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에 의존하는 성장? 중국이 직면한 두 가지 심각한 문제

    • 어데어 터너 전 FSA 청장

입력 2015.12.05 03:03

실물 문제
서비스 산업 중심으로 성장 모델 바뀌어야 하지만 소비가 소득 못 따라가

금융 문제
건설 부채 상환하려고 새로운 빚 내는 딜레마

어데어 터너 前 영국 금융감독청(FSA) 청장
어데어 터너 前 영국 금융감독청(FSA) 청장
이달 중국 런민(人民)은행이 발표한 통화정책에는 놀라운 내용이 담겨 있었다. '만약 내부적인 계기가 충분치 않고 투자 수익이 낮다면 앞으로 성장은 부채에 상당히 의존해야 할 것'이라는 문구다. 이는 중국 경제가 현재 실물과 금융 부문 모두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뜻이다. 두 문제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실물 측면에서 중국은 투자 중심의 성장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는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전에도 중국은 국내총산생(GDP)에서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41%에 이르러 비중이 지나치게 높았다. 또 중국은 2010~2011년에 선진국들이 부채를 줄이는 과정에서 수출과 고용이 부진해지자 부동산과 인프라 건설을 통해 경기를 진작, GDP 중 투자 비중이 47%로 늘어났다.

중국의 투자 정책은 효과가 있어 건설업 고용은 2007년 2800만명에서 2013년 4500만명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대신 투자의 낭비를 피할 수 없었다. 중소도시에 건설한 많은 아파트는 입주자가 없어 텅텅 비었고, 철광과 시멘트업체 등 중공업 섹터는 만성 설비 과잉에 시달렸다. 2007년부터 2013년까지 투자 대비 수익은 낮아졌고, 중국의 GDP 성장에 얼마나 많은 투자가 필요한지 보여주는 ICOR(Incremental Capital-Output Ratio)은 6으로 두배 뛰어올랐다.

중국이 더욱 지속 가능한 소비 중심의 경제 성장 모델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투자의 질을 높이면서 양은 줄여야 한다. 중국은 이 부분에서 약간의 진전을 이룩했다. 2014년 GDP에서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46%로 살짝 낮아진 반면, 소매 판매와 소비는 GDP보다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가계 소비가 국민소득의 40%를 밑도는 상황이기 때문에 중국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더군다나 경제 내에서 노동력 같은 실물 자원을 다른 분야로 이동시키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건설업 노동자를 서비스 업종으로 이동시키는 것은 시간이 소요되는 어려운 일이다.

한편 중국의 금융 분야는 더욱 거센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서비스 산업의 발전은 바람직하지만, 중국에서 현재 가장 빨리 성장 중인 금융산업의 팽창은 상당한 리스크를 낳고 있다.

금융 서비스는 현재 중국 GDP의 8%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세계적 금융의 중심지로 알려진 영국·미국에서나 볼 수 있는 높은 수치다. 또 레버리지(차입) 규모가 신흥국 경제 기준으로는 지나치게 크다. 중국의 GDP 대비 부채 규모는 2008년 130%에서 현재 220%를 웃도는 수준으로 증가했다. 대부분의 부채는 지방정부와 회사들이 지고 있으며, 투자 사업의 재원 조달에 사용됐다. 그리고 현재 이 투자 중 상당수는 낮은 수익을 내고 있거나 손해를 보고 있다. 영업 현금 흐름이 부채를 상환하기에 충분하지 못한 상황에서 새로운 빚을 내 기존의 부채를 상환할 수밖에 없다.

중국 정책 입안자는 이제 딜레마에 직면했다. 새로 빚을 내는 것을 막을 경우 그동안 은행이나 자산 운용 회사로부터 진 빚을 갚지 못할 것이고, 이로 인한 투자 위축은 소비 증가를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다. 하지만 돈을 계속 빌릴 수 있도록 허용하면 앞으로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11월 런민은행의 성명을 보면 지금 중국의 리더들은 '더 많은 신용'이라는 선택을 한 것 같다. 지난 수개월간 은행 대출은 가속화되고 있다. 중국의 전체 부채는 명목 GDP보다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2020년에는 부채 규모가 GDP 대비 300%를 웃도는 수준으로 증가할 수 있다.

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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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까지만 해도 부채 증가를 그다지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었다. 사람마다 의견은 다소 다르지만 대부분의 부채는 중국의 서로 다른 정부 주체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방정부의 금융 투자 기구나 국영 기업은 국영 은행에 대해 부채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당국은 최근 불거지는 지급 불능 문제를 1990년대 후반이나 2000년대같이 부채 말소, 은행 자본 확충, 중앙정부로의 채무 전가 등으로 대응할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은 최근 이런 접근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재무제표상 나타나지 않는 지방정부의 부채는 중앙정부에서 보증하는 채권으로 바뀌고 있다. 런민은행은 시중 은행에 직접 돈을 빌려줘 이런 채권의 존재를 감추고 있다.

하지만 빚이 쌓일수록 낙관적인 시나리오에 대한 믿음은 줄어든다. 부실 채권 규모가 명확해지면 2014년 기준으로 GDP의 41%를 차지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었던 중국 정부 공식 부채 규모는 상당히 증가할 것이다. 은행 자산의 질뿐만 아니라 은행 부채의 규모 자체가 금융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

중국의 전통적인 그림자 금융의 대출 규모가 GDP의 300%에 도달한다면 이는 회사, 가계 그리고 정부 주체들이 GDP의 270%에 해당하는 규모의 은행 예금이나 다른 채권 자산을 소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30%는 은행 자본에 대한 투자). 만일 이런 저위험 자산의 상당수가 부실 대출과 연결돼 있다면 이들의 가치는 실제로는 중국 GDP의 270%가 될 수 없다. 어떤 방식으로든 이런 자산의 실제 가치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자본 이동이 통제된 경제에서 금융 억압으로 몇 년간 은행 부채에 대한 이자율을 물가상승률보다 낮게 유지시킬 수는 있다. 실제로 영국은 이런 방식으로 1945년에 GDP 대비 250%에 달했던 부채 규모를 1975년까지 GDP 대비 50% 이하로 감소시켰다. 그러나 중국이 자본시장을 개방할수록 금융 억압은 실제로 실행하기 어려워진다. 왜냐하면 투자자들이 쉽게 자산을 해외로 이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상당수 투자자가 이에 동참한다면 자본 유출 규모는 GDP의 30~35%에 달하는 중국의 거대한 외환보유액마저도 왜소하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만일 자본시장의 자유화가 중국 금융 시스템에서의 외국인 자산 규모 확대로 이어진다면 중국의 자산 가격 및 환율 불안정은 세계경제에 지금보다 훨씬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전 세계는 중국이 이 두 가지 도전을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런민은행의 최근 성명은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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