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5.11.28 03:00

'맨큐의 경제학'(원제 Principles of Economics)은 대부분 미국 명문대에서 경제학 입문 교과서로 쓰인다. 책의 저자인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경제학 선생님으로 불린다. 많은 사람이 '맨큐의 경제학'을 가장 좋아하는 교과서로 언급하곤 한다. 나도 그 사람들 가운데 하나다. 이 책은 근대 경제학의 가장 중요한 기본 이론을 명쾌하게 잘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맨큐 교수의 책은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경제학 입문 교과서와 마찬가지로 큰 문제를 안고 있다. 그 책의 내용 대부분이 틀렸다.
지난 30년 동안 경제학 교수라는 직업은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정보기술과 새로운 통계 기법의 발달로 데이터와 실증 분석이 더 중요하게 다뤄지게 됐다. 실증적 방법론의 선구자인 데이비드 카드는 "경제학자들은 더는 수학적 사고를 하는 철학자가 아니다"고 얘기했다. 경제학자들은 진실이라는 귀중한 낱알을 발견하기 위해 산더미 같은 증거들을 파고드는 과학자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 경제학자들은 종종 혁명적인 발견을 한다. 경제학 개론 수업에서 가르치는 단순한 이론들은 한때 잘 들어맞았지만, 중요한 사례와는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경제학 개론에서 최저임금 정책은 고용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가르친다. 기초적인 수요·공급 분석에 따르면 자유시장에서는 임금이 조정되면서 직업을 원하는 사람들이 누구나 직업을 가질 수 있다. 공급과 수요가 일치하게 된다. 생산성이 떨어지는 노동자들의 임금이 낮게 책정되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고용된 상태다. 하지만 최저임금이 정해진다면, 기업들은 생산성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노동자의 고용까지 보장해야 한다. 최저임금 제도는 기업 입장에서 경제적이지 않다.
이것이 바로 이론이다. 그러나 실제 조사해본 결과 현실은 매우 달랐다. 지난 20년 동안 경제학자들이 최저임금을 올린 다수의 사례를 직접 연구해본 결과 대부분 사례에서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론이 경제학 이론이 틀렸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학 이론은 노동시장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것들의 아주 작은 부분만을 묘사한다. 실제로 고용은 단순히 임금수준에 의해서만 결정되지는 않는다. 고용은 미래의 임금에 대한 예측, 장기 고용 관계, 다른 많은 것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 이것들은 경제학 개론의 잘 정돈된 이론에 맞추기에는 너무나 복잡하다.
이론적 연구에만 몰두하는 경제학자들에게는 경제학 이론은 문제가 없다. 현존하는 경제학 이론들이 실제 세계의 아주 작은 부분만 설명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단지 연구에만 열중할 뿐이다. 많은 노동경제학자는 피고용인이 일자리를 찾는 과정과 고용주가 채용할 사람을 찾는 과정을 모델로 만든 복잡한 이론들과 씨름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학 개론 수업에서 현실의 아주 작은 부분만을 설명하는 것은 충분하지 못하다. 만약 경제학 전공자들이 그들이 배운 이론들이 대부분 맞다고 생각하고 교실을 떠난다면, 비즈니스와 정치에서 잘못된 결정을 내릴 것이다. 내일의 리더들이 학교에서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경제학 이론들을 배우고 가서는 안 된다.
'복지'도 이론과 현실의 차이가 있는 사례다. 경제학 개론은 복지가 사람들에게 일할 동기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만약 여가에 대해 보조금이 나온다면, 사람들은 일을 하지 않고 보조금을 더 챙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실증적 연구에 따르면 (보조금의) 부정적인 영향은 생각보다 매우 작았다. 복지 프로그램은 종종 사람들이 더 일하게 만들기도 한다. 우간다의 사례를 보자. 가난한 사람에게 기술을 익히면 보조금을 주겠다고 하니 사람들은 과거보다 훨씬 더 일을 많이 했다.
여기에는 아주 큰 정치적 함의가 있다. 만약 우리가 내일의 리더들에게 복지가 게으름을 부추긴다고 생각하도록 교육한다면, 그들은 아마도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개선시키고 나라 전체의 경제적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정책에 대한 지원을 막으려 할 것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복잡한 이론들은 때때로 단순한 이론보다 현실을 더 잘 설명하고는 한다. 그러나 복잡한 이론들은 학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갖고 있는 수학 지식을 훨씬 넘어선 능력을 요구한다.
맨큐의 책을 포함한 최근의 교과서들은 거의 대부분이 데이터와 증거의 중요성을 가볍게 여긴다. 이 교과서들은 때때로 실증적 연구의 결과를 인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학생들에게 이런 연구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깊이 이해하라고 요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것이 아주 어려운 것은 아니다. 최근 경제학 교수들은 '유사 실험' 접근법이라는 것을 많이 사용하는데, 이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다. 단순한 사례들은 교실에서도 충분히 배울 수 있고, 숙제로도 낼 수 있는 것들이다.
지금이 바로 경제학 개론이 현실을 반영할 시기다. 실질적인 증거를 수집하는 데 집중하는 경제학 교수들과, 재미는 있지만 종종 쓸데없는 이야기에 주목하는 경제학 개론이 상존하고 있다. 경제학 교육은 시대에 발맞출 필요가 있다.
제작 협찬 :SAMSUNG
그러나 맨큐 교수의 책은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경제학 입문 교과서와 마찬가지로 큰 문제를 안고 있다. 그 책의 내용 대부분이 틀렸다.
지난 30년 동안 경제학 교수라는 직업은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정보기술과 새로운 통계 기법의 발달로 데이터와 실증 분석이 더 중요하게 다뤄지게 됐다. 실증적 방법론의 선구자인 데이비드 카드는 "경제학자들은 더는 수학적 사고를 하는 철학자가 아니다"고 얘기했다. 경제학자들은 진실이라는 귀중한 낱알을 발견하기 위해 산더미 같은 증거들을 파고드는 과학자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 경제학자들은 종종 혁명적인 발견을 한다. 경제학 개론 수업에서 가르치는 단순한 이론들은 한때 잘 들어맞았지만, 중요한 사례와는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경제학 개론에서 최저임금 정책은 고용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가르친다. 기초적인 수요·공급 분석에 따르면 자유시장에서는 임금이 조정되면서 직업을 원하는 사람들이 누구나 직업을 가질 수 있다. 공급과 수요가 일치하게 된다. 생산성이 떨어지는 노동자들의 임금이 낮게 책정되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고용된 상태다. 하지만 최저임금이 정해진다면, 기업들은 생산성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노동자의 고용까지 보장해야 한다. 최저임금 제도는 기업 입장에서 경제적이지 않다.
이것이 바로 이론이다. 그러나 실제 조사해본 결과 현실은 매우 달랐다. 지난 20년 동안 경제학자들이 최저임금을 올린 다수의 사례를 직접 연구해본 결과 대부분 사례에서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론이 경제학 이론이 틀렸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학 이론은 노동시장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것들의 아주 작은 부분만을 묘사한다. 실제로 고용은 단순히 임금수준에 의해서만 결정되지는 않는다. 고용은 미래의 임금에 대한 예측, 장기 고용 관계, 다른 많은 것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 이것들은 경제학 개론의 잘 정돈된 이론에 맞추기에는 너무나 복잡하다.
이론적 연구에만 몰두하는 경제학자들에게는 경제학 이론은 문제가 없다. 현존하는 경제학 이론들이 실제 세계의 아주 작은 부분만 설명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단지 연구에만 열중할 뿐이다. 많은 노동경제학자는 피고용인이 일자리를 찾는 과정과 고용주가 채용할 사람을 찾는 과정을 모델로 만든 복잡한 이론들과 씨름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학 개론 수업에서 현실의 아주 작은 부분만을 설명하는 것은 충분하지 못하다. 만약 경제학 전공자들이 그들이 배운 이론들이 대부분 맞다고 생각하고 교실을 떠난다면, 비즈니스와 정치에서 잘못된 결정을 내릴 것이다. 내일의 리더들이 학교에서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경제학 이론들을 배우고 가서는 안 된다.
'복지'도 이론과 현실의 차이가 있는 사례다. 경제학 개론은 복지가 사람들에게 일할 동기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만약 여가에 대해 보조금이 나온다면, 사람들은 일을 하지 않고 보조금을 더 챙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실증적 연구에 따르면 (보조금의) 부정적인 영향은 생각보다 매우 작았다. 복지 프로그램은 종종 사람들이 더 일하게 만들기도 한다. 우간다의 사례를 보자. 가난한 사람에게 기술을 익히면 보조금을 주겠다고 하니 사람들은 과거보다 훨씬 더 일을 많이 했다.
여기에는 아주 큰 정치적 함의가 있다. 만약 우리가 내일의 리더들에게 복지가 게으름을 부추긴다고 생각하도록 교육한다면, 그들은 아마도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개선시키고 나라 전체의 경제적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정책에 대한 지원을 막으려 할 것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복잡한 이론들은 때때로 단순한 이론보다 현실을 더 잘 설명하고는 한다. 그러나 복잡한 이론들은 학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갖고 있는 수학 지식을 훨씬 넘어선 능력을 요구한다.
맨큐의 책을 포함한 최근의 교과서들은 거의 대부분이 데이터와 증거의 중요성을 가볍게 여긴다. 이 교과서들은 때때로 실증적 연구의 결과를 인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학생들에게 이런 연구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깊이 이해하라고 요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것이 아주 어려운 것은 아니다. 최근 경제학 교수들은 '유사 실험' 접근법이라는 것을 많이 사용하는데, 이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다. 단순한 사례들은 교실에서도 충분히 배울 수 있고, 숙제로도 낼 수 있는 것들이다.
지금이 바로 경제학 개론이 현실을 반영할 시기다. 실질적인 증거를 수집하는 데 집중하는 경제학 교수들과, 재미는 있지만 종종 쓸데없는 이야기에 주목하는 경제학 개론이 상존하고 있다. 경제학 교육은 시대에 발맞출 필요가 있다.
제작 협찬 :SAM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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