업은 관리할 줄 알아야 한다"며 "야후는 자율 출퇴근제, 재택근무를 도입했지만 출근 안 하고 부업 하는 직원들이 생겨나자 머리사 메이어 CEO가 재택근무를 폐지했다"고 말했다.

②최고의 인재 모인 곳이 최고의 직장이다

넷플릭스는 "훌륭한 일터는 비싼 점심, 고급 사무실을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 최고의 동료를 가득 제공해주는 곳"이라고 말한다. 각 분야에서 최고의 인재들을 모으고 직원 풀을 'A급'으로 유지하기 위해 헤이스팅스 CEO는 정기적으로 직원들을 솎아낸다.

넷플릭스는 A급 인재 밀도를 높이기 위해 동료들끼리 서로 평가하게 한다. '만약 팀원이나 동료가 경쟁사로 옮긴다고 하면 붙잡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해보는 것이다. 정지택 베인앤드컴퍼니코리아 파트너는 "넷플릭스는 추구하는 인재상(A급 인재)과 회사의 목적(A급 인재만 모으기)이 일치하도록 끈질기게 추구하는 회사"라며 "인재상과 목적을 명확하게 일치시키는 회사들은 성과가 좋다"고 말했다.

③'열심히'보다 '잘' 해라

회사에 충성하고, 열심히 일하는 것은 덜 중요한 요소다. A급의 노력을 기울였는데 성과는 B급에 머문다면 넷플릭스를 떠나도 좋다. 최소한의 노력으로 A급의 성과를 내면 권한을 늘리고 월급을 올려준다. 얼마나 빨리, 많이, 잘했는지가 중요하다.

넷플릭스의 창업 초기 멤버로 합류한 로라는 1998년부터 2002년까지 회계직원으로 열심히 일했다. 그런데 넷플릭스가 2002년 나스닥시장에 상장한 후 회계직원이 아니라 공인회계사(CPA)가 필요해졌다. 로라는 회사 초기 성장 단계부터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회계사 자격증은 없었다. 결국 그는 회사를 떠났다.

④내 몸값을 알아라

넷플릭스는 모든 직원의 월급을 업계 최고 수준에서 유지한다. A급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입사하면, 업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받는 보수에 맞춰 준다.

넷플릭스 인사 담당자들은 직원들에게 "다른 회사에서 제시하는 연봉과 비교해보라" "다른 회사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오면 언제든지 터놓고 말하라"고 말한다. A급 인재라면, 자신의 몸값이 시장에서 어느 정도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넷플릭스는 평균적 성과를 내는 직원 2명보다, 평균을 훨씬 뛰어넘는 우수한 직원 1명을 고용하면 회사 입장에선 비용을 절약한다고 본다. 그래서 뛰어나고 우수한 직원을 찾는 데 노력한다.

⑤자기 계발을 회사에 맡겨두지 말아라

현 직장이 평생 직장은 아니다. 사람에 따라 같은 회사에 머무는 것이 성장 기회를 저해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넷플릭스는 직원들이 스스로의 경력에 대한 계획을 회사에 의존하거나 맡겨두는 걸 원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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