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명의 엠페사 대리인 시스템이 성공 비결

입력 2016.01.30 03:04 | 수정 2016.01.30 04:38

케냐 성인 80% 휴대전화 보유
은행·인터넷 뱅킹 건너뛰어 핀테크 혁신 대명사 부상

라제시 찬디 교수가 혁신의 대표 사례로 꼽은 엠페사(M-Pesa)는 케냐인들이 일상생활에서 돈을 쓰는 방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모바일 머니 서비스다. 'M'은 모바일, 'Pesa'는 스와힐리어로 돈을 뜻한다. 현금 위주로 움직이던 케냐는 엠페사 등장 이후 핀테크(fintech·금융과 정보 기술을 접목한 산업) 혁신의 대명사로 부상했다. 미 경제지(誌) 포천은 작년 '세상을 바꾸는 기업' 1위로 사파리콤과 보다폰을 꼽았다. 2위는 구글이었다.

사파리콤 전체 매출 추이 . 엠페사 매출

2007년 케냐 사파리콤과 영국 보다폰이 서비스를 출시하자마자 엠페사는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갔다. 은행을 이용할 수 없던 사람들이 휴대전화만 있으면 돈을 모바일 계좌에 보관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보낼 수 있게 됐다. 케냐가 속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은행 계좌 보유율은 30% 남짓이다. 당시 케냐에는 전국적으로 은행 지점이 수백 개에 불과했고 현금 인출기(ATM)는 더 드물었다. 시골에서 수도 나이로비로 이동하는 사람들은 현금을 들고 다녔기 때문에 쉽게 범죄의 표적이 됐다. 자식이 도시에서 일해 번 돈을 시골 가족에게 보낼 때는 버스 기사에게 수고비를 주고 부탁하는 게 다반사였다. 사파리콤은 '집으로 돈을 보내세요'라는 명쾌한 광고 메시지를 내세워 가입자를 끌어들였다.

사파리콤은 은행 접근성이 낮은 케냐에서 휴대전화 가입률은 높다는 데 주목했다.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2002년에는 케냐 성인 10명 중 1명만 휴대전화를 갖고 있었으나, 2010년 이전까지 휴대전화 사용자는 성인 인구의 70~80%로 늘었다. 케냐 국민 다수는 은행이나 인터넷 뱅킹 이용 경험을 건너뛰고 모바일 금융의 세계로 들어갔다.

엠페사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동네 잡화점이나 소매점 중 엠페사 로고가 붙은 곳에는 엠페사 에이전트(대리인)가 있다. 이들에게 신분증을 보여주면 엠페사 계좌를 바로 만들고 돈을 등록할 수 있다. 엠페사 계좌는 가입자의 휴대전화 번호와 연결된다. 현금을 인출할 때도 엠페사 에이전트를 찾아가면 된다. 이들이 기존 은행의 ATM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송금할 때는 휴대전화에 상대방의 전화번호와 송금액을 누르고 전송 버튼만 누르면 된다. 이체나 인출 때는 수수료가 붙는다. 엠페사가 빠른 속도로 확산된 비결 중 하나로 에이전트 시스템이 꼽힌다. 현재 엠페사 에이전트는 8만명 이상으로 늘었다. 그만큼 접근성이 더 높아졌다는 것이다.

엠페사는 송금에서 공과금과 보험료 납부, 쇼핑 결제, 월급 지급, 대출 등으로 영역을 늘렸다. 케냐는 1인당 국내총생산이 1358달러(약 163만원) 수준이지만, 이들을 대상으로 한 엠페사 사업은 수익을 내고 있다. 작년 엠페사 매출은 약 3800억원으로, 2012년 대비 2배로 증가했다. 엠페사 사업이 사파리콤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한다. 세계은행은 "일반 은행은 계좌 규모와 대출 이용 여부에 따라 수익성 있는 고객과 수익성 없는 고객을 차별하지만, 엠페사는 모든 휴대전화 이용자를 잠재 고객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현재 엠페사는 탄자니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국가뿐 아니라 인도, 루마니아 등에서도 서비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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