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위안화 절하 막을 무기 없다… 속도 늦추는 수밖에

    • 크리스토퍼 발딩·베이징대학 HSBC비즈니스스쿨 교수

입력 2015.12.19 03:04

美 금리 인상 후 중국의 고민

크리스토퍼 발딩·베이징대학 HSBC비즈니스스쿨 교수
크리스토퍼 발딩·베이징대학 HSBC비즈니스스쿨 교수
미국이 금리를 올려도 대부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값싼 자금이 넘치는 '치프 머니 시대(cheap-money era)'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경제가 충분히 회복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일부 사람은 연준 결정에 반발할 것이다. 하지만 금리를 소폭 올린다고 미국 경제가 다시 후퇴할 것이라고 볼 만한 이유는 거의 없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 결정은 상대적으로 쉬운 결정이다. 중국의 정책 결정자들은 미 금리 인상으로 더 힘든 결정을 내려야 한다.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은 3조4000억달러 규모의 보유 외환 가운데 매달 거의 1000억달러를 위안화 가치 절하를 막느라 쏟아부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미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지속될 것이다. 그리고 중국의 자본 유출은 가속될 것이다.

중국의 지도자들은 위안화 자유 변동 환율제가 실행되기 전까지는 다소 위안화 가치 하락을 감수할 의사가 있는 것 같다. 자유 변동 환율제가 시행되면 위안화 가치는 유로화와 엔화를 포함한 주요 통화 13개의 가치 변동을 통해 결정될 것이다. 이때 위안화 가치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위안화 가치 하락을 적극적으로 막던 런민은행이 한발 물러선다면, 위안화 가치 하락 속도가 급격하게 빨라질 수도 있다.

위안화 절하
/일러스트=박상훈 기자
신흥국 통화 대비 미 달러화 가치가 강세를 보일 때 중국이 위안화 자유 변동 환율제를 시행할 경우, 위안화 가치가 30% 이상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은 상황을 하나하나 헤쳐나가는 것 외에는 갖고 있는 옵션이 거의 없다. 위안화 절하 속도를 서서히 늦추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이것은 도널드 트럼프나 다른 미 대선 후보들의 눈에는 환율 조작으로 비칠 것이다. 그렇지만 그 경우 중국이 시장 원리를 거스르고 있다고 봐서는 곤란하다. 중국이 시장 원리를 따르면서 생길 수 있는 혼란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중국이 처한 딜레마는 불편한 진실을 보여준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은 리스크가 낮은 전통적 의사 결정인 데 반해, 중국의 리더들은 하나같이 리스크가 큰 정책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는 안정성이다. 지난 수십년간 지속해왔던 빠른 경제성장은 이제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

현재 중국의 공산주의 경제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은 근대 경제정책 수립의 중요한 두 가지 기본 요소와 관련된 것이다. 첫째, 역동적이며 성장하는 경제는 '죽음'과 '지식 노후화'를 수반한다.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고, 새로운 기업이 생겨난다. 혁신은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어제의 기업과 상품, 기술은 대체된다. 중국 정부는 자비로운 '경제적 안락사'를 통해 중국의 경제적 변화를 가속할 수 있다. 운이 다한 기업과 산업을 보호하는 것은 소용없는 짓일 뿐 아니라 무모한 짓이다.

둘째로 중국은 더 역동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 사실 중국 경제의 기적은 세계경제 호황과 위안화 저평가 덕분이다. 통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함으로써 막대한 글로벌 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다. 게다가 중국 정부가 중국 경제성장을 위해 썼던 방법들이 이제는 현재 중국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만들어내고 있기도 하다. 신용을 급속히 확대하고, 부실 채권 만기를 연장하고, 실질적으로 파산한 기업을 지원하고, 고정자산 투자에 지속적으로 돈을 쏟아부었다. 중국은 이 과정에서 집단적 사고와 창조적 지성의 결핍으로 혼란에 빠졌다. 중국의 지도자들은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아이디어를 포용해야 한다.

다른 나라들은 세계 2위의 중국 경제가 변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중국은 위안화 자유 변동 환율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중국은 글로벌 경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대규모 혼란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부여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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