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다시 제로금리 안 되려면 부작용 없이 달러 회수하고 주식·부동산 거품 제거돼야

    •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입력 2015.12.19 03:04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드디어 미국의 금리 인상이 시작됐다.혹자는 이번 금리 인상이 수년 전부터 예고돼 있던 것이라 그 충격이 상당 부분 이미 시장에 반영돼 있고, 앞으로 금리 인상 속도도 완만할 것이기 때문에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번 금리 인상은 지금까지 경험했던 금리 인상과는 차원이 다르다. 초유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7년 넘게 시행한 후에 다시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오기 위한 첫발을 내딛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7년 동안 침대에 누워 있던 환자가 벌떡 일어나, 그간 약해진 몸을 이끌고 초행길인 산행을 시작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이번 산행을 무사히 마치기 위해서 앞으로 세계경제는 험로(險路) 다섯 개를 잘 통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그간 양적 완화로 늘어난 달러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는 부작용 없이 회수해야 한다. 글로벌 금융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연준은 마비됐던 금융시장을 대신해 위험 자산과 장기 채권을 사들였다. 그 과정에서 연준의 자산 보유는 5배로 확장됐다. 연준은 장차 자산 보유를 줄여가야 한다. 과연 양적 완화라는 마약에 취해 있던 금융시장이 연준이 쏟아내는 자산을 무리 없이 흡수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둘째, 늘어난 유동성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미국 주식 및 부동산 시장이 얼마나 버틸지도 미지수이다. 그간 미국 주가는 제로금리 덕분에 매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가며 상승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예일대의 로버트 실러 교수를 비롯한 상당수 경제학자는 미국의 주식 및 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형성돼 있다고 경고해 왔다. 금리 인상 과정에서 미국 주식과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순탄하게 제거되지 않는다면 미국 경제는 또다시 새로운 침체의 길로 접어들 수 있다.

셋째, 앞으로 세계경제는 극심한 비대칭성의 문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제는 분명 회복의 신호를 보이고 있지만 다른 주요 국가들에서는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유로 지역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어려운 상황일 것으로 보이므로 양적 완화를 확대해 갈 것이 분명하다. 일본도 지금까지의 아베노믹스 효과가 불분명함에 따라 양적 완화를 더욱더 확대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와 같이 주요국들이 미국과 정반대의 통화정책을 수행하게 되면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 특히 미 달러화와 주요국 통화 사이의 환율은 계속 불안정한 모습을 보일 것이다.

넷째, 미국의 양적 완화 기간에 글로벌 유동성이 확대되어 엄청난 규모의 자금이 신흥 시장에 흘러들었는데, 미국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으로부터 자금 이탈이 가속화할 것이다. 이미 브라질, 남아공, 터키 등에서 위험신호가 나오고 있다. 이 국가들이 위기를 겪는다면 다른 신흥 시장 국가로 위기가 전염될 가능성도 있다.

다섯째, 중국 경제가 얼마나 버틸지도 문제이다. 중국은 이제 성장 둔화가 확연해지고 있다. 올해 7%의 성장을 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이고, 내년 이후에도 7%가 넘는 성장을 기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간 중국 경제를 이끌어 왔던 전통적 산업들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봉제 산업과 같은 노동 집약적 산업들은 임금 인상으로 경쟁력을 잃어가고 중공업은 과잉설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기업 중 상당수가 국영기업이기 때문에 쉽게 정리되지도 않는다. 또 일부 기업은 역외에서 상당한 규모의 달러 부채를 지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라 달러화가 본격적으로 강세를 띠기 시작하면 중국은 위안화를 더 이상 달러와 연동시키지 않고 평가절하할 방법을 모색할 것이다. 위안화가 절하된다면 늘어난 달러 부채는 중국 기업에 더욱더 큰 부담을 줄 것이다.

이제 국내로 눈을 돌리면 가계 부채 및 한계 기업의 문제가 있다. 우리 금리 수준은 1.5%로 아직 미국 금리 수준보다는 높아 미국 금리가 올라가더라도 바로 금리를 인상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가 본격적으로 인상되면 한국 금리도 따라 올라갈 수밖에 없다. 금융 당국은 이에 대비하여 원금을 미리 갚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이런 조치가 너무 늦게 시작되어 아쉽다. 미국 금리 인상 전에 미리 가계 부채가 감축되도록 유도했어야 했는데, 작년에 시행된 LTV(주택 담보 인정 비율), DTI(총부채 상환 비율) 완화 조치와 연이은 금리 인하로 가계 부채는 이미 더욱 늘어난 상태이다. 앞으로 금리 인상과 원리금 상환이 동시에 진행되면 가계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계 기업도 더욱 위험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세계경제와 한국 경제가 험로를 무사히 통과할지는 불확실하다. 전문가 10명 중 6명은 미국이 5년 내 다시 제로금리로 복귀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한다. 중도에 실족하여 세계경제는 다시 병상에 눕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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