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경제·경영 키워드는 '리스크와의 싸움'

입력 2016.01.09 03:04

[Cover Story] 세계 경제·경영 석학 10명이 꼽은 올해 5개 핵심 단어

새해 초부터 세계 경제는 악전고투 중이다. 미국, 중국, 인도 등의 주요 국가들 제조업 지표는 기대 이하였다. 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감은 금융 시장을 뒤덮었다. 중국 증시는 올 들어 두 번이나 폭락장을 연출했다. 북한은 재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새해를 기다렸다는 듯이 모든 리스크(위험)가 한꺼번에 분출되는 듯하다. 올해 글로벌 경제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위클리비즈는 작년 말부터 올 초에 걸쳐 위클리비즈가 인터뷰해온 세계적인 경제·경영 전문가 10명에게 "2016년 세계 경제와 경영의 핵심 키워드는 무엇인가"라고 질문했다(3개까지 복수응답).

이들이 제시한 키워드들은 제각각이었지만 그 내용이 의미하는 것은 단순했다. 작년 한 해 동안 세계 경제가 미국 금리 인상 등 '불확실성'과 싸웠다면 2016년 한 해는 그보다 한발 더 나아가 '리스크'와 싸우게 되리라는 것이었다.
세계 경제·경영 석학 10명이 꼽은 올해 5개 핵심 단어
Getty Images / 멀티비츠
5가지 핵심 키워드 중 4가지가 '리스크' 관련

전문가 중 절반이 각각 '중국 경제성장 둔화'와 '미국 금리 인상'을 키워드로 꼽았다. 로버트 엥글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중국의 경제성장 여부와 함께 중국 은행의 자본 부족, 부채 증가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 아시아 지역 회장을 거친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는 "2008년에도 미국의 점진적인 금리 인상이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끔찍한 경기 후퇴를 촉발했다"며 "경제가 정상 궤도로 복귀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저유가'와 중동의 테러 조직 '이슬람국가(IS)' 등도 글로벌 경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키워드로 꼽혔다. 마지막 '친환경 에너지'를 제외한 4개의 키워드가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리스크'로 채워진 셈이다.

지난 한 해 동안 글로벌 경제가 싸워야 했던 것은 '미국 금리 인상'이라는 불확실성이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언제 금리를 올릴지를 놓고 전 세계 경제인이 수읽기를 하는 상황이 1년 내내 지속됐고, 그 예측만으로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그러나 작년 12월 미국의 금리 인상이 현실화되고 나서는 '리스크의 현실화'로 세계 경제의 무대가 움직이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 등으로 일어날 수 있는 충격을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지가 중요해진 것이다.

실제로 연초부터 중국 증시와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며 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각국 경제가 시험대에 오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금융위기 전문가인 마커스 브루너마이어 프린스턴대 교수는 "미국 금리 인상으로 채권 펀드에서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는 '런 리스크(run risk)'가 나타나는 등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며 "각국 간 환율 급변동으로 인한 충격도 크다"고 말했다.

기업 혁신 뒤덮은 세계 경제 구조변화

거시경제를 다루는 경제 분야 학자들이 아닌 경영 전문가들조차 상당수는 기업의 혁신이나 산업의 흐름보다는 경제 상황에 초점을 맞춰 새해 키워드를 제시했다. 개별 기업의 실력보다 전체 경기가 좀 더 중요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꼽은 경영 관련 키워드로는 '기술 변화'와 '리더십', '클라우드 서비스', '모바일' 등이 있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실패에서 배우는 성공의 법칙'의 저자인 시드니 핑켈스타인 다트머스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빠른 기술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에 잘 대응하려면 조직 전체를 지휘하는 훌륭한 리더십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떠오르는 기술을 파악하고 그것을 자신의 회사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그를 위해 어떤 개혁이 필요할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한 한 해가 된다는 것이다.

경쟁이 성장의 원천이라는 '붉은 여왕 가설'로 유명한 윌리엄 바넷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새해 키워드로 '혁신, 끈기, 환경'을 꼽았다. 바넷 교수는 "위기가 기회이고, 현재 어려운 상황을 잘 활용해야 한다"며 "힘든 시기일수록 조직 혁신이 일어난다"고 강조했다.

경제 생활의 패턴이나 산업 트렌드에 주목한 키워드도 몇 개가 나왔다. 강소기업을 뜻하는 '히든 챔피언'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헤르만 지몬 지몬-쿠퍼&파트너스 회장은 클라우드 서비스(가상 저장공간)와 e커머스(전자 상거래)를 산업 판도를 바꿀 주요 키워드로 제시했다. 핑켈스타인 교수는 "젊은 소비자들이 스마트폰, 태블릿과 일상적으로 생활하고 있다"며 "모바일 앱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만드는 능력이 지금처럼 중요했던 적은 없었다"고 했다. 그는 "모바일 분야의 성장과 이익 잠재력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고 덧붙였다.

미국 경제 회복, 안심은 금물

올해 글로벌 경제의 향방을 결정지을 가장 큰 변수는 미국 경제 회복 정도다. 미국 금리 인상도, 중국발 위기도 결국 미국 경제의 체력이 뒷받침돼야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미국 경제에 대해서는 여러 유명 전문가들이 공개적으로 의견을 밝히고 있는데, 역시 의견이 갈린다.

벤 버냉키 전 FRB 의장은 낙관론을 폈다. 그는 외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자동차 판매, 주택 판매 등 가계 지출이 충분하다면 미국 경제가 글로벌 경제의 맞바람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에 대해 낙관적으로 보는 편이지만,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스 칼럼을 통해 "미국 정부가 쓴 경제 정책은 나쁘지 않았고, 경제 상황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며 "다만 그렇다고 현재 경제 상황이 좋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내 실업률이 낮아진 것은 일자리를 찾는 인구가 줄었기 때문"이라며 "노동자들의 임금이 낮아진 것까지 생각하면, 미국 경제는 여전히 더 나빠질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월가의 비관론자로 '닥터 둠'이라고 불리는 마크 파버 마크파버리미티드 회장은 2016년 전망 보고서에서 "글로벌 경제는 이미 침체기에 들어섰다"며 "미국은 3월이나 6월이면 경기 침체가 뚜렷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설문에 응답해준 경제·경영 전문가들 (가나다순)

로버트 엥글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 2003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변동성 연구의 대가(大家)인 그는 2009년 통화 옵션 상품인 키코(KIKO)를 둘러싼 재판에 파생 금융 상품 전문가로 출석하기 위해 방한한 일이 있다.

마커스 브루너마이어 프린스턴대 교수: 국제금융 전문가로 2014년부터 프린스턴대 산하 벤다임금융센터를 이끌고 있다. 벤 버냉키 전(前) FRB 의장이 이 기관을 만들면서 브루너마이어 교수를 직접 영입했다.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 모건스탠리 아시아 지역 회장을 역임한 후 예일대에서 교편을 잡게 됐다. 투자은행가 시절에는 비관론을 많이 폈으나 최근에는 중국 경제에 대해 낙관론을 펴는 것으로 유명하다.

시드니 핑켈스타인 다트머스대 경영대학원 교수: ‘실패에서 배우는 성공의 법칙’의 저자로 전략과 리더십 분야의 전문가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의 부사장을 역임했다.

윌리엄 바넷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경쟁이 진화를 촉진시킨다는 ‘붉은 여왕 가설’을 경영 이론으로 발전시켰다. 붉은 여왕 가설은 뒤처지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경쟁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찰스 굿하트 런던정경대(LSE) 교수: 통화 및 재정정책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다. 통화량 등 특정 경제지표를 관찰하고 정책 목표로 삼는 순간 지표가 본래의 움직임을 상실한다는 내용의 ‘굿하트의 법칙’으로도 잘 알려졌다.

팀 하포드 FT 칼럼니스트: 2006년 출판한 ‘경제학 콘서트’는 30종류의 언어로 번역됐고, 전 세계적으로 100만부 넘게 팔렸다. 이 중 50만부 이상이 한국에서 팔렸다.

피터 다이아몬드 MIT 경제학과 교수: 2010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노동시장에서 발생하는 ‘마찰적 실업’ 이론을 확립했다. 벤 버냉키 전 FRB 의장의 스승이기도 하다.

헤르만 지몬 지몬-쿠퍼&파트너스 회장: 강소기업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경제 전문가다. 2008년에 발간한 저서 ‘히든 챔피언’은 25개 언어로 번역될 만큼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헬렌 레이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 국제금융 전문가로, 2013년 유럽경제학회가 45세 미만의 유럽 경제학자들에게 수여하는 위뢰 얀손상(Yrjö Jahnsson Prize)을 받은 첫 여성 학자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16년 주목할 경제학자로 레이 교수를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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