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할 때가 아니다… 중국의 근본적 금융개혁과 이탈리아의 부실채권 처리 시급

    • 아쇼카 모디 프린스턴대 객원교수

입력 2016.01.30 03:04

위험한 중국
산업 전반 과잉생산과 금융시장 부실 자산…수년간 정체기 겪을 것

아쇼카 모디 프린스턴대 객원교수
아쇼카 모디 프린스턴대 객원교수
역대 최악의 금융시장 혼란 속에서도 낙관적인 경제 논평가들은 세계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은 건전하며 투자자들이 과잉반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경제학자들이 2008년 금융 위기의 영향을 얼마나 잘못 예측했는지 생각해보자. 2010년 4월 국제통화기금(IMF)은 위기가 끝났다고 선언했다. IMF는 2015년엔 세계 경제 연간 성장률이 4.6%로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2015년 4월, 이 연간 성장률 예상치는 3.4%로 하락했다. 2015년 4분기 성장률까지 반영되면 실제 성장률은 3% 이하 수준에 그칠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비교적 점진적이고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변화가 일어나는 선형(線型) 모델에 익숙한 집단이다. 그러나 최근 몇년간 일어난 정치·경제적 충격 때문에 이제 우리는 비선형(非線型) 세계에 살고 있다. 덴마크 출신 물리학자 페르 박은 꽤 오랜 시간 잠잠하다가 지진이 한 번 발생하면 그 후에는 지진이 연속해서 계속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단층선에 생긴 균열을 통해 다른 단층선으로 충격파가 번지고 충격이 확산된다.

2007년 터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단층선에 처음 균열을 일으켰다. 그동안 부실채권을 팔며 돈벌기에 혈안이 됐던 미국·유럽 은행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은 피해를 수습했지만, 유럽은 실패했다. 2009년 말 터진 그리스 재정 위기가 은행들을 또 강타했다. 재정 위기와 금융 위기가 세를 불리는데도 유럽은 임시 피난처 찾기에만 몰두했다.

이제 중국 차례다. 중국은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그나마 세계 경제를 지탱했다. 중국 정부는 2009년 국내총생산(GDP)의 30%에 해당하는 자금을 풀었다. 중국 수요 덕분에 세계 원자재 시장과 장비 시장이 버텼다. 특히 독일 자동차, 기계장비, 고속철도 산업이 중국 수요 덕을 크게 봤다. 중국 효과는 유럽 전체에 퍼졌다.

그러나 이제 중국은 구원투수에서 세계 경제를 불안하게 하는 위험 요인이 됐다. 통계 조작 논란이 있는 중국 GDP 지표는 쳐다볼 필요도 없다. 문제는 중국 수입이 급감했다는 것이다. 중국이 세계 무역의 중심 국가라는 것을 감안하면 중국의 수입 감소는 곤란한 문제다. 중국발(發) 충격파가 전 세계 단층선을 갈라지게 할 수도 있다. 금융시장이 격랑에 휘말릴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중국은 이 불안함을 스스로 잠재워야 한다. 중국은 외형은 크지만 알맹이는 없는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나 산업 전반에 걸친 과잉생산을 단계적으로 줄일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 정부는 금융시장 내 대규모 부실 자산을 처분해야 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손실은 혹독한 정치적 개혁을 통해서 부담해야 한다. 금융시장을 근본적으로 개혁하면 중국 경제는 수년간 성장 정체기를 겪을 것이다.

유럽 역시 언제든지 터질 수 있는 단층선이다. 이탈리아 금융권은 상당한 규모의 부실채권을 안고 있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대부분 국가가 그랬듯이, 이탈리아 정부도 부실채권 문제가 알아서 사라지길 기다렸다. 하지만 이젠 이탈리아 정부가 공공재정에 타격을 입더라도 은행권 손실을 직접 떠안아야 할 때다. 이탈리아 국가 채무는 GDP 대비 134%에 달해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고, 경제 성장도 거의 제자리 걸음이다. 이탈리아의 1인당 GDP는 유로화 출범 직후인 1999년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가의 성장이 멈추면 부채를 해결할 힘도 없어진다.

그리스는 채권자들과 끝이 보이지 않는 소모전에 빠져있다. 그리스의 최대 채권자 중 하나인 독일은 긴축정책만 강요하고 있다. 하지만 그리스 경제는 더 이상 긴축재정을 견딜 수 없다. 만일 그리스가 유로화를 버리게 되면 유로화 단일 통화권 전체가 분열할 위험이 있다.

유럽의 거버넌스(지배) 구조는 더 이상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독일이 준(準)지배적인 방식으로 여러 나라를 관리하는 패권주의적 체제는 이제 한 물 갔다. 난민 사태에 따른 비극은 예상치 못하게 분열의 촉매제가 되고 있다. 삶이 더 나아질 것이란 신호가 약해지면서 취약계층의 반감은 커지고 과격한 정치 분열로 이어지고 있다.

금융시장이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이 비선형적 세계를 설명하는 것을 듣기보단 차라리 금융시장에 귀 기울이는 것이 낫다. 정치·경제·금융의 단층선이 한꺼번에 꿈틀거리고 있다. 낙관적 해석만 듣고 안도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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