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인프라·진정성… 세계 3대 요리 학교의 '3색 경영'

입력 2016.02.06 03:04

佛 '르코르동 블루' 전 세계 분교 통해 새 트렌드 꾸준히 흡수
美 'CIA' 미국 내 1위 요리 학교, 졸업생들 인맥 끈끈
日 '쓰지조리사전문학교' 일본식 음식문화 재정립, 동양 음식문화에 특화

셰프 지망생들이 늘어나면서 요리 학교들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학교에 다닐 경우 짧은 기간에 이론부터 실습까지 다양한 요리를 배울 수 있어 최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글로벌 요리 학교 시장은 세계적인 3대 학교가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마케팅의 '르코르동 블루'

프랑스의 '르코르동 블루'는 강력한 마케팅이 장점이다.

김혜주 와인 칼럼니스트는 "수업 중에도 교수들이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식당의 요리법이나 마케팅 등을 가르치고 직접 그 식당을 방문해 체험한다"며 "전 세계에 뻗어 있는 분교들을 통해 새로운 트렌드를 꾸준히 받아들이는 것이 이곳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르코르동 블루는 1895년 프랑스 언론인 마르트 디스텔이 여성들의 사회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만든 요리 주간지로 시작했다. 독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강의를 하다 학교로 확장했다.

르코르동 블루는 일찍부터 다양한 사람들에게 입학을 허용해 다국적 문화가 학교 내로 스며들도록 했다. 1897년 러시아 학생이 처음 입학한 데 이어 1905년에는 일본인 유학생도 받았다.

이렇게 흡수된 각국 인재들은 르코르동 블루가 해외 진출을 성공적으로 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 캐나다 오타와 분교를 졸업한 차승희 조선호텔 식음기획과장은 "전 세계 음식의 기본인 프랑스 음식을 기본으로 하고 있으면서 다른 나라 문화를 잘 접목시킨다"며 "본인이 잘하는 언어의 지역 분교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인프라의 미국 'CIA'

미국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는 미국이라는 세계 최대 외식업 시장과 뉴욕이라는 경쟁의 최전선에 있다는 지리적 장점을 바탕으로 성장했다. 다른 곳보다 분교 수가 적은 만큼 졸업생들 간의 인맥이 끈끈하다. 학교 차원에서도 자체 신문을 통해 재학생과 졸업생 간의 커뮤니티를 유지하도록 도와주고, 취직을 위한 특별 지원 센터도 마련돼 있다.

이 학교를 졸업한 신혜원씨는 "미국 내 1위 요리 학교라는 장점 때문에 졸업만 하고 나면 뉴욕 내 원하는 식당은 대부분 들어갈 수 있다"며 "식당 내 있는 CIA 출신이 끌어주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미국 CIA는 1946년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귀환 용사들을 위한 직업학교로 시작했다. 미국 요리 역사가 짧기 때문에 CIA는 주변 유명 레스토랑들과 협약을 맺어 고객의 입맛에 맞는 요리를 끊임없이 연구·개발, 시험해오면서 발전했다.

미국을 등에 업고 있다 보니 다른 기업들과의 협력도 활발하다. 이탈리아 올리브유(油) 회사 '콜라비타'는 CIA에 특별 조리 시설을 만들어주고 올리브유를 활용한 요리를 함께 개발했다. 세계 정상급 호텔 체인 콘래드도 CIA에 돈을 기부해 도서관 등을 지어줬다.

개인사업가 이영준씨는 "교수진이나 교육 커리큘럼 관리가 체계적으로 잘 돼 있다"며 "주방 업무부터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외식업 전반에 대한 경험을 중시하기 때문에 졸업 후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혼모노(本物) 정신 중시하는 '쓰지(辻)조리사전문학교'

일본의 '쓰지(辻)조리사전문학교' 등 쓰지그룹은 셋 중 가장 늦게 생겼지만 아시아 요리의 인기와 함께 최근 가장 주목받는 학교 중 하나다. 프랑스 요리 학교로 시작했지만, 일본식 음식 문화를 재정립하고 동양 음식 문화 부문을 특화시켰다. 남의 문화를 흡수해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어 내는 일본의 특성을 그대로 가진 셈이다.

쓰지조리사전문학교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칼 가는 것부터 재료를 써는 것까지 꼼꼼하게 가르치는 방식이다. 경영 이념도 '진정한 것'이라는 뜻의 '혼모노(本物)'다. 정호영 카덴 셰프는 "혼모노 정신을 강조하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 심도 있는 내용을 배울 수 있다"며 "다른 학교에 다니다 부족하다고 느껴 이곳에 다시 입학하는 학생들도 많다"고 말했다.

쓰지조리사전문학교는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 출신 기자 쓰지 시즈오(辻靜雄)가 1960년에 세웠다. 당시 조리사가 폐쇄적이고 봉건적인 도제 제도하에서만 탄생한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었다.

쓰지 시즈오는 프랑스 요리를 일본에 전파한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프랑스 요리 관련 책만 600여권 집필하고, 관련 문헌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회장인 쓰지 요시키는 창립자의 장남이다. 아버지와 반대로 일본 음식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아시아에서 최초로 미슐랭 가이드 도쿄를 발간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문동택 분노지 셰프는 "학교가 대를 이어 계속되니 졸업생들 간의 교류나 졸업생과 교수 간의 교류가 활발하다"며 "지금도 모르는 것이 있으면 교수님들에게 연락해 물어보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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