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뭇매 맞던 UFC, 어떻게 5000억원 브랜드 됐나… 관객과 놀았다

입력 2016.01.30 03:04

포브스 선정 '스포츠 10대 브랜드'에… 부활 비결 네 가지

로렌조 퍼티타 UFC 회장
로렌조 퍼티타 UFC 회장 / UFC 제공
미국 경제 전문지(誌) 포브스가 매년 발표하는 '스포츠 브랜드 가치(The World's Most Valuable Sports Brands)' 기업 부문 순위에 지난 2014년 낯선 이름이 등장했다. 종합격투기 리그 'UFC(Ultimate Fighting Championship)'다. 포브스는 매년 기업, 선수, 팀, 대회 등 4개 분야로 스포츠 브랜드 순위를 조사한다. 주로 야구, 축구, 농구, 골프, 테니스, 미식축구 등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스포츠 리그와 선수, 관련 기업들이 순위를 독식해 왔다. 그런데 '그들만의 리그'로 불리던 종합격투기 브랜드가 기업 순위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UFC는 2015년에도 순위에 들며, 반짝 인기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포브스가 평가한 UFC의 순수 브랜드 가치는 4억4000만달러(약 5353억원·2015년 10월 기준)이다. 아직 다른 거대 리그에 비교하면 크지 않지만, 이른바 '마이너한' 스포츠로선 의미 있는 등장이었다. 종합격투기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K1, 프라이드 등 여러 리그가 등장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후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많은 단체가 사라졌다. UFC 역시 지나친 폭력성으로 여론의 비판을 받았고,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처지가 됐었다. 생존 위기에 처했던 UFC가 다시 부활한 비결은 무엇일까?

지난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UFC 본사에서 로렌조 퍼티타(Fertitta) 회장을 만났다. 퍼티타 회장은 UFC의 모기업 주파(ZUFFA)의 최대 주주(40%)로,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UFC를 지난 2001년 인수했다.

퍼티타 회장은 UFC의 성공 키워드로 '4S'를 꼽았다. 스포츠(Sports)·스타(Star)·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그리고 스폰서(Sponsor)다. 그는 "미식축구, 야구, 농구 등과 비교해 UFC의 역사가 매우 짧아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며 "대중성이 있는 콘텐츠를 만든 후 다양한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결국 수익성 증대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즈니스의 룰을 바꿨다"고 표현했다.
UFC는 유망주를 발굴한 후 공인 체육관을 통해 스타 플레이어로 키우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퍼티타 회장은 “UFC의 브랜드에 걸맞은 실력의 선수만이 경기장에 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UFC는 유망주를 발굴한 후 공인 체육관을 통해 스타 플레이어로 키우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퍼티타 회장은 “UFC의 브랜드에 걸맞은 실력의 선수만이 경기장에 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 Getty Images 멀티비츠
①스포츠(Sports)

"과거 UFC는 스포츠라기보다는 단순한 오락거리의 성격이 강했습니다. 폭력적인 면과 자극적인 문구를 내세워 관객을 끌어들이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대중의 지지를 얻지 못했습니다.

생존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 종합격투기를 엔터테인먼트가 아닌 스포츠로 재정의하려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대중문화 콘텐츠로서 스포츠의 핵심 요소를 돋보이게 만들려고 했습니다. 바로 '보고 즐기는 것'입니다. UFC는 옥타곤(8각 철창 링)이라는 독특한 모양의 경기장에서 열립니다. 어느 방향에서도 경기를 충분히 볼 수 있습니다. 카메라는 다른 격투기 경기보다 더 많이 설치합니다. 과거 복싱 경기에는 카메라 8~10대가 보통 배치됐는데, UFC 경기에는 20대 안팎의 카메라가 배치됩니다. 스포츠의 핵심 가치 중의 하나인 '보여주기'에 집중하기 위해서입니다.

UFC의 경기 방식은 5분 3라운드(챔피언 결정전은 5라운드)로 진행됩니다. 아무리 긴 경기라도 15~25분이면 끝이 납니다. 짧은 시간 동안 관객이 집중해서 즐길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사각 링에 비해 옥타곤은 공간이 더 크기 때문에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많아집니다. 경기 시간이 짧기 때문에 선수들은 더 공격적으로 경기를 해야 합니다. 승부를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우수한 선수라도 계속 이기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관객의 흥미가 커지고, 흥행에 도움이 됩니다."

론다 라우시
론다 라우시 / Getty Images 멀티비츠
②스타(Star)

"종합격투기는 역사가 짧습니다. 메이저리그가 1869년에 만들어졌는데, UFC는 1993년에 만들어졌습니다. 고객층이 얇습니다. 새로운 관객을 끌어들이거나 충성스러운 고객층을 만들 수 있는 강력한 유인이 필요합니다. 원래 UFC의 핵심 고객은 18~34세의 젊은 남성 고객입니다. UFC가 아니더라도 스포츠를 좋아하고, 즐기는 소비자입니다. UFC를 더 좋아하는 소비자로 만들기 위해 많은 것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소비자를 끌어들여야 합니다.

UFC의 전략은 2가지입니다. 완전히 새로운 고객을 사로잡을 수 있는 스타를 키우거나, 아니면 UFC를 좋아하는 관객들이 더 좋아할 만한 스타를 만드는 것입니다.

대표적 스타가 론다 라우시(Rousey)입니다. 론다 라우시라는 여성 파이터가 '강한 여성'의 상징적인 존재가 되면서, UFC를 즐기는 여성 관객이 크게 늘었습니다. 현재 UFC 관객의 30%가 여성입니다. 여성 관객의 비율은 론다 라우시 등장 이전에 20%가 채 되지 않았습니다. 론다 라우시의 경기는 UFC 내에서 페이퍼뷰(PPV·개별 프로그램당 비용을 지불하는 유료 방송 서비스) 시청 건수 1~2위를 기록합니다.

아일랜드 출신의 코너 맥그리거(McGregor)는 미국과 유럽에서 상당한 숫자를 차지하는 아일랜드 이민자들에게는 영웅 같은 존재입니다. 동질감은 스타를 동경하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UFC가 한국 시장의 잠재력을 크게 보고, 한국에서 대회를 열고, 실력 있는 한국 파이터를 더 키우려고 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③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UFC는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UFC의 페이스북 팔로어 숫자는 약 1849만명입니다. 트위터의 팔로어는 350만명으로 세계 최대 자동차 경주대회 'F1(Formula1)'보다 더 많은 팔로어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180만명으로, 국제축구연맹 피파(FIFA)보다 팔로어 숫자가 많습니다.

적어도 SNS에서 UFC는 기존 프로 스포츠 못지않은 고객을 확보했습니다. 콘텐츠의 특성 때문입니다. 야구, 축구, 농구와 다르게 규칙을 몰라도 즐겁게 볼 수가 있습니다. 승패도 명확합니다. 게다가 시각적으로 눈길을 끌 만한 요소도 많고 경기 시간이 짧아, SNS에 올리기도 쉽습니다. UFC도 SNS의 장점을 더 이용하려고 합니다. 경기 중 사진 촬영은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지만, 경기 휴식 시간에 휴대폰을 이용해 SNS에 사진을 올리는 것은 허용하고 있습니다.

스포츠 팬이라면 커뮤니티에 소속되고 싶어 하고, 다른 팬들과 스포츠 콘텐츠를 공유하고 싶어 합니다. 이는 스포츠 산업이 성장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SNS를 통해 스포츠 콘텐츠를 재생산하고 확대하는 데 있어 UFC의 콘텐츠가 강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④스폰서(Sponsor)

"스포츠가 경기장을 찾는 관객에게 티켓을 팔아 수익을 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여러 플랫폼을 활용해 다양한 수익 모델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UFC의 가장 중요한 수익 모델 중 하나가 바로 페이퍼뷰입니다. 미국에서 스포츠는 가장 가치 있는 콘텐츠입니다. 소비자들이 실시간으로 보려는 욕구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영화나 드라마는 굳이 생방송을 고집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스포츠는 결정적인 순간을 놓치면 즐거움이 줄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중간에 채널을 돌리지 않고 계속해서 봅니다. 스포츠를 통해 인지도를 높이려는 스폰서에게는 매력적인 부분입니다. 게다가 페이퍼뷰 시청자들은 매번 돈을 내고 경기를 시청할 정도로 해당 스포츠에 대한 충성도가 높습니다. UFC가 주류, 스포츠음료, 스포츠웨어 등 전통적으로 인기 있는 프로 스포츠와 비슷한 스폰서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도 페이퍼뷰라는 플랫폼을 통해 고객을 확보한 덕분입니다.

페이퍼뷰는 UFC는 물론 UFC에 있는 선수들에게도 중요한 수익원입니다. 경기에 진 선수라도 그날 시청률이 높으면 돈을 벌 수 있는 구조입니다. 선수가 스스로 실력과 인기를 관리 하게 만듭니다. 결과적으로 UFC와 파이터, 스폰서 모두 윈윈(win-win)을 노릴 수 있는 강력한 비즈니스 모델인 셈입니다."

놓치면 안되는 기사

팝업 닫기

WEEKLY BIZ 추천기사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