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환보유 많아 위안화 절하 폭 크지 않을 것

입력 2015.12.19 03:04

[美 금리인상 이후 글로벌 전망] 황하이저우·中 국제금융공사 CIO

황하이저우·中 국제금융공사 CIO

황하이저우 중국 국제금융공사(CICC)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중국 최고 금융 전문가 중 한 사람이다. 황 CIO는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를 지냈고 바클레이스캐피털에서 중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했다. CICC는 지난 1995년 중국건설은행과 모건스탠리가 세운 중국의 대표적 투자은행으로, 건설은행과 공상은행, 페트로차이나 등 중국 대표 기업의 IPO를 주관했다.

황 CIO는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열린 세계경제연구원(IGE)의 조찬 행사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들은 내년에 힘든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며 "자본 건전성이 취약한 신흥국은 자본이 빠져나가면서 경제 침체에 빠질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세계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러시아나 브라질 등 신흥국 경제에 상당한 어려움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칠레 등 남미 국가들의 통화 가치를 보면 미국 달러화 대비 30%까지 하락했습니다. 주식시장도 하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자본 유출과 주가 하락은 내년에 더욱 심해질 것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말레이시아 등 원자재 수출국, 내적 유동성을 조절하기 위해 부채를 떠안은 나라들은 그 현상이 심해질 것입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일까요?

"한국은 과거 외환 위기 경험이 있어 다른 신흥국들과는 구별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금융 개혁 중인데, 미국의 금리 인상이 겹칠 경우 중국에서 추가로 자본이 빠져나가면서 위안화가 더욱 절하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절하 폭은 어느 정도가 될까요?

"함부로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많은 외환 보유액을 고려할 때 위안화 절하 폭은 크지 않을 것입니다. 실질 실효환율을 고려했을 때 위안화는 2005년 이후 50% 정도 절상된 상태입니다. 이 때문에 수출도 어느 정도 타격을 받았습니다. 중국은 고성장과 수출 증가가 유동성 공급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끊어진 상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동성 공급을 위해 당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할 필요도 있습니다. 중국은 아직 제로 금리에 도달하지 않았습니다. 이 말은 즉 지급준비율, 예금·대출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여지가 크다는 뜻입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시작될 경우 세계경제가 미국을 따라 다소 회복세를 보이느냐가 주요 관심사입니다. 중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어느 정도로 예측하십니까? 일각에서는 '리커창 지수(전력 소비량, 은행 대출, 철도 화물 운송량 등으로 산출한 실물 경제지수)'를 근거로 중국 경제가 미국과 달리 회복되지 못하고 성장세가 둔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 경제성장률은 올해 6.9%에 이어 내년에는 6.8%를 기록할 것으로 보입니다. 2017년부터는 경제성장률이 안정세로 접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경제가 점점 소비 중심 산업이나 정보통신(IT) 산업 위주로 변하고 있는 만큼 전력·교통 등에 기반을 둔 지수는 유용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벌써 중국은 소비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이 50%를 넘어섰습니다. 고속도로의 연간 성장률도 20%에 달합니다. 오히려 중국의 도시화가 성공적으로 진행돼 도시와 농촌 간 소득 격차가 줄어들고 내수가 진작되면 예상보다 더 큰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미국 금리 인상 이후 중국 경제의 변수가 되는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요?

"(금리 인상과 관계없이) 국영기업의 부채 문제입니다. 국영기업들은 최근 부채 비율이 상당히 높아졌기 때문에 부채 축소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도 국영기업 개혁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국영기업은 국가가 운영하거나 소유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중국 당국은 다소 진통이 있더라도 개혁을 진행할 것입니다. 국영기업의 구조조정이 완료된다면 앞으로 경제 구조 개혁을 더욱 유연하게 할 수 있는 여지가 더 커질 것입니다. 또한 중국 정부는 자본시장을 더 활성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증권시장을 통한 자본 조달 역시 활성화해야 합니다. 채권을 통해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경로를 열어줘야 합니다. 중국 정부는 기술 중소기업이 자체 증권시장을 조성하는 등 초기 단계에서 은행 대출을 통한 자금 조달 의존도를 낮추고 주식시장에서 바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중국은 기술 기반 기업의 주식 시장 의존도가 높습니다. 아울러 고성장과 수출 증가가 유동성 공급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입니다. 가계 부문만 봐도 예금률이 GDP의 80%에 달하는데 가계 부채는 40% 수준입니다. 40%의 잉여 자금이 있는 셈입니다. 지금의 중국 경제는 차를 막 구입한 사람이 과도하게 3개 이상 보험에 가입하는 상황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중국 정부의 부채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보는 관점도 있습니다.

"런민(人民)은행에서 그 부분을 주의 깊게 보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중국은 보유 외환이 많기 때문에 심각하게 보지 않습니다. 중국의 외환 보유액은 3조달러가 넘습니다. 일부 국영 기업의 부채가 문제일 뿐, 민간 부문 등에서는 부채 관리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자본 유동성도 마찬가지고, 내수나 부동산 시장 등의 상황도 괜찮습니다. 이는 유럽이나 미국 등 다른 국가들의 상황과 비교해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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