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금 뭘 해야 하나, 저성장 해법 있나, 경영 전략 어떻게… 벤 버냉키·일론 머스크에게 답 찾아라

입력 2016.01.09 03:04

'축적의 시간' 가장 많이 추천 받아
31명 중 13명이 "읽어야 하는 책"

올해 글로벌 경제·경영 흐름을 이해하려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위클리비즈는 국내외 경제·경영 석학과 최고경영자(CEO) , 경제단체, 경영연구소, 컨설팅 기업 관련인 등 총 31명으로부터 '2016년 꼭 읽어야 할 책'을 추천받았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모터스 CEO 등이 운영하는 블로그도 참고했다.

국내외 경제·경영 리더들이 추천한 2016년 꼭 읽어야 할 책 15選
중국 굴기에 대비하라

"선진국에는 100년이라는 축적의 역사가, 중국에는 그 기간을 단축시키는 거대한 내수 시장이 있다. 이 책은 시간도, 시장도 없는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오영호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서울 공대 교수 26명이 한국의 산업 경쟁력에 대해 작정하고 비판한 '축적의 시간'은 총 13명의 추천을 받았다. 표 수로 보면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셈이다.

이 책은 중국이 굴기(崛起)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뿐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이 변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고 충고한다. 사회 전체가 실패를 용인하고 자신 있게 도전 가능한 환경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한국 압축 성장이 가진 문제점을 지적하고 된장이 발효되듯 산업 경쟁력이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준다"며 "중국이 뉴노멀 시대로 접어든 지금 한국 산업계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두각을 나타내는 중국 IT 기업에 대한 적극적 대응도 주문했다. 홍성태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국 통신장비 회사 '화웨이'의 성공 비결을 다룬 양사오룽의 '위기를 경영하라'를 추천하며 "올해 국내 그룹 총수들의 신년 메시지를 관통하는 단어는 '위기'다. 중국 기업의 저력에 대비한다는 관점에서 읽어봄직하다"고 말했다.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반석지심 IT 칼럼니스트의 '샤오미처럼'을 추천했다. 이 부회장은 "샤오미가 속도감 있는 사업 재편, 창조적 연구 개발 과정, 합리적인 기업 문화 등을 통해 대륙의 실수가 아닌 대륙의 실력으로 자리 잡아 가는 과정을 보며 국내 산업계에 대한 위기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처럼 도전하라

추천인들이 가장 주목하는 국가가 '중국'이라면, 가장 주목하는 인물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모터스와 스페이스X CEO다.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올해 단 한 권을 읽는다면 이 책"이라며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를 추천했다. 도미닉 바턴 맥킨지그룹 회장은 "머스크는 어떤 사업가보다 대담하고 치밀하게 사업에 접근한다"며 "예상치 못한 분야에서 기술력과 상업성을 융합하며 성공을 이뤄나가는 머스크의 비결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정동일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도 "한국의 많은 경영자가 면세점이나 식당, 수입차 판매 등 쉽고 편하게 돈을 벌 생각에 사로잡혀 있을 때 전기차나 우주여행 등 원대한 꿈을 가지고 대담하게 실현해나가는 머스크를 보며 가슴 한편이 답답했다"며 "한국의 많은 인재가 이 책을 읽으며 다시 꿈을 꾸기 시작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 리타 건터 맥그래스 미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 등은 실리콘밸리의 큰손 벤 호로위츠가 쓴 '하드씽'을 추천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저자가 실리콘밸리에서 기업을 창업해 성공시키는 과정을 보며 우리 모두가 '기업가 정신'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맥그래스 교수도 "스타트업(초기벤처)에 종사하는 사람, 스타트업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며 "어떤 스타트업이 투자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는지 팁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위대한 탈출'의 앵거스 디턴, '행동하는 용기'의 벤 버냉키,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의 일론 머스크.
'하드씽'이 미국 실리콘밸리의 실정을 다룬 책이라면 '스타트업 경영수업'은 이니시스 등을 통해 창업 신화를 쓴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가 한국적 현실에 맞춰 스타트업 경영 전략을 설명하는 책이다.

조광수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대기업 위주의 경영 전략이나 외국 기업의 성공 사례에서 벗어나 한국 스타트업 현실에 맞는, 시작부터 출구까지의 전략을 제시한다"며 이 책을 추천했다.

그렇다면 머스크 자신은 어떤 책을 추천했을까.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에 1909년 출간된 E M 포스터의 '기계가 멈추다(The Machine Stops)'를 추천했다. 미래의 인류가 기계에 의존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구글과 레고를 배워라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롤 모델'로 지난해에 이어 또 한 번 '구글'을 추천했다.

작년에는 에릭 슈미트 구글 이사회 의장이 쓴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가, 올해는 구글의 인사 담당 수석 부사장 라즐로 복이 쓴 '구글의 아침은 자유가 시작된다'가 선정됐다. 구글이 전 세계 기업 문화를 바꾸는 선도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범열 LG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구글만의 자유로운 근무 환경, 후배·동료도 참가하는 평가 시스템, 오랜 기간 진행되는 채용 시스템 등이 체계적인 연구와 실험을 통해 탄생했음을 알 수 있다"며 "IT 기업을 뛰어넘어 바이오, 자동차, 우주 분야까지 확장하는 구글의 경쟁력이 특별한 인재 관리 시스템에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베인앤드컴퍼니도 "일명 '구글러'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근본적인 비결을 밝힌 책"이라며 "결국 경영이란 사람에서 시작돼 사람으로 끝난다는 것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84년 역사의 완구 회사 '레고'의 경영을 다룬 '레고―그들은 어떻게 무너진 블록을 다시 쌓았나(BRICK by BRICK)'도 많은 추천을 받았다.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대표는 "2000년대 중반 닌텐도 등의 게임기에 밀려 파산 위기에 처했던 레고가 블록 쌓기를 통한 놀이와 교육이라는 핵심 가치를 잃지 않으면서 온라인과 오픈 클라우드 등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흡수, 극적 반전을 이룬 과정이 잘 나타나 있다"며 "수명을 다한 듯한 분야에서 어떻게 변화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하는지 실제적인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성공과 실패를 통해 경영 비법을 알려주는 1969년 출간작 '경영의 모험'도 올해 꼭 읽어야 할 책으로 추천받았다. 빌 게이츠가 최고의 경영서라고 극찬해 재출간된 책이다. 김경민 이화여대 경영대학원 원장은 "경영의 역사를 써내려 왔다고 평가할 만한 기업들의 성공과 실패사를 보며 변치 않는 원칙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저성장, 어떻게 극복하나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진행 중인 저(低)성장의 원인과 해법을 찾으려는 연구도 끊이지 않는다.

해법을 알려면 원인을 알아야 하는 법, 금융 위기 당시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었던 벤 버냉키의 '행동하는 용기'가 경제 전문가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추천 도서에 선정됐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버냉키가 대공황 이후 최악이던 당시 경제 위기의 극복을 진두지휘하며 학자이자 정책 결정자로서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저성장의 이유를 '인구문제'라고 주장한 해리 덴트의 '2018 인구 절벽이 온다'도 추천을 받았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베이비붐 세대가 고점에 도달하면서 앞으로 몇 년 이내에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식물 경제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하는 책"이며 "그의 주장이 현실화된다면 소비, 노동, 투자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뀔 것이다. 앞으로 경제가 어떻게 될까, 투자는 어디에 해야 할까를 고민하는 독자에게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성과지상주의, 물질만능주의에서 벗어나 '절제'의 가치를 회복하자는 내용인 '인간의 품격'도 추천 도서에 올랐다. 특히 이 책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엘리트 계층인 '보보스'를 연구한 데이비드 브룩스가 자신의 주장을 시대에 맞게 180도 바꿔 쓴 책이라는 점에서 더욱 인상적이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시대에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알려준다"고 말했다.

지난해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 가장 읽어봐야 할 책으로 꼽힌 데 이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교수의 '위대한 탈출'도 많은 추천을 받아 '부의 불평등' 이슈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높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비슷한 이유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도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등의 추천을 받았다.

미래 먹거리는 무엇일까

조남성 삼성SDI 사장은 토니 세바 미 스탠퍼드대 교수가 쓴 '에너지혁명 2030'을 올해 꼭 읽어야 할 책으로 추천했다. 조 사장은 "모든 전기차는 본질적으로 바퀴 달린 태블릿"이라며 "앞으로 20년간 에너지와 교통 산업이 태양광과 전기차를 중심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그의 주장을 유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래 전문가 스티브 사마티노의 '위대한 해체'도 추천을 받았다. 전성철 세계경영연구원(IGM) 회장은 "사물인터넷(IoT)이나 3D 프린터 등 신기술들이 기존의 산업구조를 어떻게 바꾸고 이에 따라 어떤 비즈니스 기회가 생길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스튜어트 프리드먼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와 표현명 롯데렌탈 대표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잡는 방법으로 애덤 그랜트가 쓴 '오리지널스(Originals)'를 추천했다. 표 대표는 "이 책은 사람의 오묘한 심리를 잘 파악해 세상을 이끄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기 위한 방법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애덤 그랜트의 또 다른 책인 '기브앤테이크―주는 사람이 성공한다'를 추천했다. 서 회장은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테이커(taker·받는자)'가 아닌 '기버(giver·주는자)'가 돼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추천해 주신 곳 (가나다 순)

김경민 이화여대 경영대학원 원장,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대표,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김범열 LG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도미닉 바턴 맥킨지그룹 회장, 리타 건터 맥그래스 미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베인앤드컴퍼니, 보스턴컨설팅그룹,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스튜어트 프리드먼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신정관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오영호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전 코트라 사장),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이항구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장세진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전국경제인연합회, 전성철 세계경영연구원(IGM) 회장, 정동일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조남성 삼성SDI 사장, 조광수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 KT경제경영연구소, 표현명 롯데렌탈 대표, 홍성태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싱커스 50, 일론 머스크 테슬라 회장 등은 개인 홈페이지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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