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퍼펙트 스톰 공포 속… 미국號 이륙하다

입력 2015.12.19 03:04

[Cover Story] 美 금리 인상 이후 글로벌 전망

미국이 '금리 제로' 시대에 마침표를 찍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 16일(현지 시각) 제로(0) 수준이던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세계경제의 앞날은 미지수다. 양적 완화라는 비정상적 방식으로 경기를 부양한 것도 처음이지만,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도 처음이다. 미국 금리 인상이 예견된 수순임에도 전 세계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제로 금리 기간 신흥국으로 흘러들었던 자금이 일시에 대거 빠져나가고 달러화 강세로 외환시장이 소용돌이에 빠지는 퍼펙트 스톰(위기가 한꺼번에 겹치는 최악의 상황)이 몰아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리 인상 이후의 세계경제는 어디로 가는 걸까. 풍우를 뚫고 가보지 못했던 항로를 순항할 수 있을까. 위클리비즈는 2003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엥글 뉴욕대 교수, 2010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피터 다이아몬드 MIT 교수, 황하이저우 중국 국제금융공사(CICC) 최고투자책임자(CIO), 마커스 브루너마이어 프린스턴대 교수 등 경제 전문가 4명을 만나 미 금리 인상 이후의 세계경제 전망을 들어봤다.〈C2~3면〉 이들은 크게 세 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Cover Story] 美 금리 인상 이후 글로벌 전망
탠트럼(tantrum)

미국 금리 인상 직후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됐던 신흥국 금융시장은 막상 금리가 오르자 상승세를 보이는 '안도 랠리'를 펼쳤다. 코스피지수는 0.4%,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8% 상승했다. 미국이 더 늦추지 않고 빨리 금리를 올린 게 불확실성 해소 측면에서 더 낫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래도 안심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한다.

피터 다이아몬드(Diamond·75) MIT 교수는 "미국 금리 인상에 따라 단기적으로 신흥국 자금이 급격히 유출되면서 '탠트럼(선진국의 돈줄 조이기 등으로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현상)'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금리 인상이 이미 예측된 것이라고 하지만 이번 금리 인상이 한 번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결국은 크든 작든 충격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FRB가 추가 금리 인상을 언제, 얼마나 할 것이냐는 불확실성은 앞으로도 계속 따라다닐 것이다. 2013년 5월에는 벤 버냉키 전 FRB 의장이 자산 매입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후 4개월 동안 미 국채 금리가 급등하기도 했다.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충격이 있을 수도 있다. 특히 과거보다 차입 투자를 늘린 미국 보험사와 달러화 부채가 많은 신흥국 기업들이 충격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하이저우(黃海洲·72) 중국 CICC 최고투자책임자는 "중국 국영기업들의 부채비율이 상당히 높아졌기 때문에 부채 축소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했다.

디커플링(decoupling)과 컨버전스(convergence)

세계경제는 당분간 미국과 다른 나라의 금융정책이 따로 움직이는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이어질 전망이다. 로버트 엥글(Engle·73) 뉴욕대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미국만이 유일하게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유럽은 현상 유지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일본도 부진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중국과 일본의 경우 부채가 빠르게 증가하는 것이 세계경제에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반면 마커스 브루너마이어(Brunnermeier·46) 프린스턴대 교수는 디커플링 못지않은 세계경제의 트렌드로 경제성장률의 컨버전스(한 지점으로 모이는 것) 현상을 들었다. 선진국이 다시 성장 엔진에 시동을 거는 반면 그동안 높은 성장률을 구가했던 신흥국들이 예전과 같은 고속 성장을 하기 힘들어지고, 이것은 결과적으로 선진국과 신흥국의 성장률이 서로 접근하는 현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재정정책(fiscal policy)

일단 경기가 회복된다는 판단 아래 금리를 올렸지만 미국의 회복 추세가 확실한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의 여파로 경기가 다시 가라앉을 가능성도 상당히 크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다만 이 경우 다시 금리를 내리기보다는 정부가 자금을 직접 푸는 '재정정책'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또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이들은 분석한다. 다시 양적 완화라는 '비정상'으로 돌아가는 것은 어떻게든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로버트 엥글 교수는 "지금 금리를 올리는 것은 언젠가 다시 찾아올 불경기에 대응하는 정책 수단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며, 이제 필요한 것은 적극적인 재정정책"이라고 했다.
기준금리
☞탠트럼(tantrum)

선진국의 금리 인상이나 돈줄 조이기에 따라 신흥국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등 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리는 현상. 미국에서는 2013년 FRB가 양적 완화의 단계적 축소 계획을 밝힌 후 미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테이퍼 탠트럼’ 현상이 벌어졌다.

☞디커플링(decoupling)

커플링(coupling·동조화)의 반대 개념으로 탈동조화를 말한다. 이전에는 미국 경제와 다른 나라의 경제가 같이 움직였지만 이제는 미국과 다른 나라의 정책이 따로 움직이는 것을 뜻한다.

☞컨버전스(convergence)

여러 국가의 경제성장률이나 정책이 한 지점으로 모이는 현상. 앞으로 세계경제는 선진국 성장률 반등과 신흥국 성장률의 성장 속도 둔화로 선진국과 신흥국의 성장률 격차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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