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자금이 급격히 유출되면서 탠트럼 가능성

입력 2015.12.19 03:04 | 수정 2015.12.19 03:14

[Cover Story] 피터 다이아몬드 美 MIT 경제학과 교수

피터 다이아몬드 美 MIT 경제학과 교수
/블룸버그

피터 다이아몬드 MIT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 시장에서 발생하는 '마찰적 실업' 이론을 확립한 공로로 2010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학자다. 그는 벤 버냉키 전(前)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 의장의 스승으로 잘 알려졌다. 버냉키는 1970년대 MIT에서 다이아몬드 교수 등의 지도 아래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이번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의 금융시장이 단기적으로 요동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미국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 자금이 급격히 유출되면서 '탠트럼(tantrum·선진국의 돈줄 조이기 등으로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현상)'이 올 수도 있다. 브라질과 멕시코 등 신흥국은 아직 대외 변수에 대한 준비력이 약하고, 원자재 가격 약세로 경제 상황이 나쁘기 때문에, 어떤 파장이 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미국 금리 인상은 세계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미국의 금리 인상은 단순히 제로 금리를 벗어난 것 이상을 의미합니다. 10년 만에 정책의 방향이 반대가 되는 것이죠. 이 때문에 초반에는 시장에 혼란이 올 수 있습니다. 신흥국에 묶인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오며 신흥국 통화 가치 하락과 증시 급락을 불러올 수 있죠. 2013년에도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이 양적 완화 축소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서 신흥국의 통화 가치와 채권 및 주식 가격이 일제히 급락한 적이 있습니다. 게다가 지금 신흥국은 2년 전보다 상황이 더 나쁩니다.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경제가 악화했기 때문에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미국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금리를 올릴 예정 아닌가요?

"연준은 절대 금리를 갑작스럽게, 파격적으로 올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천천히 단계별로 움직여 시장에 주는 영향력을 최소화할 것입니다. 그리고 올리기 전에도 충분히 시그널을 줄 것이기 때문에 이례적인 일은 없을 것입니다. 1994년 앨런 그린스펀 당시 연준 의장이 기습적으로 금리를 올렸을 때 멕시코에 금융 위기가 일어나는 등 후폭풍이 거셌던 적이 있습니다. 재닛 옐런 의장은 신중하게 결정을 내리는 편이기 때문에 과거에 발생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아직 미국 경제가 완전하게 회복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금리를 지금은 올리더라도 멀지 않은 미래에 다시 내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의 경제가 다시 나빠져 리세션(경기 후퇴)이 올 경우 연준은 다시 금리를 내려 경기를 부양하려 하겠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연준의 제로 금리 정책이 가장 돋보인 곳이 고용 시장이라고 보도했다. 2009년 10월 10%까지 올랐던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달 절반인 5%로 떨어졌다. 그러나 다이아몬드 교수는 지금 미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약한 노동 시장과 또 다른 경기 후퇴의 가능성"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노동 시장은 회복되고 있지 않은가요?

"실업률 등 많은 지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임금이 충분히 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노동 시장은 여전히 취약합니다. 미국 경제는 그동안 높은 노동 이동(labor mobility)에 기반을 둬 성장했는데, 최근 데이터를 보면, 현재 직장에서 더 좋은 직장(더 많은 임금을 주는 직장)으로 이동하는 비율이 현저히 떨어졌어요. 전체적으로 실업률이 하락하는 등 일부 지표가 긍정적으로 변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노동 시장이 좋아졌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임금이 오르지 않기 때문에 총수요도 늘지 않습니다."

―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 노동 상황이 좋지 않다면 대안은 뭔가요?

"케인스(Keynes)식 용어로 말하자면 지금 미국 경제는 '심각한 총수요 부족'에 빠져 있는 상태입니다. 교과서적인 얘기지만, 지금의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새로운 해답은 없어요. 지난 몇백 년간 역사를 되돌아봐도 그렇고, 원칙대로 국가적인 재정 정책을 펼쳐서 적극적으로 경기를 부양해야 합니다."

―장기적으로 세계경제는 어떤 위험에 대비해야 하나요?

"디지털화와 기계화로 파생되는 문제, 즉 사이버 범죄, 개인 정보 유출 등이 세계경제에 큰 파장을 일으키는 주요소가 될 것입니다. 아직 기술 발달에 따른 부정적 결과에 대한 공론화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MIT의 보안 대표는 저에게 '과거의 범죄는 특정 지역의 문제였는데, 자동차의 발명 이후로 범죄의 영향력이 한 국가로 넓어졌다. 인터넷과 컴퓨터의 발달은 범죄의 영향 범위가 세계적으로 커지는 가능성을 열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글로벌 경제가 더 긴밀하게 연결되고 서로 더 많은 영향을 주고받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예컨대, 한 글로벌 기업의 파산이 전 세계 수많은 도시에 실직자를 양산하는 등 위험이 퍼지는 범주가 더 커졌습니다.

좀 더 장기적인 미래를 보자면 기후변화에 주목해야 합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온난화는 미래에 많은 국가의 세금과 재정지출로 이어질 것입니다. 지금부터 모든 정부가 탄소 배출에 대한 포괄적인 세금을 부과해야 대체 에너지 개발이 촉진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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