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차입투자 늘려온 美 보험사들 리스크가 문제

입력 2015.12.19 03:04

[美 금리인상 이후 글로벌 전망] 로버트 엥글 美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

로버트 엥글 美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

로버트 엥글 미국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금융시장의 변동성(흔들림)을 포착할 수 있는 금융 분석 모형을 개발해 2003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변동성의 대가(大家)다. 그는 2009년 통화 옵션 상품인 키코(KIKO)를 둘러싼 재판에 파생 금융 상품 전문가로 출석한 적이 있다.

엥글 교수는 금리 인상 이후 변동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금융사가 위험 관리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앞으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는데, 특히 보험사가 우려된다. 2008년 미국 금융 위기 이후 은행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으로 투자하는 반면 많은 보험사가 레버리지를 늘려왔고, 위험이 커졌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이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시장 변동성이 순간적으로 크게 증폭될 것입니다. 일부 금융기관에 파장을 줄 수 있어요. 2008년 미국이 금융 위기를 맞았던 건 변동성에 따른 위험을 가늠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전까지는 시장의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았고, 많은 금융사가 더 많은 이윤을 내기 위해 큰 위험을 감수했습니다. 그들은 낮은 변동성이 유지될 것을 가정하고 투자 위험을 계산했는데, 유동성이 낮은 자산은 변동성이 커지는 시기에 팔기가 상당히 어려워요. 이 부분을 간과했기 때문에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과 금융시장의 위기가 발생한 것입니다. 위험을 분석하는 데 근시안적이었던 것이죠. 일부 투자자는 변동성이 낮으면 위험도가 낮기 때문에 현시점을 투자 적기라 보고 최대 수익을 얻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데, 금융기관이 위험을 계산할 때는 변동성이 장기적으로 얼마나 커질 수 있는지를 염두에 둬야 합니다."

―리먼 브러더스 사태 같은 것이 다시 생길 수도 있는 건가요?

"은행은 괜찮을 것입니다. 지난 6년간 많은 은행은 차입을 낮추는 등 보수적 성향으로 운영하면서 위험을 낮췄습니다. 규제도 강화됐습니다. 하지만 걱정스러운 부분은 보험 시장입니다. 미국의 보험사들은 과거보다 차입 투자를 늘렸고, 위험도 한층 커졌습니다. AIG·푸르덴셜·메트라이프 등 대형 보험사들은 최근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회사(systemically important financial institution)로 지정됐습니다."

―미국 금리 인상은 어떤 속도로 이뤄질까요?

"전 세계적으로 미국만이 유일하게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유럽은 여전히 현상 유지를 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고, 중국과 일본은 부진합니다. 세계경제가 따라와 주고 있지 않기 때문에, 미국이 이번에 금리 인상을 해도 최소한의 수준(0.25% 포인트씩)으로 아주 천천히 올릴 것으로 봅니다. 아직 미국의 경제가 완전하게 회복된 것도 아니고, 신흥국도 불안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 금리 인상으로 미국 경제 회복세가 꺾일 수도 있습니다. 추후 금리를 다시 내리는 등 경기 부양책을 도모해야 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 금리를 올리는 것은 언젠가 다시 찾아올 불경기에 대응하는 정책 수단을 확보하는 것으로 봅니다."

―지금 세계경제에서 가장 큰 문제는 뭐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금리가 이렇게 낮은데도 기업들이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는 점입니다. 지금 같은 상황을 구조적 장기 침체(secular stagnation)라고 하는데, 왜 마땅한 투자처가 없을까요? 같은 질문을 정부에게 해보죠. 정부 역시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 도로, 공항 등 인프라를 만들고 교육 사업에 투자하면 민간 기업으로도 투자 자금이 돌아갈 수 있는데, 안 하고 있죠? 미국 정부가 합리적인 재정 정책을 펼치는 데 '정치적 장애물'이 있기 때문입니다. 통화정책은 이미 할 만큼 했어요. 이제 필요한 것은 적극적인 재정 정책입니다. 우리는 대공황을 경험했고 당시 재정 정책이 해결법이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내년 세계경제에서 가장 큰 위협은 무엇인가요?

"금융적 관점에서 볼 때 세계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중국과 일본 은행의 자본 부족입니다. 비슷한 문제가 프랑스와 영국에도 있죠.

둘째로 우려되는 부분은 중국과 일본의 빠른 부채 증가입니다. 부채가 계속 늘어나는 현 추세를 끊지 못한다면, 추후 세계경제에 엄청난 파장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문제는 세계적인 원자재 가격 약세입니다. 캐나다, 호주 등 이미 상당한 경제 규모를 가진 국가와 브라질, 칠레, 멕시코, 러시아 등 신흥국에 큰 타격을 줬습니다. 물론 원자재 가격이 낮은 건 한국 같은 수출 국가에 도움이 되겠지요. 그러나 세계적으로 원자재를 수출하는 국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크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큽니다."

―원자재 약세는 얼마나 지속될까요?

"상당히 오래 지속될 것 같습니다. 우선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낮기 때문에 원자재를 사들일 이유가 없죠. 개인적으로 저는 중국이 이미 오래전에 충분한 원자재를 사뒀을 것으로 의심합니다. 추후 경기가 좋아졌을 때 사용하려고 미리 몇십 년 치의 원자재는 구비해 두지 않았을까요? 여러 가지 상황을 볼 때 경기가 좋아진다 한들 원자재 가격이 오르기는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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